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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최하영 / 현대인을 위한 우화

김성호


최하영 작가론
현대인을 위한 우화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최하영의 작품은 텍스트가 가득한 우화집과 같다. 그 텍스트 안에는 욕망과 폭압, 지배와 피지배가 뒤섞인 풍자와 비판으로 가득하다. 화폭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돼지를 비롯한 동물들이거나, 사물들이지만, 그(것)들은 늘 누군가의 피해자로 등장한다. 그 누군가는 물론 인간이다. 오늘을 사는 어른으로 대별되는 욕망이 가득한 현대인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에 나오는 동물들은 늘 친근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그녀의 그림에 등장한 동물들은 반대의 모습이다. 그녀가 그리는 그림이 어른을 위한 우화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의 스토리텔링이 교육과 계몽을 목표로 하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의 전형이라면, ‘악에 대한 새드엔딩’은 ‘어른(들을 위한) 우화’의 전형이다. 거기에는 악에 대한 비꼼과 해학이, 징벌과 처단이 그리고 등장인물의 후회, 하소연, 억울함이 교차한다. 


최하영〈돼지야 drawing〉,(부분), 30.0×30.0cm×2, 장지에 혼합재료, 2017

그녀의 우화에서 돼지와 사물은 악이 아님에도 징벌과 처단을 받는다. 사악한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처단을 받는 것이다. 인간의 편의와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 식육을 위한 살육의 대상이 되거나, 재화로서의 효용성을 가치를 잃고 쓰레기로 폐기되는 것이다.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은 장소에는 컴퓨터 부품, 자동차 배터리, 샤워기 꼭지 등 각종 기기 및 공구들이 뒤섞인 채 방치되어 있다. 이들은 인간으로부터 버려지기 전까지는 충실한 조력자로 인간들과 동거했던 존재들이었다. 돼지 또한 마찬가지이다. 원래 야생에 거하던 그들은 인간들로부터 포획되어 길들여진 채 그들과 동거하다가 품종마저 개량되어 식용의 대상으로만 간주되어 사육된 존재들이다. 인간의 입과 식도를 거쳐 종국에 한 줌의 거름으로 사라질 운명이 된 존재들이다. 
인간에게 폭력을 당한 동물들과 산업품들의 동변상련을 묘사하는 방식으로 최하영은 블랙코미디와 같은 ‘허무한 익살스러움’을 선택했다. ‘돼지코’와 ‘돼지코 어댑터’, ‘돼지 입’과 ‘음료수 캔’은 ‘이종동형’으로 한 몸을 이룬다. 장지 위에 목탄으로 드로잉이 된 동형의 돼지들 무리와 지극히 서구적인 데생으로 묘사된 산업 폐기물들의 ‘주검 아닌 주검’은 오늘을 사는 현대인에게 지극히 심각한 상황에 이른 오늘날의 ‘사회생태계’의 민낯을 알려준다.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혹은 카툰이나 잡지의 삽화처럼 평평한 화면 위에 ‘검은 선을 두른 평면적 이미지’는 동물이든, 사물이든 모두 동형의 ‘집단초상’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이미지의 ‘유형론(類型論, typology)’에 포획된다. 모두 쌍생아처럼 보이는 그것들이 공통으로 받는 피해를 상징적으로 보이는 조형 언어가 되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서구의 회화 재료인 아크릴화와 동양의 서화(書畵) 도구인 모필이 만나 창출하는 ‘낯선 동양화’는 오히려 그녀의 작업을 꿈틀거리는 사회적 메시지를 강화시키는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


출전 / 
김성호, 「현대인을 위한 우화」, (최하영 작가론, 성신여대 대학원 동양화과 비평 매칭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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