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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의 기초사료를 위하여: 한국미술 기초자료 구축 및 활성화 사업

김달진

한국미술의 기초사료를 위하여 : 한국미술 기초자료 구축 및 활성화 사업

내일이 되면 오늘은 과거가 된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기록을 남기지 않고 다음으로 미루었을 때 우리는 흐릿한 기억을 붙잡게 된다. 여기에서부터 오류가 발생하고, 이 오류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야기된다. 마치 회의를 위해 둘러 앉아 몇 시간인가를 보내었는데 아무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결국 회의를 하기 전보다 더 피로감이 누적되고, 의견은 나누어져 마찰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각예술, 순수미술 분야도 다르지 않다. 전시라는 사건은 기록되어야 할 것들이 많다. 참여작가, 전시기간, 전시공간, 출품작품, 기획자, 평가 등 전시가 종료된 이후에 입체적으로 전시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많은 기록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해방 이후 이러한 기록을 남기는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려 소홀하게 다루어져 왔고, 이제는 흐릿한 기억들을 되짚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해외에 나가 한국의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많은 기획자들이 힘들어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인과관계, 서사성(narrative)의 취약함이다. 한 작가가 있다고 할 때, 그 작가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하게 되었는지, 그 작가만의 특수성을 부각시켜줄 논리적인 서사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서 전략적으로 자신의 작품을 역사적 맥락에 올려놓아 세계무대에서 독자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무라카미 다카시의 슈퍼플랫(Superflat) 개념을 들어 서사성의 중요성에 대해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믿는다.

김달진미술연구소•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그동안 한국미술 기초자료 구축 및 활성화 사업으로 2010년 『대한민국 미술인인명록Ⅰ』, 2013년 『한국 미술단체 자료집 1945-1999』, 2014년 『한국미술 전시자료집 Ⅰ 1945-1969』, 2015년 『한국미술 전시자료집 Ⅱ 1970-1979』을 발간했다. 이번에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으로 발행하는 『한국미술 전시자료집Ⅲ 1980-1989』은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1980년대 전시들은 70년대 전시들과는 또 다른 양상들을 보인다. 약 3배에 달하는 양적 증가 외에 중앙집권적 시스템이던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이 폐지되어 다양한 미술제도들이 시도되고, 전통을 극복하기 위한 실험적인 창작활동과 미술을 통해 사회 변화에 참여하고자 했던 민중미술이 활화산이 분화하는 것처럼 일어나는 시기로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한국사회, 한국미술에 대한 폭 넓게 이해할 수 있는 단초들을 제공한다. 

이번 자료집은 자문위원들과 함께 미술사적으로 의의가 크다고 평가한 전시들을 서술형태로 다룬 주요전시와 1980-1989년 사이 이루어졌던 모든 전시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목록으로 나누었다. 본 자료집이 한국미술의 서사성을 단단하게 하는 하나의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예술경영지원센터에 감사 드리며, 한정된 시간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해 연구를 진행해준 연구원들에게 감사 드린다. 

끝으로 본 자료집을 이용할 연구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 예술경영지원센터를 필두로 많은 국공립 기관이 한국미술의 세계화를 힘쓰고 있다. 사회의 흐름을 쫓는 것은 당연하고 또 지혜롭기도 한 일이다. 하지만, 그 흐름에 휩쓸려 왜 일을 하는 것인지 본질을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또 그를 위해 오늘의 현장을 진단하는 전문가로서 객관적인 양질의 기록들을 많이 남겨주셨으면 한다. 다른 사람들은 결코 알 수 없는, 현장의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경험한 기록들이 후배와 후대들에게 전해져야만 연구가 제대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전통이란 결코 손에서 손으로 손쉽게 넘어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피로써 피를 씻는 악전고투를 치러 ‘피로써’ 얻는 것이다.”우리나라 미술사의 큰 뿌리가 되는 우현 고유섭의 말은 내게 언제나 큰 도전이 된다. 정말 나는, 우리는 오늘의 주역으로서 후대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전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2017년7월
김달진| 김달진미술연구소장,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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