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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2018금강자미술비엔날레 기획특별전 - 사이언스월든_자본展 /

김성호

공생의 자연/인간, 지속 가능성의 지식 공간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I. 들어가는 말
2018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특별기획전인 《사이언스월든 - 자본(Science Walden - Capital)》전(2018. 8. 28-2019. 2. 28,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은 이탈리아 작가 스테파노 데보티(Stefano Devoti)의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시도하는 프로젝트이다. 그의 작품명은 다음과 같다: 〈렛잇비(Let it Bee), 창의적 수분(受粉) 스튜디오: 지식 공간을 시도하다(LET IT BEE, Creative Pollination Studio: an Attempt of Knowledge Space)〉. 즉 이 작품은 ‘양봉을 위한 꿀벌의 셸터’를 예술적 구조물에 담는 것뿐만 아니라, 꿀벌과 같은 집단 주체의 특성을 견지하는 사회적 인간 주체가 당면한 과제인 미래적 창의성과 향상성이 무엇인지를 성찰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필자는 이 특별전의 의미를 해설하고, 스테파노 데보티의 작품을 분석하는 이 글에, 위와 같은 제목을 달았다. 과연 ‘공생’과 ‘지속 가능성의 지식 공간’이란 무엇인가? 이 글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무엇이 되어만 할지를 살펴본다. 이 글은 ‘통섭의 아트프로젝트’, ‘렛잇비, 창의적 수분 스튜디오’ 그리고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의 지식 공간’이라는 3범주의 소제목으로 분절하여 순차적으로 그 내용을 살펴본다.    







II. 사이언스 월든 - 자본 : 통섭의 아트프로젝트   
무엇보다 《사이언스 월든 - 자본》전은 2018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특별전인 만큼, ‘숲 속의 은신처(Shelter in the Forest)’이라는 비엔날레 주제를 계승하는 ‘전시 안의 또 다른 전시’가 된다. 즉 스테파노 데보티가 만든 거대 조각은 ‘지식 공간(knowledge space)’이라는 이름으로 ‘숲 속 또 하나의 셸터(shelter)’를 지향하는 생태적 자연미술이자, ‘꿀벌의 수분’을 과학적으로 실험하고 생태적으로 성찰하는 과학과 예술이 결합한 ‘융합프로젝트’인 것이다.  
이 전시는 ‘사이언스 월든’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장기 연구 프로젝트와 연동된 것이다. 이 연구 프로젝트는 ‘과학 - 예술 - 인문의 융합을 통해 인간 소외, 소통 부재, 경제적 어려움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행복한 사회 공동체를 성취’하려는 목적을 분명히 한다. 구체적으로 똥의 가치를 과학, 경제, 예술의 영역에서 찾는 ‘똥본위화폐’를 핵심 개념으로 삼아 ‘순환’의 경제학과 철학 그리고 ‘상생’의 사회학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5년부터 ‘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가 협력 기관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특별기획전은 자연미술이 사이언스 월든의 이러한 장기 프로젝트와 호흡을 나누는 과정에서 실천되고 있는 전시라 하겠다. 즉 이 전시는 사이언스 월든의 학제간 연구를 공유하고, 생태주의 철학과 공동체주의 사회학을 나누는 ‘공동의 프로젝트’를 자연미술의 영역에서 실천하는 전시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유념할 것이 있다면, 전체 주제에서 ‘사이언스 월든’이라는 이름 뒤에 달린 ‘자본’이라는 용어의 의미와 쓰임새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자본은 대개 ‘인적 자본(human capital)’ 혹은 ‘인간 자본’을 의미한다. 이것은 미국의 경제학자 게리 베커(Gary S. Becker, 1930~)가 1964년 출간한 동명의 저작에서 천명했던 용어로, ‘인간의 노동이 단지 사람 수나 시간이라는 척도로 파악되지 않고, 그 사람이 어느 정도 교육이나 훈련을 받았는가에 의존하여 생산성이나 소득이 결정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즉 ‘교육이나 훈련을 통한 인간 투자’를 통해서 이전의 경제 자본의 근원을 인간에게서 찾고자 한 관점이다. 이것은 인문학의 차원에서 “인간과 기계를 동일시한다”는 비판이나 “궁극적 목적이 되어야 할 인간의 삶을 경제성, 효율성의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인간 자본’은 오늘날 ‘집단 지성’의 차원에서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혹은 ‘창의적 자본주의’로 해석되기에 이른다. 
영국의  제프 멀건(Geoff Mulgan)의 최근 저서, 『메뚜기와 꿀벌: 자본주의의 미래에서의 약탈자와 창조자(The Locust and the Bee: Predators and Creators in Capitalism's Future)』에 따르면, 자본주의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리는 포식자인 ‘메뚜기’와 달리 ‘꿀벌’은 ‘창의적 자본주의’의 대표적 모델이다. 창의적 자본주의는 자본의 독식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가치 있는 무엇인가를 유산으로 남긴다. 제프 멀건에게 꿀벌은 이러한 완벽한 공동체와 생산성의 모델이 된다. 
특별전의 작가 스테파노 데보티에게도 꿀벌은 자연주의 생태학과 창의적 자본주의를 통섭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따라서 《사이언스 월든 - 자본》전은 이처럼, ‘순환’과 ‘창의’의 경제학과 철학 그리고 ‘상생’의 생태학과 사회학을 통섭하는 전시라 할 것이다. 이 전시는 과학과 예술, 자연과 인간, 창의와 지식에 관한 문제의식을 모두 담는다. 그런 점에서 한 점의 작품으로 ‘프로젝트형  특별 전시’를 홀로 구성하기에 족해 보인다고 하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한 작품은 건축적 구조의 조각 작품이면서, 동시에 시간을 두고 변모해 가는 생태적 자연을 추적하는 과학적 콘텐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이 작품은 ‘건축/조각/과학/생태’의 경계를 오가는 범주를 취하면서, ‘과학예술/자연미술/과정미술’의 장르적 속성을 넘나드는 통섭의 작품을 지향한다고 하겠다.    




III. 꿀벌과 인간의 공생 : 렛잇비, 창의적 수분 스튜디오 
작가 스테파노 데보티의 작품은 ‘꿀벌의 셸터’를 만든 것이다. 정확히 말해서, ‘양봉을 위한 꿀벌의 셸터’이자 ‘꿀벌과 인간의 공생을 위한 꿀벌의 셸터’가 된다. 꿀벌의 셸터가 왜 인간과의 공생을 거론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 
주지하듯이, 벌은 세계 곡물의 4분의 3의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곤충이다. 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 무척추동물의 40% 이상이 멸종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최근 뉴스는 커다란 위기의식을 인류에게 안긴다. 과학자들은 벌과 같은 꽃가루 매개 곤충이 사라지면 식량 가격이 오르고 식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노벨문학 수상자이자, 양봉업자이기도 했던 모리스 메테를링크(Maurice Maeterlinck)는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이내에 멸종할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2016년 유엔이 지원한 한 연구에서, ‘꽃가루 매개 동물에 의존한 식량 생산이 연간 5천770억달러(654조원)에 달하고, 지난 반세기에 걸쳐 30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사실’을 상기한다면, 오늘날 꿀벌의 개체 수 감소는 생태적 균형에 있어 매우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최근 부쩍 증대한 ‘벌집 군집 붕괴 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 즉 벌의 집단 폐사는 여러 원인이 있으나 그 중 많은 부분은 인류에 의한 것이다. 농작물 살충제, 유전자 변형 작물, 휴대폰 전자파, 지구 온난화와 같은 폐사 원인은 인간의 과오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작가 스테파노 데보티의 작품은 그간의 ‘인간만을 위한 세계 운영’에 제동을 걸고, 꿀벌의 지속적인 생존을 보장하는 시스템인 ‘3Bee 기술’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공생’에 관한 생태적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즉 꿀벌의 화분 매개 활동을 과학적으로 지원하여, 꿀벌과 인간의 생존을 함께 보장하는 것이다. 
‘3Bee’ 기술은 이탈리아의 한 벤처 기업이 개발한 것으로,  다수의 데이터를 수렴하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을 통한 첨단의 기술 장치를 통해서 벌들의 생물학적 건강 상태, 서식지의 환경과 질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즉 하이브 테크(Hive-Tech)에 배치된 특수 센서를 통해 온도, 습도 및 소리, 체중 등 꿀벌이 처한 상황과 실제적 활동을 실시간 및 원격으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장치인 것이다. 이 장치는 벌들의 수분 과정에서 채집되는 유해 물질을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함으로써, 즉각적으로 실제 환경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 농약과 같은 화학제를 쓰지 않는 상태에서 이러한 환경 오염, 기생충 감염, 바이러스성 질병에 저항하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를 실현함으로써 좋은 박테리아를 확산하고 질 좋은 꿀의 수확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창의적 수분 스튜디오’는 꿀벌이 생산하는 벌꿀과 프로폴리스 등의 양봉의 질을 높이고 질 좋은 꿀을 보다 더 많이 얻고자 하는 단기적인 목표를 넘어선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은, 이 작품이 ‘창의적 인간 자본’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즉 인간의 효율적 능력을 높이고 인간으로부터 노동의 가치 이상의 자본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보라! 이 ‘창의적 수분 스튜디오’는 ‘3Bee’ 기술을 통해 실시간 분석의 결과들을 모바일 앱(app)과 ‘다중운영심(multi-operator SIM)’을 통해 오픈-소스로 제공함으로써 소위 ‘근면한 벌 떼(swarm)’라 불리는 창의적 발명가들이 환경 개선을 위해 자발적으로 해결책을 찾도록 이끌기도 한다. 이러한 양상은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레비(Pierre Levy)가 주창하듯이, 사이어 공간의 집단 지성(Intelligence collective)이라는 주체를 통해 작금의 공동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실천 모델이 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창의적인 인간 자본을 구축하려는 노력과 집단 지성의 실천적 노력은 ‘공생’을 지향한다. 유념할 것은 이 작품이 실천하는 공생은 한쪽만 이득을 얻고 다른 한 쪽은 이득도 손해도 없는 ‘편리공생(commensalism)’을 지향하기보다 양쪽 모두 이익을 얻는 ‘상리공생(mutualism)’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즉 이 작품은 ‘인간이 벌을 돕는 공생이자, 동시에 벌이 인간을 돕도록 만드는 공생’이 되고자 한다. 달리 말해, 인간이 자연을 대상화하는 관점으로부터 탈주하면서 생태계의 주인공으로 자연을 초대하여 함께 공생하려는 것이다. 







IV. 건축적 조각 : 지속 가능성의 지식 공간   
특별전의 출품작 〈렛잇비, 창의적 수분 스튜디오: 지식 공간을 시도하다〉는 건축적 조각의 형식을 지닌다. 이러한 형식은 작가 스테파노 데보티의 그간의 예술 수련과 작업 경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드로잉, 회화로 시작했던 미술의 입문기를 거쳐 베니스예술아카데미 (Venice Art Academy)에서 돌조각은 물론이고 연철, 주물, 목공, 설계,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익혔던 경험은 예술 창작에 있어서의 학제적 접근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지니게 되었다. 출품작이 건축/조각, 미술/과학/생태학/사회학과 같은 통섭의 미술 형식을 띄게 된 것도 그러한 연혁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러한 ‘건축적 조각’의 형식은 1960년대 미니멀아트의 등장 이래 20-21세기 미술에서 보편화된 것이다. 특히 비평가 마이클 프리드(Michael Fried)의 미니멀아트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촉발된 현대 미술의 비미술적 경향은 사물성(objecthood), 연극성(theatricality)을 비판적 담론을 야기하면서 한 축에 거대한 규모의 ‘건축적 조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프리드가 비판했듯이, 이러한 양상은 기존의 미술이 즉각적인 지각에 의한 작품 감상을 가능하게 했던 현재성(Presentness)을 상실케 하고 작품의 규모와 감상자의 지각의 차원에서 시간을 투여해서 작품을 둘러보게 만드는 현전성(Presence)으로부터 유발된 것이었다. 즉 이러한 현전성이란 미술 감상에 해당하는 방식이기보다는 연극이나 공연 관람이 촉발시키는 담론이었다. 
관객은 덩치 큰 작품을 시간을 투여해서 둘러보고, 키네틱 아트 및 미디어 아트의 상호작용 예술의 요청에 화답하듯 반응하면서 현대 미술에서의 작품 감상에는 일련의 시간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정도의 문제만 다를 뿐, 미술은 프리드식의 관점으로 연극이나 공연이 된지 오래이며, 장르별 문제의식에 관점에서 과학이 되고, 일상이 된 지도 꽤 되었다고 할 것이다. 
스테파노 데보티의 ‘건축이 된 조각’ 또는 ‘생태/과학 프로젝트가 된 미술’은 먼저 벌집(Hive)의 기하학적 구조인 정육각형을 개념적 차원에서 빌려온 것이다. 즉 수학에서 공간을 빈틈없이 채울 수 있는 도형은 정삼각형, 정사각형 그리고 정육각형 세 가지뿐인데, 벌집의 구조적 모듈인 정육각형은 각 꼭지점으로부터 최대의 각이 형성되는 까닭에 집적되었을 때 동일한 3차원 공간에서 최대의 양을 수용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공간을 구성한다. 
그런데 데보티의 기하학적 구조는 끝을 자른 입방팔면체로 되어 있다. 이것은 ‘형제 도형’인 정육면체와 팔면체가 입체 구조물 안에 함께 만들어질 수 있는 구조가 된다. 따라서 구조물의 표면은 각각 팔각형, 육각형, 사각형의 조합을 형성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벌집의 정육각형 구조를 개념적 차원에서 빌려왔다는 평가가 가능해진다. 작가가 이러한 공간 구조를 구상한 이유는, ‘플라톤의 다면체’로 알려진 볼록 다면체, 즉 “모든 면이 합동인 정다각형”에 대한 고찰과 같은 인류 지성사의 오랜 다면체 연구의 결과들과 맥을 잇고자 한 까닭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작품이 ‘철학적 근원’과 떨어져 있지 않음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그가 출품작으로 제시하는 모듈(L.I.B.)은 자연에서 발견된 금속 결정체들, 즉, 황철광, 적철광, 자철광을 관찰하면서 생긴 ‘다면체 연구에서 얻은 영감’ 또한 함께 겹쳐 놓는다. 
한편 우리는 기하학적 구조물로 된 그의 작품이 제시하는 흥미로운 ‘지속 가능성에 대한 미학’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그것은 철 구조물의 표면을 코팅 처리를 하지 않은 채 시간에 따라 점차 녹슬어 가는 과정 자체를 작품 안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사실과 관계한다. 철이 공기와 만나 점차 부식해 가는 것이 어떻게 지속 가능성이 되는가? 그것은 소멸성이 아니던가?  그가 철의 표면을 방식체로 처리하지 않은 까닭은, 철을 호흡하는 박테리아가 지구상의 최초의 생명 중 하나였다는 최근의 과학 논문에 따른 영감을 조형적으로 실천한 것이다. 녹이 슨 산화철은 토양을 풍부하게 하고 오염 물질을 정화한다. 이것은 마치 자연미술이 추구하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의 미학’을 상상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데보티의 작품명에 부제처럼 붙은 ‘지식 공간의 시도(an Attempt of Knowledge Space)’가 무슨 의미인지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겠다. ‘지식 공간(l'Espace du savoir)’이란 앞서 우리가 살펴본 피에르 레비의 ‘집단 지성’과 연계되는 사회학적 담론의 용어이다. 이것은 지구 공간, 영토 공간, 상품 공간과 같은 ‘인류학적 공간(Les espaces anthropologiques)’에 기대고 있는 용어가 된다. 즉 주체가 대중화되고, 사이버 세계가 등장함에 따라 새로운 인류학적 공간으로 부상하게 된 것이 ‘지식 공간’인 것이다. 레비에게 있어 이 ‘지식 공간’은 오늘날의 온라인상의 공간으로 이해된다. 다자간 커뮤니케이션이 실행되는 공간, 권력이 분권화되는 공간, 주체간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집단 지성을 형성하는 공간, 소통의 민주적 공간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데보티의 벌집 형상의 이 공간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과 접속하고 모니터링의 지속성을 보장하면서, 다른 유저들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이 셸터는 연미산공원이라는 숲 속에만 고정적으로 위치하지 않는다. 이 ‘지식 공간’은 꿀벌 과 관련한 지식들이 씨줄과 날줄로 무수히 교차하는 네트워킹의 세계 가운데 한 위치의 접속점을 만들어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꿈꾸는 공간이 되는 셈이다.  


V. 나오는 말
이제 겨울이다. 데보티의 작품 위 직육면체 기둥 안과 주위에는 국화꽃들이 만발해 있고 구조물 안에 있는 4개의 벌통들로부터 바쁜 일벌들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던 시간들을 접고 이제 연미산은 겨울의 침잠 속으로 빠져들어 있다. 그 많던 관람객들도 겨울 산을 드문드문 찾을 뿐이고 ‘3Bee’ 기술을 소개하고 데보티의 작품을 설명하느라 늘 뜨거웠던 모니터도 이제는 잠시 열기를 식히고 있다. 다만 별 변화가 없는 꿀벌의 활동을 지켜보는 3Bee 기술에 의한 네트워크 시스템만 조용하지만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그들이 활동을 멈추고 벌통 안에서 동면은 아니더라도 조용한 월동에 들어가 있지만, 이제 날씨가 풀려 데보티의 작품 주변으로 꿀벌들이 부지런하게 날아다니며 자연 생태와 인간의 네트워킹을, 자연, 과학, 미술, 그리고 인간 자본의 만남의 세계를 하나둘 이 연미산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보여줄 날이 천천히 다가오길 기대한다. ●


출전/
김성호, 「공생의 자연/인간, 지속 가능성의 지식 공간」,『2018금강자미술비엔날레 기획특별전 - 사이언스월든_자본』, 카탈로그 서문, 울산과학기술원/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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