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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아카이브 기능을 갖추어라

김달진

“한국미술 아카이브 기능을 갖추어라”


김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장,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장)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경복궁 안에서 개관하여 1973년 덕수궁 안으로 이전하였다가 1986년 과천 서울대공원에 신축하여 이전하였다. 곧 개관할 서울관은 무엇보다도 담이 없고 남의 집 대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건물에 드나들 수 있는 개방형 미술관이라는 점이 돋보인다.

더욱이 디지털정보실이 마련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 현재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아트선재센터 쪽으로 올라가다보면 보이는 한 건물에 한글로 ‘디지털정보실’, ‘Digital Library & Archive’라고 쓰여진 안내판이 걸려 있는데 그것이 국립미술관 아카이브의 현주소다.

요즈음 국가기록원에 ‘2007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있는지 없는지 온나라가 시끄럽다. 불과 몇 년 전 예술계에도 아카이브의 중요성이 큰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국내에서 제대로 된 미술아카이브의 첫 사례로는 1999년 삼성미술관 리움 부설로 개소한 한국미술기록보존소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조차 2005년 용인으로 이전한 후 최근에는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공연예술 분야에서 2009년 12월에 국립극장에 공연예술박물관이 개관하였다. 이어 국가기관인 국립예술자료관이 2010년 3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있던 아르코예술정보관을 모체로 독립기관으로 출범하였다. 그러나 이 기관 역시 원장이 비상근직이고 실효성에 회의적인 의견이 제기되는 등 운영전반에 걸쳐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소장 자료 또한 공연예술 중심이고 시각예술은 부족하다. 
 
기록이 보존되지 않으면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다. 몇몇 실례를 보자. 지난 199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대상수상작가전>에서 1989년 <중앙미술대전> 한국화 대상수상 작가 김훈의 최근 작품 대신에 42살이나 더 많은 동명이인 서양화가 김훈의 작품을 팸플릿에 수록하고 전시한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일은 언론에 보도되었고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2005년 국립현대미술관은 국립기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미술 100년전>을 열면서 별로 오래되지도 않은, 1980년대 대표적인 미술단체 ‘현실과 발언’ 팸플릿이 없어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빌려 전시하기도 했다. 그 팸플릿을 나는 국립현대미술관 자료실 근무할 때  수집해서 파일까지 만들어 보존시켜 놓고 퇴직했는데 말이다. 그 후 자료는 미술관에 소장하고 있어도 사서가 순환근무로 바뀌면서 서로 인수 인계가 부족하여 못찾아서 발생한 일인듯 싶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뒤늦게라도 아카이브에 관심을 보이며 과천에 미술연구센터를 갖추기 위해 20억 원의 예산을 정부에 요청했고, 그나마 6억 원을 확보해서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관에도 2,3층에 디지털정보실이 1990m2(600여 평)규모로 마련된다고 한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조직표를 보면 학예연구2팀이 소장품 관리, 자료실, 디지털정보실 등 업무를 맡게 되어 있고 담당 인력으로 18명이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아카이브 기능은 자료의 축척 없이는 결코 일정한 효과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미술아카이브는 국가의 유산이자 공공의 기록물이다. 아카이브 시스템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척도이자 문화적 경쟁력이기 때문에 기록문화의 필요성과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 현대미술의 해외진출이나 최근에 화두인 ‘미술한류 K-Art ’도 새로운 아카이브 시스템과 정확한 정보제공에서 출발하여야 함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립미술관이나 화랑에서 할 수 없고, 하지 못하는 올바른 미술아카이브의 구축이야 말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 이번 서울관의 디지털정보실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매년 미술계 활동을 기록하고 통계를 작성하며 인명록이나 자료집 발간 등 2차 정보의 생산에 앞장서기를 바란다.
 
- 이 원고는 월간미술 2013년 8월호 국립현대미술관 테마기획에 실렸으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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