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평론 일반│2018다카르비엔날레 - 붉은 시간과 새로운 인류

김성호

(69)세계 미술의 현장 
2018다카르비엔날레 - 붉은 시간과 새로운 인류

김성호(미술평론가)

제13회 2018다카르비엔날레(Biennale de Dakar 2018)가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의 옛 대법원 건물에서 ‘붉은 시간(L’Heure rouge)’이라는 주제 아래 한 달간의 일정(5.3-6.2)으로 열렸다. 예술감독 시몬 엔자미(Simon NJAMI, 1962-)는 마르티니크의 시인 에이메 세세르(Aimé CÉSAIRE)로부터 빌려온 ‘붉은 시간’이란 주제를 “성년으로 성장하는 시간”이자, “인류가 자신에게 새로운 힘을 부여하고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순간”으로 해석한다.


 Rina Ralay-Ranaivo, Installation accédant à l’oeuvre, 2018, Dakar Biennale 2018
 

엔자미는 33개국에서 75인의 미술가들을 초대한 비엔날레 본전시(ON) 주제로 ‘새로운 인류(Une NouvelleHumanité)’를 제안했는데, 이 용어는 인종 차별과 식민주의에 맞섰던 사상가 마르티니크의 프란츠 파농(Frantz Fanon )의 텍스트로부터 가져왔다. 그 것은 한마디로 ‘탈식민화된 새로운 인간’이다. 혹자는 이 시대 속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서구 제국주의로부터 탈식민화되었으나 여전히 서구의 문화식민지’라고 피력한다. 프랑스로부터 오랜 피식민의 경험을 지닌 세네갈은 세네갈 인구의 약 40%를 차지하는 자국민 월로프족의 모어(母語)인 월로프어 대신 불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그런 만큼, 이러한 시대에 직면해서, 90년대에 출발해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미술제가 된 다카르비엔날레가 제안한 두 주제는 유효해 보인다.

2016비엔날레에서 장소로 이미 사용된 바 있는 옛 대법원 건물은 2018비엔날레의 비장한 주제와 출품작들을 넉넉히 품을 만큼 고색창연하고 장대하다. 대법원 뜰을 박스로 가득 메우고 지붕만 남긴 텐트를 공중에 매단 리드(Marcos Lora READ)의 작품, 옛 법정을 모래흙으로 가득 쌓아 놓은 쿠바 작가 레온(Glenda LEÓN)의 설치 작품 그리고 흙길을 건너야만 스크린의 긴 시를 읽을 수 있게 만든 마다가스카르 작가 라나이보(Rina Ralay-RANAIVO)의 설치 작품들은 아프리카와 제3세계의 근대와 현재에 대한 기억을 교차시킨다. 흙먼지 날리는 땅과 사투를 벌인 한 여인의 더러운 발을 사진에 담아낸 세네갈 작가 칸시(Kan-Si)의 사진은 어떠한가? 그것은 문명화의 시대를 지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자연과 더불어 느리게 가고 있는 아프리카의 현재를 조명한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 피식민 시대의 알제리의 대중음악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는 카멜리(Katia KAMELI)의 시적인 비디오 작품이나, 테크놀로지를 실험하는 키네틱아트, 무수한 비디오 영상 출품작들은 더 이상 아프리카 미술이 자연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증명한다. 감시 카메라와 비디오, 거울 게임을 교차시키면서 현대 사회의 음모론적 현실을 위트 있게 비판하는 베닝 작가 미데로스(Emo de MEDEIROS)의 설치 작품은 대표적이다.

 

Group oMo, About the suppression of meanings and deeperunderstanding, 2018, Dakar Biennale 2018, 한국특별전 

다카르비엔날레는 ‘옛 대법정’ 및 세네갈국립미술관, 이판미술관 등 총 8개 공간에서 열리는 본전시(ON)와 더불어 다카르 시내 곳곳에서 축제처럼 펼쳐지는 특별전(OFF)이 함께 열린다. 필자가 예술감독으로 기획한 ‘또 다른 언어들-2018 다카르비엔날레 한국특별전’(보리바나미술관, 5.7-6.2)도 그중 하나이다. 이 전시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작가의 눈으로 탈식민화된 언어의 사용을 재해석했다. 주세네갈 한국대사관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세종대왕기념사업회, 국립한글박물관,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한국의정신과문화알리기회가 후원했다. 유진규, 정현, 육근병, 노주환, Hamedine Kane(세네갈), Jihan-El Tahri(이집트), Max Mbakop(카메룬), 그룹 oMo(독일) 등 5개국 17인이 참여한 이 전시의 개막식에는 쿨리발리(Abdou Latif COULIBALY) 세네갈 문화부장관과 많은 대내외 기자들이 참여할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 중앙대 서양화 학사, 동 예술대학원 석사, 파리1대학 미학예술학 박사. 모란미술관 큐레이터(1996-98), 미술세계 편집장(2006), 쿤스트독미술연구소장(2008-09), 성남문화재단 전문위원(2008-09), 중앙대 겸임교수(2009-10), 2008창원아시아미술제 전시감독, 2014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 전시총감독, 2015바다미술제 전시감독, 2016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 총감독, 2018다카르비엔날레 한국특별전 예술감독.


출전 / 
김성호, '2018다카르비엔날레 - 붉은 시간과 새로운 인류', 세계미술의 현장, N. 69, 서울아트가이드, 6월호, 2018.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