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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오프닝 우아하게 즐기기 (하)

김달진

우리는 참 정이 많은 민족이다. 예전에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올라치면 집안 식구들이 쌈지 돈을 꺼내 여비를 보태주고 당시는 귀했던 달걀, 박카스, 구론산 등을 손에 쥐어 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정거장까지 따라나와 보따리를 건너주고 기차가 안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며 배웅을 했 다. 그리고 술자리도 징하게 정답다. 비록 한 이야기 또 하고, 그리고 한번 더 하더라도 그 자리 를 파하는게 아쉬워 2차, 3차, 4차를 옮겨다니며 갖기도 한다. 전시문화도 비슷하다. 우리네 전시회에서 오프닝은 자신의 작품을 보아주러 온 고마운 손님들에 게 한 턱 내는 날 같다.

그런데 사실 전시회에 온 손님들은 대부분 작가에게 특별히 해준 것도 없고, 이토록 대접받을 이유가 없다고 느낀다. 그래서 오프닝 초반에는 쑥스럽지만, 조금 지나면 여유가 생긴다. 작가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네 전시 오프닝 행사는 항상 떠들썩한 잔치 분위기이다. 전시회는 미술관이나 화랑의 기획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작가들이 경비를 부담하는 대관전이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다르게 화랑 빌리는 게 어렵지 않다.
작가가 돈만 있으면 전시회를 열 수 있다.

전시장 대관료, 작품 재료비 및 액자값, 팜플릿 제작비 및 발송료, 다과비… 등 작가의 부담은 크다. 힘들여 작품 제작하고 경비들여 전시회를 열고 음식차려 손님까지 부르고 한번 일을 치르 면 허리가 휘청한다. 그렇다고 작품이 팔려 경비 조달이 되는 작가는 극소수이고 이래저래 예술 가의 길은 멀고 험하다. 어려운 주위 환경 속에도 매년 개인전을 여는 K씨 왈 '나는 직업이 그리 는 일이니 열심히 그려 전시회를 갖는 것이, 평가도 받고 인지도도 높여가는 유일한 길로 생각한 다'라고 말한다.

또 내가 아는 Y씨는 고등학교 앞에서 화실을 운영하면서 어렵게 번 돈을 가지고 한 10년에 한번씩 개인전을 연다. 10년 동안 절약에 절제를 거듭하여 모은 돈으로 한번 전시회를 열고는 만족해 한다. 참 알 수 없는 것이 작가들의 전시욕(?)이다. 이러한 전시욕은 결코 창작욕 에 뒤처지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전시욕이 창작욕을 불태우게 하는 기름 역할을 하는 지 도 모르겠다. 목련꽃이 자태를 뽐내고 나무들의 잎이 움트는 계절이다. 작가는 전시회 오픈에 즐비하게 들어오 는 화분보다는 미술재료비 지원이 되는 축의금이 그리워지고, 가족 스승 학교 동문을 넘어 불특정 다수로 열린 미술애호가의 감상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모두 가보자. 수요일, 인사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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