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작가의 18번 그림은...

김달진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 다면..., 믿지않았어 그녀의 일방적인 얘기들... 사람들은 많은 노래들 중에서 저마다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다. 이를테면 자신이 있는 18번이 있는 것이다. 화가들도 많은 소재 중에서 즐겨 그리는 그림이 있다. 어느 화가하면 무엇으로 인상지어 지는 표지(標識)그림인 셈이다. '산그림'하면 유 영국, 박고석, 김영재, 김종복, 이상국... '장미그림'은 김인승, 황염수, 장두건, 박영성... '미인도'는 김은호, 장운상, 김흥종... '나비그림'은 남계우, 이경승, 정진철... 또 '물방울'은 김창열, '성냥개비'는 조돈영, '계란'은 최부동... 유영국의 경우 거의 산 하나에 평생을 걸었던 작가로 사실적인 산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해석하여 변모되어 왔다.

1970년대 우리 화단에 유입되었던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극사실주의)도 사 물의 한 부분을 사진 이상으로 더 실감하게 재현해 시선을 끌었다. 고영훈의 돌, 김강용의 시멘트 벽돌, 송윤희의 테이프, 이석주의 담벽, 주태석의 철로, 지석철의 소파쿠션 등등. 안병석의 '바람결' 시리즈는 화면에 스크래치한 흔적이지만 보는 사람은 갈대밭의 일루전(illusion 환영)을 느끼게 한다.

이 18번은 공모전에서 수상이나 어떤 계기로 소재를 물고 늘어지거나 실험과정에 서 나오기도 한다.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지켜보면 변모되고 있다.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씨는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유럽 뿐만 아니라 국내 에서 잘 알려져 있다. 그림 속의 물방울은 흘러내릴 듯 보는 사람들은 진짜 같아 손가락으로 건드려 본다. 김창열 본인은 물방울 그림에 대해 '남들이 안하는 작 업을 하려고 선택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물방울 그림에 얽힌 에피소드 중 하나는 '골부인(骨夫人)'에 얽힌 것이다. 70년 대 경기가 좋던 시절 부동산 투기에 모인 복부인(福夫人)과 상통하는 말로 미술품 의 진정한 감상과 가치를 모르는 채 그저 돈이 된다고 믿고 골동품(骨董品)과 그 림을 사 모으는 부인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림 가격을 호당 크기로 계산하는 관습에서 내용보다는 물방울의 숫자에 관심을 가졌던 한 골부인은 될 수 있으면 물방울이 많이 그려진 그림을 선호했다나. 이 경우, 화가의 18번이 묘하게 왜곡된 사례라 하겠다. 김창열은 현재도 바탕에 한자를 쓰고 이 물방울을 그리고 판화도 찍는다. 그저 자신의 18번이 좋아서 그리는 것일 게다. 넓은 범주에서의 미술애호가 혹은 감상자 여러분들, 스스로의 시각체험에 있어서 도 18번을 가져 보심이 어떠하실지.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