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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정연주 / 숲이라는 심상의 풍경

김성호


정연주 작가론
숲이라는 심상의 풍경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정연주의 풍경에는 녹색이 가득하다. 그것은 나무(木)의 잎이자, 식물의 군집이 이룬 숲(林,  森)의 색이다. 녹색으로 대별되는 자연의 이미지란 늘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다. 동물과 광물을 자연으로부터 밀쳐내고 식물성을 자연의 대표로 내세우기 때문이다. 녹색은 싱그러운 생명을 지닌 채, 살아있는 존재를 상징한다. 나뭇잎을 잃은 마른 나무와 얼어붙은 땅이 드러내는 채도 낮은 황토색은 이러한 자연의 상징으로부터 배제된다.     


정연주, 〈Green place〉, 116.8x91.0cm, 장지에 채색, 2018

따라서 정연주의 녹색 가득한 풍경은 실재의 자연으로부터 기인한 것임에도, 우리는 그것을 추상으로 인식하고, 자연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며, 마인드스케이프(mindscape)로 읽는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 스스로 풍경을 재현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 자연에 대한 추상 관념으로 인식하고 탈재현-비재현을 거치면서 ‘녹색 가득한 신비로운 분위기’ 속으로 잠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유념할 것은 추상적인 풍경은 실재를 말하지 않고서도 실재를 배태한다는 것이다. 특정의 숲을 지칭하지 않는 그녀의 ‘풍경 아닌 풍경’은 자연의 실재를 효율적으로 드러낸다. 이처럼 ‘시각적 인식’으로부터 ‘실존적 인식’을 이끌어내고자 하는 그녀의 풍경은 관자로 하여금 ‘보이는 것’과 ‘느껴지는 것’ 사이에서의 의미론을 체험케 한다. 즉 ‘가시적 대상(visible object)’으로부터 관자들이 저마다의 ‘심적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을 떠올려내게 만드는 것이다. 가히 ‘심상의 풍경’이라 할 만하다. 
보라! 어두움 속에서 출발하는 녹색의 한 점은 무의식적으로 연속되는 붓 터치에 의해서 중첩되고 자라면서, 채도와 명도를 높이고 결국 생명으로 태어난다. ‘녹색 점 - 푸른 점들 - 싱그러운 생명의 숲’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서구의 점묘법과도 같은 방식으로 용묵(用墨)과 용필(用筆)을 활용하는 그녀의 작업은 ‘장지(壯紙)와 물뿌리개’의 발명이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점’의 형상으로 올라선 물감이 수분의 증발과 자기 중합으로 건조된 종이 위에서 고착화되지 않고 자신의 몸집을 서서히 불려 나갈 수 있었던 까닭은 ‘물뿌리개로 투입되는 물’이라는 용매의 침투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창작 과정 중에 수시로 개입하는 ‘물’은 종이의 배면 안으로 안료를 침투시키고 닦아내기도 하면서 묵직하고도 신비로운 숲을 만들어 가는데 일조한다.       
정연주의 작품에서 숲은 어둠 속에서 자라난 자연이며, 작가와 대화하는 또 다른 주체이다. 자연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며 작가는 오늘도 점으로부터 자연을 몸을 만들어가면서 그리기의 본질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 ●

출전 / 
김성호, 「숲이라는 심상의 풍경」, (정연주 작가론, 성신여대 대학원 동양화과 비평 매칭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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