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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김영재 / 블루의 전유

김성호



블루의 전유

김성호(Sung-Ho KIM, 미술평론가)




시우(時雨) 김영재의 최근 작업은, ‘때에 맞추어 오는 비’라고 하는 의미의 그의 아호(雅號)처럼, 그에게 있어 ‘필요한 유의미한 시점’을 맞이한 듯하다. 1989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면서 주로 스트레이트 포토 방식으로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골 장터의 정겨운 풍광을 촬영하거나 장노출의 방식으로 7번 국도에 연접한 바다의 명상적 풍경을 흑백으로 담아왔던 그의 사진 작업이 일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른바 테이크에 기반한 기록 사진과 예술 사진의 접목을 시도했던 그의 ‘찍는 사진(taking picture)’이 메이크에 기반한 ‘만드는 사진(making picture)’으로 전이했기 때문이다. 
김영재는 최근작인 〈블루(Blue)〉에서, 그의 이전 작업의 화두였던 ‘인간과 자연환경’이라는 주제를 고스란히 가져오되 이전의 테이킹 픽쳐를 훌훌 털고 메이킹 픽쳐의 전략을 시도한다. 그는 주제의 시각적 구현을 위해서 버려진 음료 캔이라는 ‘발견된 오브제’와 숟가락을 여러 형태로 구부린 ‘만들어진 오브제’를 스튜디오로 가져와 블루의 바탕 위에 서로 조합하고 배치해서 극적 상황을 연출했다. 흔하고 하찮은 오브제들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익숙한 그것’을 ‘낯선 무엇’으로 전환하는 그의 연출 전략은 사물을 특별한 존재론적 위상으로 전환하면서도, 사물에 내재한 보편적 함의를 동시에 견인한다. 사진 속 블루의 바탕이나 숟가락을 이어 붙여 만든 반구의 형태는 ‘이상적인 지구’ 또는 ‘지구 공동체’를 연상하게 만들고 그 주변에 배치된 무수한 색색의 음료 캔들은 ‘인간의 탐욕이 이끈 환경 재난’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그가 카메라 앵글에 들어오는 피사체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작품 〈블루〉는 우리에게 ‘환경 오염을 야기한 인간의 욕망’을 비판하고 ‘환경 보호에 대한 인간의 책무’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주목할 것은 그의 사진에서 주인공의 역할을 하는 숟가락에는 거꾸로 읽거나 뒤집어 읽어야 할 알레고리적 메타포가 충만하다는 것이다. 즉 ‘본의(원관념)가 숨겨진 채 유의(보조관념)가 표면에 선 이중구조’로 된 그의 사진 속 알레고리는 ‘숟가락 혹은 그것의 군집 이미지’를 환경 오염을 촉발했던 인간의 욕망으로 바라보게 함과 동시에, 환경 재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 공동체의 공존과 공생에 대한 의지로 간주하도록 만들기에 족하다. 그가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오브제인 숟가락을 비판의 대상인 탐욕의 주체인 동시에 생태적 문제의 해결 주체로 바라본 셈이다. 
김영재의 사진이 이러한 이중 함의를 가능하게 한 것은, 그의 전유(appropriate)의 조형 전략에 기인한다. 전유가 ‘무언가를 가져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련의 행위’로 풀이되듯이, 그의 사진은 숟가락, 음료 캔과 같은 오브제들을 피사체로 재생하는 새로운 맥락의 메이킹 포토를 통해서 흔한 사물로부터 예술로 이동하는 전환의 과정을 통해 전유의 미학을 성공적으로 실천한다. 
대상을 카메라 앵글에 피사체로 가두어 빛의 효과를 혼성하는 사진 예술은 회화나 오늘날 설치, 미디어의 예술 양식보다 한계가 명징하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김영재가 숟가락을 소재로 한 최근의 연출 사진 작업은 사진을 재현의 도구로 간주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의 적극적인 표현 의지를 수렴하는 동반자로 삼으면서 빛을 발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의 최근작 〈블루(Blue)〉는, 이전의 오랜 전통적 사진 미학으로부터 탈주하여 그만의 ‘전유의 사진 미학’에 천착해 들어가는 된 일련의 새로운 전환 지점으로 평가해 볼 수 있겠다. 가히 ‘블루의 전유’라고 할 만하다. ●


출전 /
김성호, 「블루의 전유」, 『김영재』, 리플릿 서문, 2023.
(김영재-KIAF, 2023. 9. 6~10, 코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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