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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 일반│2020창원조각비엔날레 2

김성호

총감독이 설명하는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2회)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I. 프롤로그 
여러분 기억하시지요? 지난 5월호에는 2020창원조각비엔날레의 주제인 《비조각 -가볍거나 유연하거나 (Non-Sculpture - Light or Flexible)》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더불어 전시 외에 '국내외 학술프로그램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고 설명을 드렸습니다. 추가로 설명을 드리면, 그 외에도 컨퍼런스, 시민 강좌, 아티스트워크숍, 아티스트 토크 등 행사가 더 있답니다. 아울러 지난번에는 본전시와 특별전에 출품하는 다음과 같은 대표적인 네 작품을 살펴보았습니다.  

① 바람, 공기, 물, 불, 흙 – 이승택, 〈바람 놀이〉  
② 바람, 소리 – 성동훈, 〈소리나무〉
③ 흙, 시간 - 글렌다 리온, 〈잃어버린 시간(Temps Perdu)〉
④ 공기 - 이안 맥마혼, 〈일시적인(fugitive)〉

자! 그럼 이번호에는 무엇을 말씀을 드릴까요? 
이번에는 본전시의 공간 연출 방법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미 말씀을 드렸듯이, 본전시는 다음처럼 구성됩니다: ‘본전시1 - 비조각으로부터'(용지공원), ‘본전시2 - 비조각으로'(성산아트홀 1, 2F), 여기서 우리는 ’비조각로부터(from)‘ 시작해서 ’비조각으로(to)' 끝나는 전시 구성과 공간 연출의 의도를 엿볼 수 있을 겁니다. 


II. ‘본전시1 - 비조각으로부터’ 공간 연출   


용지공원 전경 

용지공원 내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장소 


먼저, ‘본전시1 - 비조각으로부터’가 펼쳐지는 용지공원으로 갑니다. 사진을 살펴보세요. 용지공원 중심축에는 포정사가 자리하고 있는데요. 아시듯이, (영남)포정사는 조선시대 ‘경상남도 관찰사가 업무를 보던 곳’으로 진주에 있던 경남도청이 부산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도청의 정문으로 상징되었습니다. 1983년 창원에 경남도청이 자리하게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진주성 안에 있는 영남포정사를 본떠 용지공원에 만든 것이 바로 이 포정사인 것이죠. 이 포정사를 중심으로 용지공원을 반으로 나눠 살펴보면, 성산아트홀과 가까운 곳에 2018창원조각비엔날레 출품작이 설치되어 있고 그 반대편에 바로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출품작이 설치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전경 사진 우측 하단 잔디밭 위에 작은 사각형이 있네요. 지난번에 살펴보았던 성동훈 작가의 출품작 〈소리나무〉입니다. 이렇게 달랑 한 작품만이 용지공원에 출품되는 건가요? 그건 아닙니다. 15점 내외의 작품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나중에 천천히 설명하려고 지난번에 소개한 이 작품 한 점만 여기에 넣었습니다.  
그나저나, 이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려는 걸까요? 야외전인 본전시1은 어떤 작품을 먼저 보고 지그재그로 관람을 하더라도 전시를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는 구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치 리좀(Rhizome)과 같은 구성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시듯이 리좀은 바랭이(crab-grass) 혹은 잡초(mauvaise herbe)처럼 뿌리 같은 형태로 변형된 복수의 줄기들을 가진 근경식물(plante sans racine), 즉 ‘가짜 뿌리를 가진 식물’입니다. 리좀은 가짜 뿌리로 풀과 풀을 서로 끊임없이 잇고 있어서 ‘하나가 아닌 복수의 존재’로 만듭니다. 예를 들어 잔디 같은 식물을 떠올려 보면 되겠습니다. 얕은 땅 밑에서 개체와 또 다른 개체들이 리좀으로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이처럼 복수의 식물군(群)을 야기하는 ‘리좀의 비유’는 시작이 어디인지 끝이 어디인지 판별하기 힘든(어떤 면에서 판별이 필요 없는) 상황을 만듭니다. 
야외전인 ‘본전시1 - 비조각으로부터’는 순차적인 관람으로 강압적으로 인도하지 않고 관객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어떤 작품을 먼저 보더라도 전시의 의미와 본질이 변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전시의 공간 연출을 리좀 혹은 네트워크 형식으로 구성한 까닭입니다. 여러분은 본전시1에서 “자연과 풍경 그리고 건축이 조화를 이룬 ‘비조각적 조각’을 순차적인 동선이 없는 네트워형의 전시 공간”으로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은 그곳에서, “지면으로부터 솟은 것과 꺼진 것, 자연물 자체가 조각이 된 것, 자연 옆에서 자연을 흉내 낸 조각, 사물들이 모여 만들어진 조각” 등을 볼 수 있습니다. 


III. ‘본전시2 - 비조각으로’ 공간 연출


성산아트홀 전경, 성신아트홀 1층 


그렇다면, 실내전인 본전시2는 어떨까요? 본전시2는 본전시1과 달리 동선 계획을 면밀히 짜서 미리 준비한 내러티브로 관람객을 인도하는 전시 구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성산아트홀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여기 성산아트홀 1층 평면도가 있는데요. 가운데 넓은 홀(hall)이 보이시나요? 이 홀은 1층부터 3층까지 바닥과 천장을 잇는 16미터가 넘는 높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모든 전시장이 이 홀을 원기둥처럼 싸고 있다는 점에서 중정(中庭)이라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이 중정은 본전시2의 관람을 시작하는 프롤로그이자 전시의 관람을 마치고 내려와 마무리하는 에필로그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 공간을 아주 신경을 많이 썼는데요. 이 공간이 이야기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 공간이 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아! 이야기 구조가 출발한 곳에서 마무리되는 것인가 보군요? 네, 실제로 관객이 성산아트홀에 들어오면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함께 만나는 커다란 중정에 들어오게 되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Step1에서 Step 7에 이르는 전시장을 동선 배치에 따라 마련했습니다. 여기서 “관객은 ‘자연 - 환경 - 우주 - 인간 - 테크놀로지’로 이어지는 인간 문명의 거시적 내러비트와 ‘생로병사’의 미시적 내러티브로 구성된 전시 공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경직된 기념비, 커다란 볼륨, 육중한 매스를 탈주하는 조각(가볍거나-비조각의 형식)과 융복합의 콘텐츠를 담은 비물질의 조각(유연하거나 - 비조각의 내용)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곳에서는 지난번에 몇몇 작품을 살펴보았듯이, “물, 불, 흙, 바람, 공기, 거품, 빛과 같은 자연적 질료 그리고 종이, 섬유, 비닐, 솜, 글리세린, 석고와 같은 유연한 재료를 끌어들여 비조각 개념을 성찰하게 만드는 조각, 또는 무겁고 둔중한 재료를 사용하여 내용상으로 유연함과 연동되는 여러 주제를 탐구하는 조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파열과 해체 그리고 재구축이 어우러진 조각” 역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평면도에 작품이 몇 점 배치되어 있는데요. 지난 호에서 소개했던 미국 조각가 이안 맥마혼(Ian McMahon, 1982)의 작품 〈일시적인(fugitive)〉이 우측 상단에 보이는군요. 1층에 있는 홀 가운데에는 역시 소개한 바 있는 쿠바의 설치미술가 글렌다 리온(Glenda Leon, 1976~)의 모래흙을 쌓아 올린 작품 〈잃어버린 시간2 (Temps Perdu)〉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층 평면도에서 몇 가지 관객을 위한 공간 준비를 했는데요. 꼭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출품작 소개를 하기 전에 알려드립니다. 
평면도에 있는 파란색 공간은 ‘미디어 부스’입니다. 국내외 미술 전문지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국내 미디어로는 ‘월간미술, 아트인컬쳐, 퍼블릭아트, 서울아트가이드’와 같은 미술 전문 월간지를 초대해서 과월호 및 현재 잡지를 소개합니다. 해외 미디어는 중국의 아트론(Artron)이 소개됩니다. 아트론은 글로벌 미술시장 정보 뿐 아니라 다양한 해외 미술 아카이브를 축적하고 있는 미디어 기업으로 미디어 부스에서 다양한 미술 정보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그 외 해외 미디어는 몇 곳을 섭외 중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네요. 현재 홍보팀에서 고생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평면도에서 보라색 공간이 보이시나요? 이 공간은 ‘비엔날레 아트숍’입니다. 비엔날레 기념품 및 다양한 아트 상품을 저가에 판매하는 곳인데요. 관객들이 전시 관람 후에 연동되는 아트 상품을 살펴보고 구입도 하면서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추억하는 공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여러 가지 유의미한 아트 상품 개발을 위해서 전시, 학예팀, 홍보팀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대해 주세요. 




IV. 에필로그 
지금까지 살펴본 본전시의 공간 연출 방법은 사실 전시를 통해서 관객이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 몇몇 비엔날레에서는 미리 공개하는 일을 꺼리기도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기획자의 입장에서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계획대로 움직이려고 해도 전시는 꿈틀거리는 생명체라서 예측 불가능의 변수가 찾아와 애초의 계획을 엉클어뜨리기도 합니다. 이러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미리 말씀드리는 까닭은 올해의 비엔날레를 오랫동안 기다려온 관객과 독자에게 최대한 친절한 안내를 드리고자 하는 이유에서입니다. 얼마나 궁금하실까요? 
한편, 실제 비엔날레에서 저희가 계획 대비 실천을 못 했다면, 관객으로부터 냉정한 비판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한 비판을 각오하고 잘 준비하겠다는 마음을 담아서 앞으로도 비엔날레 소식을 친절하고 자세하게 전해 드리겠습니다. 
다음에는 본전시 출품작 중에서 ‘비조각’이라는 커다란 주제 안에서 살펴볼 수 있는 몇몇 키워드로 출품 예정작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많이 기대해 주세요. ●

출전/
김성호, 「총감독이 설명하는 창원조각비엔날레 2」, 『문화누리』, 6월호, 2020, pp.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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