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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안녕, 유리 _ 이탈리아-한국 유리 조형 교류전

김성호

가능한 모든 예술 실험으로서의 유리 조형


김성호(Kim, Sung-Ho, 미술평론가)

유리섬미술관은 올해 후반기 기획전을 통해서 이탈리아와 한국의 유리 조형을 함께 살펴본다. 이 전시는 구체적으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무라노 유리 공방들과 한국 안산의 대부도 유리섬미술관이 중심이 된 교류전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 전시는 3개의 지향점을 갖는다. 하나는 양국의 유리 조형의 교류를 통한 유리 예술의 국내외 확산이고, 또 하나는 유리비엔날레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 사전 준비 작업’의 일환이다. 마지막 하나는 미술관을 찾는 안산 지역민들은 물론이고 타 지역에서 온 모든 관람자들이 보다 더 친밀하게 유리 조형 작품들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기회의 장을 만드는 것이다.    
    

 I. '이탈리아-한국'을 잇는 유리 조형
유리섬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서 이탈리아에서는 다비드 살라보도르(Davide Salavodore) 외 3인의 작가들(Marco Salvadore, Mattia Salvadore, Massimilano)과 더불어 하나의 공방(Ex santa Chiara Church)을 초대했다. 한국에서는 곽동훈 외 9인의 작가들(김기라, 김수연, 김준용, 이규홍, 이지용, 임현준, 장민호, 조현성, 편종필)을 초대했다. 
총 14인(팀)의 유리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국제 교류를 통해 양국의 유리 조형을 발전적으로 모색하고 유리비엔날레를 준비하기 위한 프롤로그 성격의 전시라는 차원에서, 유리 조형에 관한 통시적(通時的, diachronic)이고 공시적(共時的, synchronic)인 범주의 ‘가능한 모든 예술 실험’을 포섭한다. 가히 ‘유리 조형의 모든 것’을 모색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모든 것들은 대략 3가지의 섹션으로 구획되어 관객들에게 선보이게 되는데, 첫째 섹션은 유리 예술에 대한 소개와 무라노 유리 공방에 대한 설명이고 둘째와 셋째 섹션은 각각 한국과 이탈리아의 유리 조형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탈리아 출품작을 중심으로 이러한 섹션들을 역순으로 살펴보면서 이 교류전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듯이 성찰해 보고자 한다.   


II. 이탈리아의 유리 조형
이번 전시에는 이탈리아 공방 ‘엑스 산타(Ex santa Chiara Church)’에서 선보이는 작자 미상의 오래된 유리 예술품으로부터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중진 및 신진 작가들의 작품까지를 함께 아우르며 소개한다. 
먼저 ‘엑스 산타’ 공방의 5인의 참여 작가들(Badioli, Silvano Signoretto, Walter Furlan, Adriano dell Valentina, 작자 미상 1인)의 출품작들은 이탈리아 유리 예술의 진면목을 선보인다. 시그노레토(Silvano Signoretto)의 작품들 중에서 열대어가 있는 해저 풍경의 작품 〈아쿠아리움(Acquario Battuto)〉이나 플라맹고를 실감 나게 재현한 작품 〈분홍 플라맹고(Fenicottero Rosa)〉는 장식성이라는 전통 유리 공예의 기능적 역할을 십분 선보인다. 보라! 작가 미상의 작품 〈베네치아 카니발(Carnevale di Venezia)〉은 카니발에 참여하는 여인 형상으로 만들어진 ‘병’이며, 바디올리(Badioli)의 작품 〈무라노 촛대〉는 한 남성이 팔을 벌려 초를 받치고 있는 ‘촛대’의 용도로 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기능성이 탈각된 채 조각으로서의 위상만을 드러내는 작품은 없을까? 속살이 투명하게 엿보이는 토르소인 발렌티아노(Adriano dell Valentina)의 작품 〈여자의 몸(Busta di Donna)〉이나, 이 투명체의 개인을 4명의 가족으로 늘린 시그노레토(Silvano Signoretto)의 작품 〈가족(La Famiglia)〉은 특별한 기능적 목적을 떠나 유리 조각의 순수한 면모를 드러낸다. 그 뿐인가? 피카소에게 헌정하는 퓌르랑(Walter Furlan)의 작품 〈키스(Il Bacio)〉는 피카소 식의 자유분방한 조형 언어와 현란한 색유리를 선보인다. 추상의 유리 조각을 지향하는 퓌르랑(Walter Furlan)의 작품 〈불꽃의 형상(La Fiamma)〉이나 시그노로레토(Silvano Signoretto)의 작품 〈무한대(Infinito)〉는 순수함을 지향하는 모던아트 그 자체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또 다른 참여 작가들의 출품작들의 면모는 오늘날 유리 조형의 ‘가능한 모든 예술 실험’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살바도르(Davide Salavodore)의 고대의 현악기를 재현한 듯한 유리 조각은 유리 공예의 기능성과 심미성을 한데 아우른다. 살바도르(Marco Salvadore & Mattia Salvadore)의 유리 조형은 현대 추상 조각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더 나아가 마시밀라노(Massimilano)의 유리 조형은 여러 경향을 아우르면서 한 작가에게서 발견되는 유형론(typology)을 탈주한다. 그는 유리 자체의 조형뿐 아니라, 이야기가 있는 연극적 조각을 모색하고 부르카(Burka)천과 같은 오브제를 연동하거나, 추상과 구상을 함께 횡단하면서 복합적인 조형의 세계를 한꺼번에 선보인다. 그것은 가히 동시대의 다원주의적 조형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Davide Salavodore

Marco Salvadore_Mattia Salvadore

Walter Furlan_Il Bacio(키스)

danzando-nella-pioggia-coppia-instagram



III. 한국의 유리 조형 
10인의 한국 작가들의 출품작들에서도, 우리는 유리 조형의 물리적인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그들의 다양한 예술적 실험들을 읽을 수 있다.  
평판 유리와 더불어 아이스 크리크(Ice Creak) 등으로 만든 임현준의 투명한 항아리는 그릇으로서의 용도 너머에서 유리 공예의 미학적 범주를 질문한다. 또한 ‘담을 것’이라는 유리 공예의 전통적 문법을 계승하는 김준용의 색유리 그릇들은 만개한 꽃잎이 그릇으로 내려앉은 듯한 형상성과 더불어 오로라처럼 환상적으로 번지는 색감이 맞물리면서 특유의 신비로움을 창출한다. 
이규홍의 자두와 같은 과일 형상을 담은 구체(球體)들이나, 이지용의 꿀벌의 몸통과 같은 신묘한 줄무늬를 가진 조약돌 모양의 조각체는 어떠한가? 특이하게도 그것이 구상인지 추상인지 애매한 지점에서 유리 조형의 탈기능으로서의 신묘함이 드러난다. 그런 면에서 철프레임으로 둘러싸인 김기라의 맑은 풍경 조각도 유용성과 기능성으로부터 탈주하는 미학적 모험을 시작한다. 마치 물속 혹은 기포 많은 얼음 속에 갇힌 듯한 깃털의 형상은 관객의 서정적 감성을 자극한다. 기괴한 검은 녹색의 생물체 형상을 한 장민호의 작품은 도계 지역의 석탄 폐석으로 특화된 도계유리(dogye glass)를 통해서 한국적 유리 조형을 실험한다. 



곽동훈. Blue Shirt-Glass, 캐스팅-260x355x60-

김기라_glass feather-stillness

김준용_개화 _420x420x250_ blown, coldworked_ glass_2013


이규홍 작 



유리 조형에 오브제를 끌어들인 김수연의 이야기가 있는 ‘상황 조각’이나, 아예 회화의 바탕으로 자신의 몸을 허락한 조현성의 ‘회화적 유리 조형’은 관객의 미적 감수성을 자극하면서 유리 조형의 다양한 실험들을 구체화한다. 뿐만 아니라 직물 문양이 그대로 드러나게 옷을 캐스팅의 방식으로 뽑아낸 곽동훈의 작품은 실물 재현의 구상 조각과 최소 단위의 미니멀 추상 조각 사이를 부단히 횡단한다. 편종필의 물분자 구조를 형상화한 추상체에서도 이러한 개념적 운동성은 개념과 추상이라는 미적 용어 사이를 오가게 만들면서 오늘날 유리 조형의 ‘가능한 예술 실험으로서의 다중적이고 다원적인 의미’를 관객에게 되묻는다.    
끝으로 유리비엔날레를 목표 지점으로 두고 기획된 유리섬미술관의 이번 전시가 두 지역의 교류를 넘어서 향후 세계 유리 조형에 관한 ‘가능한 모든 예술적 실험’을 점진적으로 모색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데 있어 주요한 산실이 되기를 기대한다. ●
 
출전 / 
김성호, 「가능한 모든 예술 실험으로서의 유리 조형」, 전시 카탈로그, (안녕, 유리 _ 이탈리아-한국 유리 조형 교류전, 2017. 7. 25~11. 12, 대부도 유리섬 맥아트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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