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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2017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 작가 지원전-비비디 바비디 부

김성호

현재를 사는 내일의 작가들

김성호 Kim, Sung-Ho (미술평론가)


《2017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 작가 지원전》의 참여 작가들은 미술대학을 갓 졸업한 지역의 신진들이다. 연령으로는 젊은 작가들이며, 세대별 의미에서는 차세대 작가라 지칭할 만하다. 대개 무명이며, 아직은 전시 경력이 일천하여 미술 현장의 중추 세력이 아니지만 훗날 미술 현장에 중심 세력이 될 미래를 꿈꾸는 미술가 주체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꿈들이 이들 모두에게 실현되지는 않는다. 더욱이 그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일보다 더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소소하게 작업하면서 미술가로서의 이름과 정체성 그리고 자신의 작업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조차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오늘을 사는 신진 작가들의 내일은 불투명하다. 나아가 불안하기조차 하다. 전시는 묻는다. 이러한 불투명한 미래를 하나둘 준비해 나가는 일이 정녕 신진에겐 불가능한가?     


I. 신진 작가를 위한 올해의 전시 
올해의 기획전인, 《2017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 작가 지원전》은 거시적으로는 지역의 예술 진흥과 활성화를 도모하고, 구체적으로는 신진 작가의 발굴과 육성을 지원하기 위해 화성시문화재단에서 마련한 전시 프로그램이다. 주최 측은 화성시 관내 미술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교수들의 추천을 받아 괄목할 만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신진들을 초대했다.  
이러한 전시 유형은 실상 작년의 《2016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 작가 공모전》을 계승하는 것이다. ‘공모전’으로부터 ‘지원전’으로 이름이 바뀌었을 뿐, 관내의 수원대학교와 협성대학교의 두 미술대학 졸업생을 교수들이 추천해서 탈락자 없이 출품 작가를 선정하는 방식은 동일하다. 대학을 갓 졸업한 작가들에게 작품 발표 기회를 제공하여 지역 미술 현장계의 창작의 저변을 확대하고, 시민들에게는 전시 관람을 통해 신진 작가들에 대한 무한 애정과 잠재적 후원을 요청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관객으로부터 후원가로 변모할 지역민들의 잠재적 후원을 이끌어 내고, 지역에 예술 향유권의 시스템을 구축하게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전시는 신진 작가에 대한 육성과 지원의 의미가 그 무엇보다 더 크다고 할 것이다.  
작년에는 신진들에 대한 이러한 후원과 용기를 북돋는 의미에서 전시의 부제가 ‘피어라 꽃’이었다면, 올해의 부제는 의미심장하게도 ‘비비디 바비디 부(Bibbidi-Bobbidi-Boo)’라는 주문(呪文)이다. 이것은 1950년 디즈니의 만화 ‘신데렐라에서 요정 할머니가 신데렐라를 위해서 마법을 행할 때 사용했던 주문이다. 마술봉을 휘두르며 노래로 선보이는 요정의 주문에 따라 호박은 마차로, 생쥐들은 백마로, 당나귀는 마부로, 누더기를 입은 신데렐라는 멋진 드레스의 공주로 변신한다. ‘비비디 바비디 부’는 주인공에게는 지금의 암울하고 녹록치 않은 현실을 깨치고 나가는 미래에 대한 강력한 희망 의지임과 동시에 그 미래를 준비하는 선물이 된다. 아울러 독자와 관객에게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했던 희망과 기대를 실현시키는 강력한 대리 만족의 주문이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전시의 부제는 막연히 희망을 가지고 잘 되기를 바라는 작년의 '피어라 꽃’보다 더 직접적이다. 오랫동안 간직했던 소원을 잠시나마 주문을 걸어 어려운 작금의 상황 속에서 가상 체험케 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는 신진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득 담고 있기 때문이다. 


II. 출품작의 소개와 해설 
전시는 수원대 졸업생 7인, 협성대 8인으로 총 15인의 참여 작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된다. 작년의 수원대 7인, 협성대 10인의 졸업생으로 구성되었던 총 17인의 참여 작가들과 엇비슷한 규모이다. 작년의 출품 작품들은 ‘1) 인간 주체와 타자들, 2) 인간 주체와 대상들, 3)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현대한국화, 4) 현대문명 속 반문명, 5) 자연의 품’이라는 5개의 범주로 구분될 수 있었다. 이러한 구분과 대비하여, 필자는 올해의 전시 출품작들을 다음처럼 5개의 소주제들로 범주화하여 분석, 설명하겠다.  
 
1. 현대인의 욕망 풍경 / 평경민(협성)의 작품에서 현대인의 욕망은 ‘단꿈’이라는 이름처럼 어린 아이의 풋풋한 희망으로 그려진다. 파릇파릇한 잎들을 지닌 싱그럽고 탐스런 딸기와 달콤한 사탕으로 둘러싸인 어린이의 표정이 천진난만하다. 장지 위의 밝은 채색 기법이 어린이의 이러한 ‘행복한 꿈꾸기’를 더한다. 정여진(협성)의 작품에서 우리는 현대인의 욕망이 기형적으로 변형하는 일단을 목도한다. 욕망의 결핍과 좌절 속에서 빚어지는 소외 현상을 추적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녀는 무관심과 방치 속에서 벌어지는 아동 학대를 이야기한다. 패션, 문화, 첨단 기술, 사회, 정치의 일면들이 기록된 미디어의 자료들을 꼴라주의 방식으로 몸에 기록한 채 분주히 움직이는 욕망하는 현대인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방치되고 소외된 채 방황하는 미아(迷兒)들! 이석호(수원)의 작품에서 우리는 무미건조한 일상의 풍경들과 그 속에서 지난한 삶을 이어가는 현대인의 욕망과 소외를 만난다. 그것은 표현주의 붓질로 엉겨 붙거나 흘려지는 물감과도 같이 대개 고단하고 파리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나른하고 어떤 것으로 특정하기에 모호한 것이기도 하다.  

이석호, 무제, 캔버스에 유화, 2016


2. 일상으로부터의 사물 풍경 / 김지언(협성)의 작품에서 서류 가방, 패도라(fedora), 하이힐과 같은 일상의 소소한 사물들은 ‘못’과 같은 일상의 ‘발견된 오브제’들을 집적하고 용접함으로써 다시 태어난다. 집적된 못들은 본래의 기능성을 탈각하고 ‘날카로운(sharp) 일상품’으로 전도(顚倒)되면서 그의 작품을 포스트-팝적 조형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든다. 작품의 외형은 가벼운 팝을 닮아있지만 그 안에서 비판적 사회학 혹은 여성학의 담론을 한꺼번에 껴안는 것이다. 김지수(협성)의 작품에서 ‘발견된 오브제’인 종이 상자 혹은 골판지들은 포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성을 잃어버리고, 재질감을 살리는 질료로서 작품의 배면에 침투한다. 실제 그것은 건물의 지붕, 간판, 셔터 등 다양한 요철의 재질감을 극대화시키면서 골판지 질료가 벌이는 ‘풍경의 연금술’을 위한 한 판의 정겨운 마술이라 할 것이다. 김정호(협성)의 작품에서 우리 주변의 일상은 스멀스멀 자라나 마치 지도처럼 세계 전체로 번진다. 세계가 하나인 ‘지구촌’ 안에서 우리의 일상은 특수성으로부터 보편성의 옷으로 갈아입는다.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호주의 ‘시드니오페라하우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미술관’ 등 익히 알려진 각국의 랜드마크는 더 이상 타국의 풍경이라기보다 우리의 풍경으로 치환된 지 오래되었으니 말이다.  

김지수, 이른 아침 꺼진 간판, 혼합 재료, 72.7 x 60.6, 2016



3. 다른 시선의 중의적 풍경 / 서다슬(수원)의 풍경은 낮을 삼킨다. 어두운 밤바다 위에 일렁이는 은은한 달빛과 그것에 반응하는 사물들의 반영(反映). 그것은 낮과는 달리 불온하거나 불안한 심리적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밤이 만드는 풍경의 다른 시선! 안다인(수원)의 풍경은 편안함을 잠식한다. 전선들이 전봇대에 뭉쳐 있거나 어지럽게 흐르고 있는 장면을 올려다 본 클로즈업된 화면! 그 곳에서 우리는 밝음과 어둠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17세기 바로크풍의 낯선 풍경을 만난다. 정영은(수원)의 단순한 자연 풍경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긴다. 초록은 머금은 갈대밭과 전깃줄에 안은 새들의 모습은 흔하지만 결코 범상치 않다. 초록은 훗날 탈색될 젊음이며, 외줄은 새들이 언젠가는 떠날 임시 거처일 뿐이라는 ‘다른 시선’으로 풍경을 보게 된다면 말이다.  


서다슬, 밤바다, 캔버스에 유화, 2016



4. 초현실의 다중 풍경 / 유상아(수원)의 풍경은 마그리트의 회화를 옮겨온 듯하다. 작가의 성을 빌려와 작명한 〈柳토피아〉는 하늘 위에 떠 있는 그녀만의 이상향이다. 아사천에 채색으로 옮겨 온 초현실의 푸른 풍경! 이유진(협성)의 풍경은 꿈길 속에 만난 환상인 듯하다. 작은 섬 위에 떠 있는 커다란 성! 노란 불을 밝힌 채 일몰의 분홍과 보랏빛의 저녁을 맞이하는 그녀의 성은 날아가는 한 떼의 새들의 무리를 어깨에 진 채, 아름답고도 슬픈 밤을 노래한다. 분명코 그곳에는 즐겁고 행복한 한 가족이 살기보다 슬프고 외로운 한 공주가 살고 있으리라. 김세미나(협성)의 갈색 풍경은 먹먹하다. 심장의 박동 수를 올리며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듯하지만, 이내 처연한 슬픔과 불안한 공포를 우리에게 한 덩어리로 선사한다. 바다 위의 작은 섬, 그것과 똑 같은 모양으로 하늘에 피어 올린 뭉게구름, 쌍둥이 탑을 스산하게 세워 올린 폐허의 성, 물 위에 숲의 풍경을 투영한 불길한 호숫가 혹은 늪. 그렇다. 그것은 작가가 우리의 마음에 짓고 있는 편안함과 불안함을 오가는 초현실적 풍경들이다.  


김세미나, 불안정 속에 안정, 캔버스 위에 유화, 116.8 x 91.0, 2016



5. 의인화의 동물 풍경 / 김초롱(수원)의 작품은 화들짝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사슴의 얼굴이다. 타자의 위협으로부터 위험을 인식한 주체의 본능적인 방어 본능과 경계심을 여실히 드러낸 찰나의 이미지. 결국 의인화된 동물로서의 그녀의 사슴은 작가의 에고를 상징하는 분신이 된다. 박희인(수원)은 자신의 동물들이 의인화된 존재임을 초상화의 형식으로 천명한다. 측면이나 정면을 응시하거나 곁눈질을 하고 있는 개들의 초상은 마치 사람의 초상화 같다. 장지에 채색 기법으로 옮겨진 ‘의인화된 개들’의 표정과 그들이 만드는 ‘동물 풍경’은 오늘날의 견종만큼이나 풍부하고 복잡다기하다. 허민준(협성)의 동물들은 틀 혹은 테두리를 바탕으로 구조화된 의인화의 존재이다. 그것들은 개목걸이를 하고 있는 사각 입체의 불독이거나, 넓은 판면을 몸통처럼 사람의 다리로 일으켜 세운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존재이다. 아서라! 그것이 동물의 것인지, 사람의 것인지조차 모호하다. 그의 ‘동물 풍경’이 이제 더욱 더 다양한 판본과 크기로 일률적인 ‘틀’을 깨고 세상 속에 나아가길 기대한다. 


허민준, 틀-품종, 합성소재, 21 x 41 x 30, 2016

출전/
김성호, '현재를 사는 내일의 작가들', 2017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 작가 지원전-비비디 바비디 부(Bibbidi-Bobbidi-Boo), 카탈로그, (2017 동탄아트스페이스 신진 작가 지원전, 2017. 3. 4-3. 23, 동탄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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