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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적응방산 전 / 미시적 다양성이 생성, 분화하는 플랫폼

김성호

적응방산 - 미시적 다양성이 생성, 분화하는 플랫폼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0. 프롤로그 
올해도 연대는 지속된다. 작년에 이어 개최된 ‘아트스페이스프로젝트 - 연대2018’이라는 이름의 행사가 그것이다. 올해의 행사는 수원의 2개의 전시 공간이 빈집의 유휴 공간을 포함해서 연대, 기획한 《적응방산》전(2018. 6. 25-7. 25)으로 마련되었다. 이 전시는 ‘행궁동벽화마을 일대 빈집 3채’를 포함하고 〈대안공간 눈(예술공간 봄 전관)〉과 〈실험공간 UZ〉이 연합하여 성취된 것으로 작가 김수철이 기획했다.  
전시의 참여 작가들은 “수원에 연고가 있거나 전시를 했던 청년 작가 및 인천, 경기, 서울 연고의 신진 작가”로, 관련 기관과 미술인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총 21인이 선정되었다.  






I. 적응방산  
이번 전시명인 ‘적응방산(適應放散, adaptive radiation)’이란 무엇인가? 
이 말은 영국의 생물학자 오스본(Osborn, H. F.)의 연구인 『적응방산과 프로바시디아의 분류(Adaptive radiation and classification of the proboscidea)』(1921)라는 저작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적응방산이란 “생물의 한 분류군(分類群)이 여러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에서 식성이나 생활 방식에 따라 형태적, 기능적으로 다양하게 분화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달리 말해 “같은 종류의 생물이, 여러 환경에 조건에 적응하여, 가장 적합한 생리적, 형태적 분화를 일으켜, 많은 다른 계통으로 갈라지고,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 정도가 심화되는 일”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같은 종류의 생물이 생활 장소에 따라, 지상, 지하, 수상, 공중, 수중, 반수중 등으로 분화되고, 시간에 따라 주행성이나 야행성 그리고 식성에 따라, 육식성, 초식성, 잡식성 등으로 방산되어 온 것은 대표적인 예라 할 것이다. 
따라서, ‘적응방산’이라는 용어는 ‘아직은 적응 중이나 방산되지 않는 신진 작가’를 대상으로 한 하나의 메타포(metaphor)라 할 것이다. 신진 작가들을 “지금은 중앙(?)의 시스템을 순응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시장 중심의 미술 논리에 일찍 발을 담기 전”으로 진단하고 있는 기획자의 변을 보더라도, 적응방산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방산 전의 적응 중인 작가’로 규정해도 무리가 없겠다. 
다만 유념할 것은, 이 《적응방산》전은 참여 작가들을 ‘아직 방산되지 않은 미성숙의 존재’로 치부하기보다 여전히 ‘실험을 거듭하면서 적응 중인 다양한 잠재성을 지닌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명은, 창작 장르에 따라서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영상 미디어 등으로, 창작 경향에 따라서 추상, 구상, 표현, 개념 등으로, 창작 태도에 따라 개인형 미술, 커뮤니티형 미술, 프로젝트형 미술, 상업적 미술, 비상업적 미술 등으로 ‘구체적 방산’을 이루기 전에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생태를 찾으면서 부단히 ‘적응’에 애쓰고 있는 신진 작가에 부합하는 작명이라 하겠다. 



II. 전시 구성 
이번 전시는 3개의 공간에서 이루어졌지만, 각 공간에 해당하는 작위적인 소주제별 구성이 추가되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출품작의 특성에 따른 효율적인 공간 배정과 공간 연출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아래의 표에서처럼, 〈대안공간 눈(예술공간 봄 전관)〉에 9인, 〈실험공간 UZ〉에 7인, 〈행궁동벽화골목 빈집 3채〉’에 7인의 참여 작가들의 출품작으로 나눠 구성되었다. 이들 참여 작가 중 주예진, 이은우 2인이 두 공간에 각각 중복 참여했고, ‘빈집’에 장원석, 임지영 2인이 장과임이라는 이름의 1팀으로 포함된 관계로 총 21인(19인 + 2인 1팀)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가 되었다. 아래의 참여 작가 목록은 필자가 이 글에서 언급하는 순으로 재편성된 것이다.  



(표) 참여 작가와 전시 구성
 
〈예술공간 봄〉은 이 2014년 새로 개관한 〈대안공간 눈〉(2005~ )의 부속 전시 공간이다. 생활 공간을 확장하고 리모델링하여 만든 공간인 만큼, 특유의 공간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내부의 벽을 허물어 만든 커다란 전시 공간 및 세미나 룸이 있는가 하면, 방 및 창고의 구조를 고스란히 보전하여 만든 작은 전시실들이 연접해 있다. 
〈실험공간 UZ〉은 2015년 화성행궁 앞 한 빌딩의 지하의 공간을 리모델링해서 영상 룸 하나만 빼고 공간 전체를 하나의 룸으로 만든 전시 공간이다. 화이트 큐브로 지칭하기에는 어색할 만큼 내부의 노출 콘크리트 등이 고스란히 드러난 채 마무리되어 있어, 퍼포먼스, 설치 등 실험적 예술을 펼치기에 제격인 공간이다. 이름만큼, ‘실험 예술의 산실’을 지향한다.  
〈빈집 3채〉로 임시 이름을 붙인 ‘3채의 빈집’ 또한 이번 전시의 또 하나의 범주이다. 현재 거주민이 떠난 이후 개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유휴 공간이다. 이번 전시에서 이 공간은 신진 작가들의 재기발랄한 출품작들로 인해 매우 훌륭한 전시장으로 탈바꿈하였다. 향후 이곳은 행정안전부에서 공모한 마을공방육성사업에 선정되어 작가들이 입주해 주민, 관광객과 소통하는 마을 공방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행궁동벽화골목 3채의 빈집’을 포함해서 〈대안공간 눈(예술공간 봄 전관)〉과 〈실험공간 UZ〉은 생활 공간으로부터 전환한 전시 공간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특히 후자의 두 공간은 수원 작가들의 자유롭고도 활발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작가가 주도적으로 설립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즉 수원 현대미술의 발전적, 미래적인 전망을 가능케 하는 주요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채, 지역의 새로운 미술 지형도를 펼쳐 나가는 일에 있어서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III, 분석 -  〈대안공간 눈(예술공간 봄 전관)〉 전시 
고진이는 ‘버려진 회화’로부터 색 조각들을 골라낸다. 색이 칠해진 캔버스 천에서 일정한 색을 지닌 부분을 같은 크기로 잘라내어 색의 스펙트럼을 만들어 전시장 지하의 공간 벽에 배열한다. 그것은 작가의 선택에 의해 ‘쓸모없는’ 폐기물로부터 ‘쓸모가 있는’ 예술로 가치 전환된다.
이윤지는 내면의 표현 의지를 낙서와 같은 ‘날 것의 텍스트’로 쏟아낸다. 한 작가의 솔직하고도 내밀한 개인의 감정과 생각을 무의식으로부터 작은 종이 위에 꺼내 올린 수다한 텍스트들은 부끄러운 듯 벽면에 뒤집힌 채 걸려 있지만, 그것은 작가의 ‘지속적으로 교차하는 양가적 욕망’의 반증일 따름이다. 타자에게 보이려는 욕망과 비밀로 숨기려는 욕망의 교차 말이다.    


주예진은 자신이 만났던 지인들을 메이킹 포토(making photo)로 재연/재현한다. 마치 연극 무대 속 배우처럼 메이크업과 의상 등으로 치장하고 타자의 표정과 이미지를 흉내 내는 작가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이내 사진 속 인물에서 작가의 모습을 지우고 재연/재현의 대상인 타자의 모습을 감쪽같이 얹어낸다. 마술 같은 시뮬라크르의 환영에 대한 즐거운 놀이와 질문! 


서도이는 작은 회화 한 점을 출품했다. 앞모습과 뒷모습이 중첩된 듯 표현된 인체, 기묘한 표정의 얼굴, 의자 없이 위태롭게 앉은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인물, 그리고 화면 위쪽에 ‘열리는 문, 혹은 닫히는 문’과 같은 도상은 회화가 전하는 침묵의 메시지를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 그곳에는 잔인한 고통의 징후와, 치유를 기원하는 명상이 함께 일렁인다. 
이은우는 클로즈업된 손들만 그려 놓은 회화를 선보인다. 그것은 몸의 확장이자 얼굴과는 또 다른 메시지의 표현이다. 미완의 것이긴 하지만 때로는 그것은 언어보다 강렬하고 얼굴 표정보다 구체적이기도 하다. 가히 몸의 제스처를 통한 비언어적 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이자 몸으로 행하는 소통(bodily communication)이라 할 만하다. 


두정희는 경마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룬 회화를 선보인다. 멋진 경마장 기수가 몰고 있는 ‘재갈을 물린 말’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 경쟁 속에서 완주자와 낙오자를 가리고, 성공과 패배를 가늠하는 인간 사회에 대한 비유가 여실하게 회화 속에 침입한다. 경쟁의 대열에 ‘나/너’를 몰고 간 ‘보이지 않는 지배자’에 대한 의문 역시 그녀의 풍자적인 회화를 둘러싸고 펼쳐진다. 
장경애는 검푸른 빛의 풍경화를 선보인다. 그것은 빛의 소멸 지점에서, 혹은 빛을 밝히는 지점에서 펼쳐지는 어두운 풍경이다. 마치 탈 것에 실린 관조자의 시점에 포착된 풍경처럼 그녀의 풍경화는 지속적인 운동성을 담은 속도감 있는 ‘순식간에 번지는 듯한 붓질’로 가시화된다.  
민경준은 회화, 조각, 설치, 사운드 등이 맞물린 작업을 선보인다. 한지 위 가느다란 선묘 드로잉과 한지로 만든 인형 그리고 트라이앵글의 진동을 유도하는 기계적 설치는 현대인이 상실한 시각, 청각, 촉각과 같은 감각에 삐딱하게 되묻는 ‘뼈 있는 농담’이다. 한편 그것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할 만큼의 무뎌진 감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던지는 그만의 풍자와 해학이기도 하다.


권나영은 무수한 원기둥 형태를 화면 안에 멀티플 형식으로 가득 채운 회화를 선보인다. 그것은 ‘무의미한 낙서’, ‘몰입을 위한 단순한 놀이’로부터 출발해서 반복되는 패턴을 만드는 조형 언어의 규칙을 발견하고 그 질서를 작품 안에 부여하려는 시도가 된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을 ‘유희하는 인간(Homo Ludens)’으로 확인하려는 ‘회화 의지’가 넘실대는 ‘무엇’이다. 




IV, 분석 - 〈실험공간 UZ〉 전시 
이찬주는 전시 공간 중앙에 건물의 골조와 그 주위를 둘러싼 비계를 연상케 하는 구조물을 설치한다. 작가는 이른바 ‘공사 중’인 불안하고도 스산한 풍경으로부터 주체와 타자, 주체와 대상 그리고 사물과 또 다른 사물과의 관계와 만남을 탐구한다. 그럼으로써 이러한 ‘삐걱대는 만남의 사건’으로부터 희망이라는 미래를 건져 올린다. 



정윤선은 현재까지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한 UFO와 외계를 ‘터무니없는 허구의 내러티브’로 추적한다. 컵라면 용기를 UFO로, 하수구의 스프레이 흔적을 외계의 신호로 간주하는 작가의 장난스러운 상상은 그녀의 허구적 다큐멘터리를 예술적 상상계에서 부유하게 만든다. 인간의 관성화된 인식에 제동을 거는 작가의 뻔뻔한 블랙유머와 해학이 빛을 발한다.  
나선미는 '빛의 조각(A Piece of Light)', '밤의 조각(A Piece of Night)'이라 명명한 드로잉 시리즈를 선보인다. 벽면에는 추상과 구상을 오가는 작은 회화들이 산발적으로 병치되어 있고, 천장과 바닥에는 마른 식물과 형태가 일그러진 하얀 조각들이 설치되어 있다. 회화, 조각, 설치를 횡단하는 작품은 실재와 가상을 오가는 이미지의 다면성에 대해서 발언한다. 


윤대희는 회화적 설치에 관한 방법론을 실험한다. 가설 지지대에 의지한 채, 바닥에 자라듯 서 있는 캔버스 회화는 조각과 같은 기념비로 새롭게 정초된다. 표현주의 화풍이 가득한 구상적 인물들이 중첩되면서 불러일으키는 상상 가능한 내러티브들의 충돌이 의미심장해 보인다.  


윤설희는 풍경을 수묵으로 그린 장지를 자르고 다시 바느질로 이어 붙인 ‘재조합된 페인팅’ 혹은 ‘새로운 유형의 쉐이프트(shaped) 페인팅’을 선보인다. 이러한 화면의 분절과 재구성은 유년기 과거의 기억을 현재적 풍경 안에 소환하는 방식으로 성찰하는 현재적 삶을 은유한다. 
백승섭은 한지 위에 먹을 가득 올린 검은 회화를 선보인다. 원형의 구심체를 중심으로 주변에서 화염 혹은 수풀과 같은 존재가 물결치듯 자라나는 형상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시각화한다. 그것은 감정과 같은 ‘마음의 측면’과 기(氣)와 같은 ‘몸의 측면’을 한데 아우른다. 
이은우는 ‘예술공간 봄’에서 선보였던 클로즈업된 손들과 달리, ‘실험공간 UZ’에서는 살덩어리와 같은 모습으로 표현된 인간의 몸을 선보인다. 커플 혹은 군상으로 표현된 그것은 언제나 미완성 상태로 실존의 문제에 직면한 채 번민하는 ‘사회적 인간’이란 존재를 적나라하게 대변한다. 



V, 분석 - 〈행궁동벽화골목 빈집 3채〉 전시 
주예진은 ‘예술공간 봄’에서 선보였던 메이킹 포토 작업과 달리 ‘빈집’에서는 매우 개념적인 작업을 선보인다. 그것은 쌓아놓은 연탄, 빗자루, 버려진 화분 등 빈집에 남겨진 30여 개의 물건들 위에 번호표를 달아주는 것이다. 주인 잃은 사물들을 재편성하는 분류표를 달아주는 행위를 통해서 사물들에 얽힌 내러티브를 추적하고 ‘지금, 여기’에서 새로운 이름 짓기를 꾀한다.  
손승범은 빈집에 남겨진 각종 사물들을 한군데 모아 쌓아올리고 금색으로 칠해진 오브제를 한데 섞어 놓음으로써 ‘발견된 오브제’와 ‘만들어진 오브제’가 만드는 새로운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것은 시간이 켜켜이 쌓인 오브제에 새로운 자격을 부여하는 작가만의 ‘기념비’가 된다. 


김상미는 빈집의 자개장 안에 하얀 융을 깔고 올려놓은 자투리 실이 담긴 병, 빈집에 자라난 풀들을 담은 흙병과 더불어 자개장 구석에 만들어 붙인 거미줄 그리고 멸치의 허물을 벗겨 이어붙인 작품들을 통해서 빈집의 역사를 재구성한다. 그것은 ‘시간을 품은 빈집’에 바치는 ‘조형적 제의’와 같은 것이다. 
장영훈은 빈집에서 발견된 사물들을 새롭게 배열하고, 자신이 만든 새로운 오브제를 개입시킴으로써 빈방의 역사를 다시 쓴다. 그런 의미에서 방안 가득히 피운 ‘향’은 장갑, 침례증서, 성가 악보 등 빈방 속 죽은 사물을 진혼하는 제례의식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한편, 수많은 다리가 달린 곤충과 사람의 얼굴을 한 괴생물체는 빈방의 역사를 새로 써나갈 낯선 입주자가 된다. 
장과임(장원석+임지영)은 콜라보 작업을 위해 빈집 곳곳을 장소화한다. 다락방에 안치한 금박을 입힌 입체물(금으로 도배된 운석), 지붕 위에 안착하거나, 그물망에 걸린 금박의 물체(금덩어리)는 빈집의 허허로운 공간을 성역화하기에 족하다. 게다가 빨랫줄에 걸어 놓은 투명 필름이나, 한 시간마다 들리는 내레이션은 빈집의 공간을 낯설게 하면서 우리의 망각 속 기억을 소환한다. 



이수연은 빈집을 대면했던 첫인상을 화두로 삼고 몸을 둘러싼 인간 존재를 회화와 설치의 언어로 탐구한다. 고깃덩어리처럼 쇠갈퀴에 매달린 드레스 오브제와 그것을 말없이 지켜보는 벽 속의 회화로 표현된 인물들이나 바닥에 설치한 유리에 반영된 빈집 속 풍경.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의 자기애적 욕망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요청한다. 





0. 에필로그 - 네트워크와 소통의 플랫폼 만들기 
2017년 ‘연대’를 화두로 네 곳의 전시 공간이 연합했던 ‘아트스페이스프로젝트’는 올해 두 곳의 전시 공간이 주축이 되어 빈집 3채를 활용하고, 신진 작가에 집중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신진 작가는 지역 미술 현장의 발전적 미래를 이끌 잠재적인 중추 세대이다. 이들을 이끌 이들은 이미 주류를 형성한 허리 세대의 중진들이다. 신진들에게 시행착오의 경험을 전수하고 그들을 바른 길로 이끌어야 할 사명마저 지니고 있다고 할 것이다. 
오늘날 미술 현장에서, 중진의 길에 이르는 지혜를 전수하기보다 신진들에게 ‘구별 짓기’의 음험한 올무를 치거나 신진과의 ‘상징투쟁’을 부추기는 못된 선배가 아예 없다고는 못하겠다. 밝음의 선의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어둠의 악의가 함께 존재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진 작가에게 전시의 장을 제공하고 그들의 네트워크를 독려함으로써 용기를 북돋을 뿐만 아니라 중진의 경험을 나누는 이번 전시는 분명히 ‘수원의 미술 현장’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주요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관건은, 중진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신진에게 따라오라고 재촉하며 그들을 교육과 계도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신진만의 ‘적응방산’의 방법론과 네트워킹의 과제를 그들 스스로 찾도록 끊임없이 지원하고 독려하면서 지켜보는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아트스페이스프로젝트’ 안에 신진 작가를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진들 스스로 자신에게 적합한 ‘미시적 다양성이 생성, 분화하는 플랫폼’을 그들 스스로 구축하게 도움을 주는 일이다. 아래의 기획자의 변은, 이러한 우리의 기대에 다분히 상응하는 것이라 하겠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신진 작가들이) 놀이 방법의 주체가 되어 장소 특수성, 세계관, 미술 언어 등을 생산하고, 새로운 시각의 전시 방법과 소통 방법을 찾아내길 소망한다. 남들이 만들어 주는 무대보다 본인들의 작품 세계를 잘 이해하는 동지들과 무대를 구축하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놀아보길 희망한다. 가까운 미래에 스스로 중심이 되어 통나무를 파내 카누를 만들고 유유히 자신만의 항해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 큰 것이다.” ●

출전 /
김성호, 「적응방산 - 미시적 다양성이 생성, 분화하는 플랫폼」, 전시 카탈로그, 《적응방산》전(2018. 6. 25-7. 25. 대안공간 눈(예술공간 봄 전관), 실험공간 UZ, 행궁동벽화마을 일대 빈집 3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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