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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2020창원조각비엔날레 4

김성호

총감독이 설명하는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4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조각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는 ‘돌’과 관련한 작품들입니다. 돌을 재료로 사용하거나 소재로 삼은 조각일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겠는데요. 각 참여 작가들은 ‘비조각 –가볍거나 유연하거나’라고 하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를 돌을 통해서 어떻게 해석하는 것일까요? 비엔날레 주제처럼 ‘비조각’이나 ‘가볍거나 유연한’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이겠죠? 이런 궁금증을 ‘돌돌돌’이라는 제목 아래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돌돌돌 – 본전시 1, 2 
‘돌돌돌’이라니요? 이것은 둥그런 무엇이 굴러가는 소리 같습니다. 또는 하나의 돌이 다른 돌들과 마치 친구처럼 사이좋게 담소를 나누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진짜 돌도 있고요, 돌처럼 보이지만 실제 돌이 아닌 가짜 돌도 있습니다. 거꾸로, 외관상 돌처럼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돌로 된 조각도 있고, 절대로 만질 수 없는 ‘실제의 돌이 아닌 가상의 돌’도 있답니다. 지면상, 여기서는 주요한 몇 작품만을 소개합니다. 
 
1. 돌돌돌 - 스트라이듬 반 데르 메아브
여기 진짜 돌 세 개가 있습니다. 아니 바위라고 하는 것이 더 낫겠군요. 사람 키에 육박하는 커다란 돌들이기 때문이죠. 이 작품은 남아프리카 공화국(South Africa) 국적의 작가 스트라이듬 반 데르 메아브(Strijdom van der Merwe)의 〈지구 매듭(Earth Knots)〉이라는 제목의 작품입니다. “자연적으로 응축된 지구, 발견된 오브제(Natural condensed Earth, Found objects)”라는 부제를 지닌 이 작품은 ‘자연이 예술이 되는 방식’ 중 하나를 제시합니다. 
모두 아시죠? ‘발견된 오브제’는 20세기 미술사를 새롭게 쓴 개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미술가가 재료를 활용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것 말고도, 미술가의 ‘사물 선택’에 의해서 저절로 예술 작품이 된다는 것 또한 유념해 볼 대목입니다. 예술가의 선택 때문에 일상 속 사물이 예술의 장으로 들어온다니 재미있네요. 작가 반 데르 메아브는 ‘거대한 돌’이라는 ‘자연 속 사물’ 세 개를 선택해서 이번 비엔날레의 야외 전시장으로 그저 옮겨 놓았을 뿐입니다. 각기 다른 세 가지의 색을 가진 ‘동종 이형’ 혹은 ‘동종 이색’의 사물이 작가에 의해서 예술이 된 것입니다. 만든 것 없이 만들어진 ‘비조각’인 것이죠. 자연이 곧 예술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유연한 지구에 의해서 만들어진 매듭’이라 정의합니다.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된 세 개의 돌은 남아프리카에서 옮겨온 것일까요? 아닙니다. 한국의 자연환경에서 살아왔던 돌입니다. 따라서 사진 속에서 볼 수 있는 기존 작품과는 상이한 색과 모습의 돌들을 이번 비엔날레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과연 어떤 것일까요? 기대됩니다.  

 
반 데르 메아브, <지구 매듭>, 지름 약 180cm, 사문석, 핑크 쿼츠 돌, 방소다석


2. 돌돌돌 - 쩡루 
여기 돌 세 개! 또 ‘돌돌돌’이 있네요. 중국 작가 쩡루(Zheng Lu)의 〈올모스트 젠(Almost Zen)〉이라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중국 명나라 학자 임유린(Lin Youlin)의 『소원석보(素園石譜)』에서 “돌은 선(禪)과의 친화도가 가장 높다”는 아포리즘(aphorism) 같은 언술을 차용해서 돌을 선의 경지에 올려놓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자연은 ‘모든 것이자 아무것도 아닌 무(無)’를 실천하는 예술가이자 예술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작가 쩡루는 지극히 ‘인공적인 소재인 스테인리스 스틸’로 ‘실제 자연물인 돌’의 형상을 수고스러운 예술적 노동을 통해서 만들어 냄으로써, 자연에 대한 오마주를 선보입니다. 선과 같은 경지의 자연은 마땅히 경외를 받아야만 할 존재이죠. 그래서일까요? 쩡루의 작품, 일명 ‘돌돌돌’은 분명히 금속으로 만든 ‘가짜 돌’이지만, 실제의 돌 옆에서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진짜 돌’의 위상을 함께 나눕니다. 소박하고도 화목한 모습으로 말이죠. 어쩌면 그의 ‘돌돌돌’은 무생물계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는 동양 정신 속 애니미즘(animism)의 신앙관마저 품은 작품처럼 보입니다. 
우리는 그의 ‘돌돌돌’을 포정사가 위치한 용지공원의 넓은 잔디 위가 아니라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벤치들이 자리하고 있는 ‘공원 한구석’에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실제의 돌이라는 자연물이 있는 곳에 인공으로 만든 작품인 돌을 함께 배치해서 자연과 인공이 한데 어우러지게 만든 것입니다. 창작자의 시적 상상력과 비조각의 개념이 우리가 연출한 이 공간에서 잘 발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쩡루, <올모스트 젠>, 115×75×190cm; 145×60×80cm; 90×75×115cm, 스테인리스 스틸


3. 돌돌돌 vs 돌 - 이택근 vs 류정민
용지공원을 벗어나 이제 성산아트홀로 들어옵니다. 이곳의 ‘Step 1’ 전시장에 들어오자마자, 만나는 것도 ‘돌돌돌’입니다. 또 돌 세 개씩이냐고요? 그건 아닙니다. 더 많아요. 작가 이택근과 류정민의 ‘복수로서의 돌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택근은 출품작 〈무제(untitled)〉 시리즈를 통해서 ‘진짜 돌처럼 생긴 가짜 돌’을 선보입니다. 그것들은 작가가 스티로폼을 깎아 돌의 몸체를 만들고 그 위에 톱밥과 먹물을 섞은 한지를 돌의 피부처럼 입혀 만들어 낸 것입니다. 마치 ‘실제의 돌덩이 몇 개’를 갖다 놓은 풍광을 만들고 있지만, 그것은 완벽한 허구입니다. 르네상스 이래 대상을 진짜처럼 그려내는 ‘눈속임 기법(trompe-l’œil)’이라는 미메시스(mimesis)의 이상을 오늘날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이라는 완벽한 재현의 언어로 조각의 몸체 위에 실현한 셈입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이택근의 작품은 “감상자가 진짜가 아닌 가짜라는 ‘허구’를 자각하는 순간”에 빛을 발하는 것일 테지요. ‘비조각’의 의미가 딱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류정민 작가는 〈아인슈타인_생각의 생각(EIN STEIN_Thinking about Thinking)〉이라는 제목으로 ‘진짜 돌처럼 생긴 복수의 가짜 돌들’을 선보입니다. 이 작품에서 감상 포인트는 ‘사진’과 ‘움직임’ 그리고 ‘생각’입니다. 풀어 말씀드리면, 스티로폼으로 돌의 몸체를 만들고 실제의 돌을 촬영한 사진으로 돌의 피부를 입힌 소위 ‘입체 포토 콜라주’라는 것이 첫째의 포인트입니다. 둘째 포인트는 가짜 돌의 몸체 안에 모터와 자석을 내장해서 철판과의 장력을 만들면서 허공에서 움직이게 만든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는 것입니다. 마지막 셋째로 작품명처럼 ‘생각’입니다. 작가가 표기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독일어 이름을 ‘하나의 돌(Ein Stein)’로 읽힐 수 있도록 띄어쓰기를 한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실제로 출품작은 복수의 돌들이지만, 개념은 ‘하나의 돌’에 집중됩니다. 작가의 작업은 돌들의 변주를 통해서 실재와 허구뿐 아니라, 나와 너의 충돌과 화해가 어우러진 인간 사회에 대한 은유와 철학적 사유를 실천합니다. 돌에 대한 근원적 개념을 복수의 작품 속에 숨겨둔 비조각이라고 하겠습니다. 


류정민, 〈아인슈타인_생각의 생각〉, 가변 사이즈, 모터, 자석, 강선, 피그먼트 프린트, 스티로폼


4. 하나의 커다란 돌 – 노승복/신판섭
여기 작가 노승복과 과학자 신판섭의 콜라보 작품인 〈백비(Unnamed Monument)〉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제주 ‘4•3 평화기념관’에 있는 돌비석으로 세운 ‘하얀 기념비’를 홀로그램으로 제작하여 거대한 크기로 띄워 올린 가상의 돌입니다. ‘제주 4•3 사건’으로 희생된 민족의 애사와 아픔을 두 작가가 커다란 가상의 백비로 위무하는 중입니다. 허공에 떠 있는 커다란 비석은 눈에는 보이되 만질 수 없습니다. 두 작가는 민족의 마음에 아물지 않는 상처로 남아 있는 과거의 시간을 ‘가상현실의 돌비석’으로 ‘지금, 여기’에 소환하여 위무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 그리고 우리 역사의 기억을 함께 모아 치유하기 위함입니다. 
미적 영상 작업의 현실 속 실재감을 부여하기 위해 과학적인 방식을 병행하는 두 작가의 콜라보 작업은 우리에게 실재/허구, 현실/역사, 촉각/시각의 담론을 전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돌’이라는 전통적 조각 매체가 가볍고도 유연하게 변주할 수 있는 가능성과 더불어 매체 속에 담긴 다의미로부터 보다 근원적인 하나의 심층 의미를 건져 올릴 수 있음을 선보이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노승복, 신판섭, 〈백비〉, 400×600×370cm, 홀로그램 스크린, 빔 프로젝트, 스테레오 스피커


자! 여기 질문이 있습니다. 못다 한 우리의 비엔날레 이야기 속에 남겨진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나무나무나무’, ‘콜라보와 커뮤니티 아트’, ‘지역과 청년성’, ‘자기 부정과 자기반성’과 같은 키워드가 떠오르네요. 9월호, 10월호, 이제 딱 두 번의 소개 기회가 남아 있는데 어떻게 이걸 다 담아내지요? 고민을 거듭한 후, 다음 호에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여러분을 또 찾아뵙겠습니다.   ●

출전/
김성호, 「총감독이 설명하는 창원조각비엔날레 4」, 『문화누리』, 8월호, 2020, pp.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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