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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 속 초록은 다르다

김달진



  내가 그린 Green 예찬

예술작품 속 초록은 다르다


                 김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장)

  

초록 Green은 아이들이 새싹이나 나무, 푸르른 들녘을 그릴 때 선택하는  색이다. 색의 기본인 삼원색 가운데 노란색과 파란색의 혼합색인 녹색은 2003년 색이름 개정에 의해 초록으로 바뀌었다. 우리에게 초록(草綠 Green)은 푸르름과 생명력을 나타낸다. 이 긍정적인 이미지는 평화, 안전, 중립 같은 추상적 개념을 전달하기도 해 대피소나 탈출로를 안내하는 비상구, 구호소 등의 알림 색으로 사용된다. 평온과 젊음, 또 환경 친화적인 상징성은 대표적으로 그린피스 같은 환경단체에서도 볼 수 있으며 자연과 휴식, 서울시내 지선버스, 하나은행, 네이버, 스타벅스 같은 기업들의 브랜드 컬러로도 선호도가 높다. 초록과 관련된 유명한 축제라면 국내에서도 매년 한국아일랜드협회가 주관하는 '성패트릭데이'행사가 있다. 세잎클로버로 삼위일체 사상을 설명하며 켈트인에게 널리 기독교를 전파했던 성 패트릭을 기념하는 이 행사는 초록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예술작품에서의 초록은 어떨까?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나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오후> 같은 그림들이 떠오른다. 1863년 발표된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그동안 여신, 님프 등 인간이 아닌 존재로만 그려지던 여성의 육체를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배경 위에 드러내며 많은 비난에 직면했었다. 이 작품에서의 초록은 밝은 나신을 강조하기 위해 어둡게 억눌려져 있다. 녹색에 주목하자면 마네의 원작보다 피카소가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토대로 그린 작업들에게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오후> 에선 더 다채로운 녹색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교과서에서도 소개되는 기법인 '점묘법'으로 그려진 <그랑자트 섬의 오후>는 혼합으로 인해 탁해지는 일 없이 각자의 색들이 영롱한 빛을 내면서도 긴 오후 햇볕을 받는 그랑자트 섬 강변을 그려낸다. 빛 한 조각 한 조각이 빛나는 것 같은 초록빛은 마치 보석처럼 아름답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의 세 번째 한국화 작가로 소개된 지향 이숙자의 <보리밭>은 그의 대표적인 연작이다. 하지만 이숙자의 보리밭은 마냥 싱그럽기만한 푸르른 자연이 아니라 무성하고 빼곡한 보리이삭, 그 아래 빛이 들지 않는 어둠이 숨어있다. 그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보리알갱이가 튀어 오르게 입체감을 주었다. 따스한 지평선에서 부터 이어져 관람객의 눈앞에서야 드러나는 보릿대 아래엔 빛이 들지 않는 어둠이 서려있다. 여기엔 나비가 찾아 들기도 하고 다른 들꽃이 피기도 한다. 햇볕이 닿는 보리밭의 표면과 다른 이 세계는 또 다른 비밀의 세계가 숨어있는 듯 신비로운 녹색이다.

  

이숙자 초록을 즐겨보았다면 제주도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김보희의 초록도 함께 살펴보자.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과 파도의 흰 포말 하나 없는 초록 바다를 가로지르는 굵고 진한 수평선과 파초 잎으로 가득한 캔버스. 김보희의 <Towards> 연작은 이국적인 자연으로 가득하다. 가득한 생명력으로 소란한 녹색이 아닌 차분하고 가라앉아있는 침묵의 세계. 정적이 가득한 김보희의 연작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상상해보는 것도 작품을 즐기는 재밌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근대작가 이병규(1901-1974)도 많은 <온실> 그림을 그리며 초록의 채도를 다르게 느끼게 했다. 추상작가 안병석의 <바람결> 시리즈는 초록바탕에 스크래치를 통해 보이지 않는 바람의 실체를 표현했지만 우리를 공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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