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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2020창원조각비엔날레 3

김성호


총감독이 설명하는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3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지난 6월호에는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본전시1, 2의 공간 연출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호에는 실내전인 ‘본전시2-비조각으로’에 출품되는 작품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본전시2 - 비조각으로' 출품작 소개 

성산아트홀 2층 


자. 여기 성산아트홀 2층 평면도가 있습니다. 노란색과 빨간색을 관심 있게 봐 주세요. 커다란 크기의 설치 작품이라 평면도에 표현하기가 쉽지 않아서 색선으로 표시를 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지난번에 소개드렸던 1층 ‘중정’에 설치될 글렌다 리온의 작품 〈잃어버린 시간2 (Temps Perdu)〉이 ‘흙-시간’을 성찰하는 작품이라고 한다면, 이 노란색과 빨간색에 위치할 작품은 글렌다 리온의 작품과 같은 ‘비조각에 관한 화두’를 제시합니다. 노란색은 유정혜/정태규의 작품, 빨간색은 뉴란 타히릴리의 작품입니다. 그리고 1층 평면도에 위치한 김연의 작품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글렌다 리온의 작품과 더불어 중정에 마련된 ‘프롤로그/에필로그’ 공간 속 세 작품과 그것의 의미는 다음처럼 정리됩니다.  
① 숲, 바람, 빛 – 유정혜/정태규  
② 불, 바람, 빛 - 뉴란 타히릴리
③ 물, 흐름, 빛 – 김연 



1. 숲, 바람, 빛 - 유정혜/정태규
관객은 중정으로 들어오면서 가장 먼저 글렌다 리온의 작품과 함께 한국의 유정혜/정태규의 작품 〈(떠 있는) 검은 숲(Floating) Black Forest〉을 보게 됩니다.  
깃털이 달린 폴리에스터 실들을 엮어 만든 검은색의 거대한 설치물(7m65cm x 2m x 28pieces)이 위쪽 공간(17m x 2m60cm)을 드넓게 채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폴리에스터 실의 두께가 2mm라는 점에서 이 공간을 가득 채우려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점유하는 공학적 계산도 필요하지만, 가느다란 재료를 하나하나 엮어 공간을 가로지르는 봉들에 일일이 매다는 고된 노동은 필수입니다. 작품 설치에 ‘진이 빠지는 작업’이라고 하겠네요. 
그런데 작품 제목 중 ‘떠 있는’이라는 말을 2인의 참여 작가는 왜 괄호로 묶어 둔 것일까요? 뜨다(float)가 “(물 위나 공중에) 가라앉지 않고 위쪽으로 솟아오르는 것”을 지칭하듯이 실제로는 “공중에 떠 있는” 검은 숲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물속에 떠 있는” 검은 숲을 상상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검은 숲은 검은 숲이되, ‘떠 있거나, 날거나, 매달려 있거나’와 같은 해석에서의 여러 가능성을 함께 열어두는 것이기도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공중(혹은 물)에 떠 있는 검은 숲’ 밑을 지나는 관객들이 일으키는 바람에 의해서 여린 재료들이 살포시 움직입니다. 또는 천장 위에 살짝 열어둔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바람에 의해서 흔들리기도 합니다. 또한 이 작품은 검은 폴리에스터 실의 표면에 반짝이 깃털이 달려 있어 유리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반사하면서 그 찬란한 빛을 시시각각 변주해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보는 위치에 따라서 검은 숲의 크기와 모양은 다르게 관객에게 다가섭니다. 검은 숲 사이의 공간에는 3층 창문에 설치된 작가 정태규의 은은한 사진 작품과 어우러져 이미지의 변주를 지속합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 작품은 ‘숲, 바람, 빛’을 탐구하는 작품이자, ‘비조각 - 가볍거나 유연하거나’라는 우리의 주제를 멋지게 성취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유정혜/정태규, (떠 있는) 검은 숲(Floating) Black Forest, 2020


2. 불, 바람, 빛 - 뉴란 타히릴리
자! 앞서 살펴본 작품 맞은편에 위치한 아제르바이잔(Azerbaijan) 국적의 작가 뉴란 타히릴리(Nurlan Tahirli)의 작품 〈무제(Untitled)〉를 소개합니다. 
먼저 우리에게 낯선 나라 아제르바이잔이 어떤 나라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 나라는 남아시아 캅카스 산맥 남부, 카스피 해 서쪽 연안에 있는 공화국으로 1991년에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면서 독립국이 된 곳입니다. 아제르바이잔이라는 나라 이름은 ‘불의 나라’라는 뜻의 페르시아어 아데르바이간에서 유래했습니다. 불을 숭배하는 조로아스터교의 발상지일 뿐만 아니라, 석유와 천연 가스를 풍부하게 지니고 있고, 지표면 밖으로 가스가 계속 나와 꺼지지 않고 계속 불타는 산 야나르다흐(Yanardag)가 유명합니다. 과연 ‘불의 나라’라는 이름이 ‘딱’인 것 같네요.  
뉴란 타히릴리의 출품작은 ‘불’입니다. 보세요. 성산아트홀 3층의 한쪽 창문에 벌겋게 일렁이는 불길을 말이죠. 화재가 나면 어쩌려고 전시장에 불을 내려고 하냐고요? 에이! 위험하게 진짜 불을 지르겠어요? 불꽃 효과(flame effects)를 내는 ‘가짜 불(fake fire)’과 관련한 아날로그적 기술을 응용한 작품입니다. 진짜 불처럼 보이도록 유연한 패브릭 매체를 송풍기 바람으로 지속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그 사이로 몇 가지 조명으로 실재감을 부여하는 작품입니다. 이러한 기술은 오늘날 화염 효과를 내는 무대 장치 및 ‘의사(擬似) 벽난로’와 같은 실내 장식의 영역에서 실제로 많이 응용되고 있는데요. 
작가와 의논해서 이와 같은 장치가 어떻게 작품 속에 잘 구현될 수 있을지를 계속 상의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맞은편 ‘숲, 바람, 빛’을 탐구하는 작품과 대비를 이루면서 ‘불, 바람, 빛’을 탐구하는 비조각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뉴란 타히릴리(Nurlan Tahirli), 〈무제(Untitled)〉, 2020


3. 물, 흐름, 빛 - 김연 
이제 마지막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작가 김연의 설치 작품 〈관조(Contemplation) 202009〉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작품을 프롤로그/에필로그 섹션에서 소개하고 있지만, 이 작품은 실제로 많은 양의 물을 수조 안에 가두고 벽면에 영상 작품을 투사하는 어두운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숲, 바람, 빛’을 선보이고 있는 유정혜 / 정태규 작품의 바로 아래 1층 공간인 Step2에 마련됩니다. ‘불, 바람, 빛’을 선보이는 뉴란 타히릴리의 작품 맞은편에서 대비를 이루면서 말이죠. 
자, 그럼 작품을 볼까요?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운 공간 속에서 일렁이는 불빛으로 가득합니다. 그 불빛은 바닥에 설치된 커다란 수조 안에 담긴 검은색 물이 조파기에 의해서 파장을 일으키면서 일렁이는 물결 때문에 비롯된 것입니다. 움직이는 수면 위에 반사된 조명이 전시장 전체를 영롱하게 비추는 효과입니다. 그리고 기다란 공간(6 x 12m) 끝에 위치한 벽면과 천장 사이에 작가가 만든 커다란 달이 떠 있습니다. 달이라고요? 원형의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커다란 인공의 달입니다. 달이 태양빛을 머금은 후 비로소 자신의 빛을 낼 수 있듯이 이 작품 속에서 달은 다른 것의 풍광을 머금은 채 은은한 빛을 발합니다. “호수 위에 달이 산다”고 한 시인이 노래했던가요? 시인의 노래와 달리, 김연의 작품에는 ‘달 속에 호수가 산다’고 하겠습니다. 커다란 달의 표면에는 파문을 일으키는 물결만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썼던 작가 김연의 작가 노트를 살짝 엿보고자 합니다: “자연의 이미지를 통한 회상으로 자신의 내면을 투영한다. 자연이 주는 빛의 울림은 내게 많은 것을 갖게 하고 또 버리게 한다. 마음을 멈추고 바라보는 순간, 나는 고요한 수면 위로 드러나는 존재를 느낀다. 빛은 나를 깨어있게 하며, 주위의 수많은 경이로움과 만나게 한다.” 
아! 의미심장합니다. 그렇죠. 이 작품은 정말로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어떠한 의미인지를 우리에게 일깨웁니다. 왜요? 작품 제목 ‘관조’는 무엇을 혹은 누군가를 지켜보는  상황을 유추하게 만듭니다. 물결을 만드는 수조와 인공의 달을 단지 볼 따름이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호수와 실제의 달을 그려봅니다. 이렇듯 이 작품은 바닥의 실제의 물, 실제의 움직임, 벽면과 천장 사이의 가상의 달, 가상의 움직임이 만나서 현실과 가상 사이의 아름다운 ‘대립과 공존의 공간’을 만듭니다.   

김연, 〈관조(Contemplation) 202009〉, 2020


자.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호에는 더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본전시1과 본전시2를 오가면서 유사한 테마와 유형을 묶어서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가제를 잡아 보았는데요. 다음에 소개할 글의 키워드는 ‘돌돌돌’, ‘나무나무나무’입니다. 석조와 목조를 연상하시나요? 네, 조각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돌과 나무를 어떠한 방식으로 다루어서 우리 비엔날레의 주제인 ‘비조각’에 접근하고 있는지를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다음호를 기대하세요. ‘돌돌돌’, ‘나무나무나무’!! ●

출전/
김성호, 「총감독이 설명하는 창원조각비엔날레 3」, 『문화누리』, 7월호, 2020, pp.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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