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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이인(同名異人)이 빚은 최대의 실수

김달진

세상에는 같은 이름 때문에 일어나는 사건들이 많다. 미술판도 예외는 아니다. 공모전 수상에서 뒤바뀌어 축하인사를 받고, 개인전을 열은 작가가 다른 자료에는 작고작가로 기록되기도 하고, 또 엉뚱한 사람의 작품이 걸리는 등 에피소드가 많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가 열리던 시절 발표 때가 되면 조각가 김창희(金昌熙)는 많은 혼돈 을 불러 일으켰다. 조각부문에 한문까지 이름이 같고, 나이 차이도 많지 않고, 구상작품 으로 경향이 같은 또 다른 김창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앞의 김창희는 1934년 서울대 출신으로 국전에서 1978년 문화공보부장관상, 80년 대상을 수상했고 동국대교수를 역임 하다 1989년 작고하였다. 뒤의 김창희는 1938년 홍익대 출신으로 국전에서 1977년 문화 공보부장관상, 78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현재는 서울시립대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혼돈을 피하기 위해 홍익대 출신 김창희는 충남 당진(唐津) 출생을 내세워 당진을 이름 앞에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또 한 사람의 김창희(金昌姬)가 미술판에 활동하고 있어 혼동 은 더욱 심해진다.

1945년 수도여사대 출신의 여류 서양화가로 생존해 있는 작가 김창희 는 최근에 나온 월간미술 제작 미술연감 작고작가편 684쪽에 1989년 작고한 작가로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동명이인으로 인한 혼동 사례는 너무 많은데, 금속공예가 중 김승희(金昇姬)란 이 름을 가진 작가를 살펴보면, 한 사람은 1938년 홍익대 산미대학원 출신이고, 다른 한 사람은 1947년 서울대 출신으로 국민대교수로 재직중이며, 또 다른 김승희(金承姬)는 1940 년생의 한국화가다.

김태호(金泰浩)란 이름도 서양화가 홍대 교수 김태호, 산업디자이너 이자 전북대교수 김태호, 한자는 다르지만 서양화가로 서울여대교수인 김태호(金台鎬) 등 이 있다. 김한(金漢)의 경우는 1931년생 김한은 구상작가로, 1938년생 김한은 비구상작가로 구별한다.

지난 1996년 8월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대상수상작가전'에는 대형 실수가 발생하 였다. 이 전시회는 대한민국미술대전, 동아미술제,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가의 수상작품과 변모된 작품을 함께 보여준 기획전이었다. 그런데 중앙미술대전에서 1989년 대상작가인 한국화가 김훈(金勳 30세)의 최근 작품을 내걸어야 하는데 서양화 원로작가 김훈(金壎 72세) 작품이 도록에 실려지고 1주일씩이나 전시장에 그대로 전시되어 신문에 보도되고 비판을 받았다. 두 작가의 이름이 한글로 동명이인이라고는 하지만 金勳은 홍 익대 출신으로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그후 설치미술 작품을 발표하였고, 金壎은 도쿄 일 본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였다. 전시기획 중 학예원들이 중앙 미술대전에 수상한 나이로는 65세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전시회 취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나? 작품이 다르다고 지적한 동료나 관계 작가는 없었던가? 이 일은 미술관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의 한 단면을 드러낸 납득하기 어려운 중대한 오류로 한동안 회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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