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서문│카탈로그(long V) - 2015바다미술제 / 보다 ― 바다와 씨앗 (See ― Sea & Seed)

김성호

카탈로그 서문 

보다 ― 바다와 씨앗 
(See ― Sea & Seed) 

김성호(전시감독)

I. 들어가는 글: 바닷가에서 
이제 가을이다. 여름 한철의 낭만이 끝나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간 바닷가에 우리는 다시 왔다. 《2015바다미술제》가 펼쳐지는 다대포해수욕장. 이곳에는 뜨겁던 지난여름의 부산했던 흔적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어느새 스산한 바람을 타고 다른 옷으로 갈아입은 해변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여전히 남아 있는 바닷물과 모래사장 그리고 바람 속에서 우리가 갈아입은 새 옷은 무엇인가? 
부산에서 비교적 문화 소외 지역으로 평가되는 부산의 서쪽, 그리고 대중에게 덜 알려진 다대포해수욕장, 이곳에서 처음으로 바다미술제를 개최한다. 우리는 부산 시민들과 더불어 다대포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선보일 새 옷을 준비하기 위해 여러 차례 거울 앞에서 옷을 입고 벗기를 반복했고, 다른 분들의 품평도 경청하면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간의 《바다미술제》가 견지해 온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더불어 대중의 참여와 소통이라는 합치하기 어려운 투트랙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목표로 삼아 나가기로 했다. 미술가들이 아틀리에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창작에 열의를 쏟았던 작품들을 선보이기 위한 것이듯이, 관객은 언제나 참여 작가와 더불어 바다미술제를 완성하는 주요한 주체이다. 작품을 출품한 초대 작가들과 그들의 참여를 준비한 이들, 그리고 관객들은 이번 행사에서 ‘우리’라는 복수형 주체로 ‘하나’를 이루는 임시적 공동체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자! 이제 우리는 이곳의 바닷가를 찾는 모든 분(또 다른 우리)에게 설레는 마음으로 《2015바다미술제》를 펼쳐 보이고자 한다. 전시감독이 초대한 16개국 34인(팀)-한국 19인(팀), 해외 15인(팀)-의 작가들은 ‘보다 ― 바다와 씨앗(See ― Sea & Seed)’라는 주제 아래 저마다의 예술 세계를 펼쳐 보이며 한 달 동안 우리와 함께 예술적 동행을 할 것이다. 



II. 주제 소개: 보다-바다와 씨앗
바다와 씨앗! 참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소금기 가득한 해변에, 푸석푸석한 모래 위에 씨앗이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리기란 쉽지 않다. 씨앗의 입장에서 바다와 모래사장은 보금자리가 아니며 바다의 입장에서 씨앗은 그다지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씨앗은 이곳에 뿌리를 내리기 어렵고 바다는 씨앗을 돌보는데 신경을 쓰는 것이 버겁기 때문이다. 
각기 따로 보아 오던 바다와 씨앗을 우리는 이제 《2015바다미술제》에서 함께 보고자 한다. 둘이 대화를 나누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실제로 다대포해수욕장 끝자락에 조성했던 인공 습지가 세월이 흘러 어느덧 자연 습지를 이루고 있는 모습에서 보듯이, 이 둘의 만남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보라! 모래 속에 뿌리를 내린 씨앗들의 발아와 성장을! 그것은 기적이 아니다. 그것은 흔하지 않은 상생일 따름이다. 우리는 상생할 것 같지 않은 둘이 상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러한 상생이 이루어지길 희망하는 바람을 이번 《바다미술제》에 담는다.  
따라서 바다와 씨앗은 올해의 《바다미술제》를 소개하는 은유의 텍스트로서 존재한다. 그것은 올해 《바다미술제》의 장소인 다대포해수욕장의 공간성에 대한 키워드이자 은유이며, 예술과 사회에 대한 우리의 지속적인 질문을 풀어 가는 화두이자 은유이다. 그렇다! 바닷가에 예술의 씨앗을 뿌리고 이곳에 관객을 초대하는 일은 《2015바다미술제》의 야심에 찬 출발 지점이자, 모험심 가득한 실험이다.

〈표1〉 주제 소개와 해설

상기의 도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2015바다미술제》 전시 주제인 ‘보다 ― 바다와 씨앗(See  ― Sea & Seed)’은 다음의 의미들로 제시된다. 다대포(SEA)의 수평적( ― ) 전시 공간에 예술의 씨앗(SEED)을 뿌리는 《바다미술제》에 미술인들은 물론이고 모든 시민들이 함께 하고(&), 예술 향유의 기쁨을 나누는(&) 관람으로 기꺼이 초대(SEE)한다. 이 행사를 통해서 ‘그리고(&)’의 관계 지형이 다대포로부터 모든 곳으로 확산되길 기대하는 바람을 담는 것이다. 달리 말해 이곳에서 사람과 바다, 예술과 지역, 미술가와 시민들이 따뜻한 관계를 만들고 확인하는 네트워크의 관계 지형이 펼쳐지길 기대하는 것이다. 상쾌하게 ‘씨〔si:〕, 씨〔si:〕, 앤〔ən〕, 씨드〔si:d〕’라고 부르면서 말이다. 


III. 행사와 전시 구성: 씨앗들이 머무는 곳 
《2015바다미술제》는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을 거쳐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다대포해수욕장에서의 특별한 공간성에 주목한다. 
특별한 공간성이란 143,000㎡(길이 900m, 폭 100m)에 이르는 드넓은 모래사장 그리고 해안에서부터 300m의 바다까지도 1.5m 안팎인 얕은 수심을 지닌 바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습지와 모래사장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지형, 부산의 다른 해수욕장들과 달리 상권으로부터 이격된 천혜의 자연이라는 상황 역시 빠질 수 없다. 게다가 내년 완공을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근의 지하철역 공사 현장의 어수선한 풍경과 같은 현재적 맥락까지 모두 아우른다. 여기에 덧붙여, 관객이 다대포해수욕장 중앙에서 바다를 보고 섰을 때, 앞에는 드넓은 남해가, 뒤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좌측에는 이전에 섬이었으나 현재는 육지로 연결된 몰운대가, 우측에는 남해와 낙동강이 서로 만나는 바닷물과 민물의 접점 공간이 있다. 이 모든 것은 전시 구성을 위한 공간 연구에 있어 흥미로운 지점이다.   
전시는 감독으로부터 초대된 참여 작가들이 만드는 본전시와, 감독으로부터 초대된 한 기업의 특별 출연작이 만드는 특별전으로 구성된다. 본전시는 이러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따라 전개된다. 어디선가 씨앗들이 날아와 자리를 잡고 발아하여 식물로 자라는 일련의 ‘자연 성장’의 내러티브가 그것이다. 아래의 도표에서 보듯이 ‘1)산포하는 씨앗 → 2)발아하는 씨앗 → 3)자라는 씨앗 → 4)자라는 바다’는 이러한 ‘자연 성장’의 내러티브를 가시화한다. 

〈표2〉 전시 구성과 해설

그러나 ‘자연 성장’은 ‘성장 뒤의 성장’을 의미하기보다 ‘성장 뒤의 소멸’이 뒤따르는 ‘자연의 순환적 운동’임을 천명한다. 밀물과 썰물의 지속적 운동이 만들어 내는 바닷가의 풍경은 이러한 순환적 운동이 실현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산책로를 점유하는 ‘섹션 1. 산포하는 씨앗’은 유목주의 세계 그 자체이다. ‘섹션3 자라는 씨앗’은 또 어떠한가? 이 섹션은 해수변 위에 기념비적인 조각은 물론 지하철 공사가 한창인 어수선한 다대포의 풍광을 연장하는 공간을 구성하고 그곳에 실험적인 설치 위주의 작품들을 배치한다. 그것은 미려한 완성이기보다는 에너지가 충만한 미완성을 지향한다. 다른 섹션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우리의 마지막 종착지 ‘섹션 4. 자라는 바다’는 생성/소멸의 순환적 운동을 끊임없이 일렁이는 시공간 속에서 창출해 낸다. 이러한 차원에서 ‘섹션 4. 자라는 바다’는 현실적인 종착지이지만 이번 주제와 관련하여 이내 새로운 출발점으로 변환된다.  
‘생성/소멸/생성’의 순환적 지속을 가시화하는 이번 공간 구성에서 특히 ‘섹션 2. 발아하는 씨앗_상상발굴프로젝트’는 다대포 지역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지금의 모습과 비교, 고찰하는 통시적(通時的) 모험을 선보인다. 1930년대 다대포 지역에서 발굴된 ‘다대포패총’으로부터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토기와 청동기의 무문토기 등 각종 유물이 발견되었던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이 지역의 시원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만든다. ‘섹션 2. 발아하는 씨앗-상상발굴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각기 다른 조형 언어로 다대포 지역의 역사적 사실(fact)을 추출하고 그것을 자신의 예술적 상상력으로 해석(interpretation)하여 허구(fiction)의 발굴프로젝트를 벌인다. 그런 면에서 이들의 작업은 사실과 허구가 만나는 팩션(faction)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망각으로부터 과거의 기억을 길어 올리듯, 우리는 역사 속에 묻힌 기억의 맥을 찾아 땅을 파고 발굴프로젝트를 벌인다. 발굴프로젝트가 이루어지는 모래사장의 반지하 공간은 따라서 중력이 이끄는 ‘수직의 공간 아래’( )로 깊숙이 잠입해서 과거의 역사와 그것에 관한 우리의 기억을 ‘지금, 여기’의 ‘수평의 현실 위’( ― )로 끌어 올리는 곳이다. 또한 미디어파사드로서의 수직 공간)과, 중력에 저항하면서 직립한 많은 수직적 조각들(  )이 이루는 현실적 지평을 보라! 그 뿐인가? 우리가 보게 되는 몇 개의 ‘고원으로서의 수직의 공간’(  )은 ‘지금, 여기’의 작가, 즉 《바다미술제》를 낳은 부산 지역의 출신 작가에 대한 오마주를 헌사하는 곳이다. 
이 모든 수직(  )과 수평( ― )의 공간은 다대포해수욕장이라는 장소 안에서 그리고( & )라는 연결체를 통해 함께 어우러짐을 펼쳐 낸다. 즉 하나의 장소성 안에서 통시성과 공시성을 함께 드러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개의 언덕(  & ― )은 이 시대의 ‘살아 있는 한 전설의 미술가’에 대한 경외를 보내는 곳이며, 몇 개의 언덕들( & ― )은 이 시대에 여전히 남아 있는 반상업적인 미술의 가능성과 그것의 희소적인 가치에 대해 갈채를 보내는 곳이다. 
야외미술제의 특성에 부합하는 설치, 조각 뿐 아니라, 미디어아트, 퍼포먼스를 두루 포함하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초대한 까닭은 이번 《2015바다미술제》를 단순한 환경조각제나 설치미술제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를 처음부터 거부하려는 이유에서이다. 전시의 결과가 어떠하든,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야외에서의 미술제에 대한 일련의 조형적 실험을 시도한 것에 대한 자족(自足)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기획자로서 이번 《바다미술제》가 야외에서 펼쳐졌던 기존의 다른 전시들에 비해 공간 해석이나 전시 구성에 있어 훨씬 낫다고 우길 생각은 없다. 본전시, 특별전 구성의 형식이나 특별 강연, 축제 및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 행사 구성에 있어 타전시들과 특이점 역시 별반 없다고 할 수 있겠다. 다만 기획자로서는, 올해의 《바다미술제》가 그간의 정형화된 조각, 설치 위주의 틀에서 벗어나는 실험적인 연출 방식을 부단히 찾으려고 했던 노력들을, 관객들이 관심 있게 지켜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IV. 출품작 소개와 해설: 씨앗들의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운명?  
‘보다 ― 바다와 씨앗(See ― Sea & Seed)’이라는 주제를 풀이하는 스토리텔링을 따라 배치된 작품들을 모든 관객들이 순서대로 관람하길 기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요원한 것일 수 있다. 전시란 늘 기획자의 의도와 관람자의 욕구가 상반되게 대립하면서 어떠한 비평거리가 자라는 곳이지 않던가? 그럼에도, 기획자는 전시를 원래의 기획 의도대로 읽어 주길 바라면서, 여기에 초대 작가들의 출품작의 면면을 기획의 내러티브에 따라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본전시_섹션 1. 산포하는 씨앗》
섹션 1은 《2015바다미술제》의 문을 여는 프롤로그이다. 이 섹션은 주로 산책로와 해변 입구 사이의 경계에 위치하고 더러는 해변의 좌측과 우측 사이의 접점에 자리한다. 각기 다른 곳으로부터 발원하여 다대포 인근에서 흩뿌려지는 씨앗들은 유목의 시간을 마치고 이곳에 씨앗의 뿌리를 내린다. ①오태원(Tae-Won OH, 한국, 1973~ )은 시인 고은(Un KO, 한국, 1933~ )과의 협업 작업을 선보인다. 주 전시 공간에서 해변에 이르는 산책로에 위치한 이 작품은 낮에는 물의 터널이자 밤에는 빛의 터널이 된다. 1,000개에 이르는 물방울 형상의 조명등은 주된 전시 공간으로 이끄는 프롤로그이자 ‘산포하는 씨앗’이라는 섹션의 내러티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기제가 된다. 여기에 고은 시인의 동사형 시어들이 조명등에 아로새겨져 우리의 몸과 마음을 서정적인 전시 공간으로 인도한다. ②루드위카 오고르젤렉(Ludwika OGORZELEC, 폴란드, 1953~ )의 작품은 이 섹션에서 나무와 나무를 인공의 얇은 끈으로 무수히 잇는 매개체들의 연합으로 풀이된다. 그녀의 작품은 인공이되 자연으로 변환되는 ‘변환 지점’ 혹은 그 경계점에 위치한다. 작품 읽기에 따라 그것은 한국 전통의 마을 수호신 ‘서낭’을 모신 서낭당 내 신목(神木)에 걸쳐 놓은 무수한 색천들이 전하는 주술적 메시지로 풀이될 수도 있겠다. ③또 다른 산책로부터 해변으로 나서는 길에는 신원재(Won-Jae SHIN, 한국, 1971~ )의 작품이 자리한다. 이것도 하나의 터널이다. 안과 밖이 통하는 기다란 구조의 동양적 건축 공간! 이것은 마치 본전에 이르는 일주문(一柱門)과 같은 안내 표식이자, 전경을 감추고 사찰 마당으로 길을 안내하는 ‘누하진입(樓下進入)’처럼 해변의 본전시 공간을 가린 채 그곳으로 인도하는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이것은, 마치 벤야민이 ‘쉬벨러(Schwelle)’로 풀이했던 건축물의 아케이드 혹은 파사쥬(passage)처럼, 차안(此岸)과 피안(彼岸) 사이의 중간계(intermediate world), 주체와 타자 사이의 사이 공간(interspace), 주체와 대상 사이의 접점(interface)이 된다. 경계 사이에서 꿈틀대는 생명체처럼 말이다. ④해변 입구에 위치한 김원근(Won-Geun KIM, 한국, 1971~ )의 작품 역시 입(入)과 출(出)의 중간계에 있다. 그것은 한 쌍의 연인일 따름이지만, 기획자는 그것을 현대적인 장승의 모습으로 풀이한다. 즉 경계 사이의 경계표, 이정표의 역할과 마을 초입의 수호신 역할을 맡은 장승인 현대적인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⑤앤디 드완토로(Andy DEWANTORO, 인도네시아, 1973~ )의 작품은 자연을 찾은 관객들의 얼굴을 촬영하여 산책로에 위치한 나무들에 기념품처럼 매달면서 완성되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최종적으로 한 달간의 전시 기간 중 100명의 인물 사진으로 완성되는 이 작품은 관객들이 만든 사진 방명록이자, 오늘날 ‘사회적 인간’에 대한 의미심장한 은유가 된다. ⑥노주환(Ju-Hwan NOH, 한국, 1960~ )의 작품도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3,000명의 어린이가 만든 바람개비를 모아 완성되는 이 전시는 관객/작가, 비미술인/미술인, 너/나/그(녀)들/우리가 네트워크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선명히 보여 주는 프로젝트이자 사회적 공동체의 의미를 성찰하게 만드는 유의미한 사회적 예술이다. ⑦이이남(Lee-Nam LEE, 한국, 1969~ )의 작품은 ’산포하는 씨앗‘을 미디어파사드로 선보인다. 이전에는 섬이었으나 바다에 밀려드는 낙동강 하류의 퇴적으로 인해 이제는 육지가 된 몰운대라는 커다란 능선 위에 레이저아트를 선보인다.  ⑧(구)시설관리공단 건물 외벽에 비디오 영상 프로젝션을 선보이는 이경호(Kyng-Ho LEE, 한국, 1967~ )의 미디어파사드나 ⑨같은 건물의 다른 외벽에 벽화를 그리는 마티아 루리니(Mattia LULLINI, 이탈리아, 1985~ )의 작업은 모두 ‘섹션1. 산포하는 씨앗’이라는 주제뿐 아니라 《2015바다미술제》의 전시 주제를 드넓게 해석하여 선보인다. 







《본전시_섹션 2. 발아하는 씨앗_상상발굴프로젝트》 
섹션 2는 《2015바다미술제》의 전시 주제를 특별한 관점에서 해석하여 선보인다. 이 섹션은 바다를 보고 섰을 때 우측의 공간에 군집으로 배치된다. 이 섹션은 과거의 시공간을 오늘의 시공간에 건져 올리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⑩조덕현(Duck-Hyun CHO, 한국, 1957~ )은 다대포 지역에 애니미즘으로서의 ‘개 신상’이 있었다는 가정 하에, 그것을 상상으로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작가의 허구적 상상이 실재처럼 현실화되는 팩션(faction) 작업이라 하겠다. ⑪동아대 대학원 미술학과와 부산대 대학원 고고학과의 협업으로 컨테이너 내부에서 펼치는 그룹 아키스트(Group Archist, 한국) 김등용(1983~), 김나륜(1993~), 유규영(1987~), 이찬민(1981~), 백근영(1985~), 김효영(1991~) 이가윤(1993~), 박성진(1987~), 지영배(1984~), 정철(1991~)
의 작업은 다대포패총이라는 실재하는 과거의 ‘사실(fact)’로부터 추출한 ‘허구적 상상(fiction)’을 선보인다. ⑫경성대 대학원 미술학과의 그룹 세라에너지(Group Cera-energy, 한국) 강미라(1987~), 김혜라(1989~), 박종환(1959~), 심희정(1990~), 임혜지(1991~), 정혜주(대표)(1983~), 조승연(1991~)
의 작업은 한국 고대의 가마터라는 사실을 허구화한다. 컨테이너 내부의 무수한 도자기 설치물과 더불어 컨테이너 외부에서 가마터를 재연하는 퍼포먼스는 오늘날의 캠프파이어와 같은 축제의 형식과 연동하면서 인류 공동의 역사를 상상 발굴한다. ⑬반면 사라웃 초티옹페티(Sarawut CHUTIWONGPETI, 태국, 1970~ )의 작업은 통시적 공간으로부터 공시적 공간으로 눈을 돌린다. 다대포라는 지금, 여기의 시공간에서 찾아 나선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ct)’를 컨테이너 내부에 가득 설치하고 자신만의 ‘백색의 동화 왕국’을 건설한다.  ⑭최선(Sun CHOI, 한국, 1973~ )의 작업 역시 ‘지금, 여기’의 사회 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회화 퍼포먼스’를 실현한다. 그는 워크숍이라는 이름 아래 컨테이너 밖에서 《바다미술제》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생한 ‘숨’으로 도움을 받아 자신의 회화를 완성한다. 우리는 그것을 하나의 숨과 또 하나의 숨이 무수히 만나 이루는 ‘공동체 회화 만들기’라 할 것이다. ⑮스테펜 올란도(Stephen ORLANDO, 캐나다, 1983~ )의 사진 작업은 바다라는 공유의 장소를 지금, 여기의 다대포에 건져 올린다. 카약이라는 작은 배의 노에 엘이디(LED) 전구들을 매달고 노를 젓는 궤적을 느리게 포착한 신비로운 그의 사진은 ‘서구/동양의 바다’라는 물리적으로 별리된 공간을 ‘지금’이라는 동시대성으로 컨테이너 안에서 하나로 묶어 낸다.  친탄 우파다야(Chintan UPADHAY, 인도, 1972~ )의 작업은 컨테이너 내외부에서 지역 공동체의 참여로 완성된다. 20개의 화분을 지역민에게 나눠 주고 한 달간 기르게 한 뒤, 작품 설치에 다시 참여하게 하는 방식의 커뮤니티아트도 그러하거니와 폐차와 더불어 컨테이너 내외부에서 실행하는 다양한 단계별 퍼포먼스는 관객의 참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현재적 발굴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한다. 차기율(Ki-Youl CHA, 한국, 1961~ )의 작업은 ‘만약이라는 가정’으로부터 한걸음 보폭을 더 내딛는 ‘허구적 상상’으로 ‘다대포 왕릉’에 접근한다. 실제로는 있지도 않는 다대포 왕릉은 컨테이너 내외부에서 전개하는 그의 상상발굴프로젝트에 의해서 비로소 현실계에 현실화된다. 마지막으로 도릿 크로시에르(Dorit CROISSIER, 독일, 1944~ )의 작업은 다대포 ‘응봉봉수대’라는 실재를 다대포해수욕장에 가상의 이란성 쌍둥이의 모습으로 유적화한다. 그것은 타국의 침입으로부터 다대포를 지키고자 했던 이 지역의 파란의 과거사를 서구 미술인의 상상 언어로 엿보게 하는 것이 된다. 












《본전시_섹션 3. 자라는 씨앗》
섹션 3은 《2015바다미술제》의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중심의 장이다. 이 섹션은 해변의 중심에서 동심원을 그리는 공간들에 자리한다. 발아하는 씨앗들이 썩어 비로소 새로운 생명들을 잉태해 나가는 성장의 공간인 것이다. 페르난도 알바레즈 페레즈(Fernando ALVAREZ PEREZ, 스페인, 1975~ )의 작업은 거대한 5개의 씨앗들 혹은 그것들이 만들어 낸 5개의 거대한 생명의 구릉지이다. 그것은 서구의 방위 개념에 하나가 덧붙은 5방(五方)의 개념으로 자라난다. 김영원(Young-Won KIM, 한국, 1947~ )의 작업은 자연을 발판으로 삼아 8m에 이르도록 우뚝 서 있는 거대한 인체 조각이다. 부조와 환조가 어우러진 이 조각에는 음과 양이 공존하고, 유와 무가 뒤얽혀 있다. 김정민(Jung-Min KIM, 한국, 1982~ )의 작업은 다대포해수욕장의 습지에서 실제로 자라고 있는 꽃과 식물 5종을 모델로 삼아 만든 거대한 식물 군집체이다. 실재가 변형, 재창출이 된 채, 현시되는 조각인 셈이다. 전원길(Won-Gil JEON, 한국, 1960~ )의 출품작은 씨앗이 자라 식물로 성장하는 과정 자체를 가시화하는 개념적이고 과정적인 작업이다. 20미터에 달하는 나지막한 수평적 언덕 위에 일렬로 자라고 있는 ‘보리’ 모종은 한 달의 전시 기간 동안 서서히 자라나 최종적으로 관람자의 위치에서 벼의 끝부분이 바다의 수평선과 일치하는 순간에 이르러 전시를 완성한다. 자연의 성장 속도를 이해하는 치밀한 계산과 연구가 전제된 이 개념적인 미술은 ‘자라는 씨앗’의 본질적 의미를 우리에게 되새기게 한다. 정찬호(Chan-Ho JEONG, 한국, 1979~ )의 작업은 바닷가 불꽃놀이 축제를 연상시키듯이, 폭죽이 터뜨려지는 순간을 조각으로 포착한다. 마치 다대포해수욕장(1970년대~ )이 《바다미술제》(1987~ )가 청장년기로 훌쩍 성장했음을 기념하는 축하 행사라도 벌이는 것처럼, 작품은 온통 희열에 가득하게 차 있는 모습이다. 이종균(Jong-Kyun LEE, 한국, 1971~ )의 작업은 자연-인간-환경 사이의 자라남의 결과가 초래한 환경 오염의 심각한 문제를 한바탕 즐거운 축제로 풀어낸다. 물고기 모양의 배낭을 메고 다대포 지역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작가는 커다란 물고기 모양의 쓰레기통을 설치해 놓고 한 달의 전시 기간 동안 차곡차곡 분리수거를 통해 쓰레기를 모으는 과정미술을 선보인다. 인간 문명의 배설과 쓰레기를 통해 벌이는 작가의 블랙유머는 이 시대에 대한 통렬한 풍자이다.  전시의 스토리텔링을 따라 하나의 서클을 그리고 돌아온 해변의 한 가운데 오노 요코(Yoko ONO, 일본계 미국, 1933~ )의 작업이 자리하고 있다. 그것은 그녀가 1996년부터 평화를 기원하며 시작한 〈소원나무(Wish tree)〉이다. 관람객이 저마다 자신의 소원을 빌면서 기록한 작은 종이쪽지가 하나둘 걸려 거대한 ‘종이 나무’를 만들어갈 때까지, 지금까지 오랜 세월을 묵묵히 지켜 온 거대한 한 그루 나무는 그들의 모든 소원들을 말없이 넉넉히 받아 준다. 요코 오노의 소망과 함께 말이다 
왕 지에(Jie WANG, 중국, 1966~ )의 작업은 인간의 소원을 말없이 받아 주는 요코 오노의 작품 〈소원나무〉와는 다른 모습으로 소원을 받아 준다. 그것은 인간이 아닌 자연의 소원을 기꺼이 받아 주는 ‘바람 나무’인 셈이다. 이 작품은 바닷바람을 커다란 붉은 천 기둥 안으로 불러들여 그들의 이야기에 따라 몸통을 부풀려 그들의 아우성치는 날것의 이야기를 넉넉히 받아내면서 자연과의 대화에 나선다. 천으로 된 ‘바람 나무’의 피부 위에 그 대화를 인간의 텍스트로 번역하듯이 붓글씨로 적어 넣고 대화에 대한 인증을 위해 작가 소유의 하얀 ‘인장’들로 천 위에 빼곡하게 프린트를 남기면서 말이다. 리그돌 텐징(Rigdol TENZING, 티벳계 미국, 1982~ )의 작품은 자연에 자리를 잡고 ‘자라난 씨앗들’을 ‘흙더미’의 모습으로 다시 자연에 돌려준다. 그는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후부터 다대포해수욕장에 이르기까지 3박 4일의 일정 동안, 전시감독이 예비한, 인천공항→인천→강화→파주→양평→속초→강릉→포항→울산→부산→다대포해수욕장에 이르는 여행 장소를 거치면서 각 장소에서 10개씩의 흙 포대를 담아 와 최종적으로 다대포해수욕장에 총 100개의 흙 포대를 설치한다. 작가는 한국이라는 낯선 이국의 땅에서 서해-내륙-동해-남해에 이르는 여정에 초대를 받고, 처음 보는 한국의 미술가들을 마중자/배웅자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 지속하면서 다대포해수욕장에 이르러 그의 노마딕프로젝트를 마감한다. 바다를 향해 꼬리를 물고 가게 설치한 100개의 흙 포대는 단지 흙일 따름이지만, 한국의 분단 상황과 미술공간들, 미술가들에 대한 그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 우리에게 선보인다. 그의 이러한 기억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자라날까? 
















《본전시_섹션 3. 자라는 바다》 
섹션 3은 《2015바다미술제》의 전시 주제에 대한 내러티브를 마무리한다. 이 섹션은 바다를 보고 섰을 때 바다에 속하거나 그것과 매우 근접한 전경 혹은 좌우 해수변의 공간에 자리한다. 이 섹션은 현재 진행형의 내러티브를 지속적으로 현재화하거나 혹은 미래로 투영하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이명호(Myung-Ho LEE, 한국, 1975~ )는 해변을 보고 섰을 때 좌측의 몰운대 근처에 자리한 바다의 암초들을 주목한다. 그것은 바닷물을 먹고 자라거나 바닷물에 깎여 모양새가 다음어진 바다의 자녀들이다. 이명호는 이 중 몇 개의 암초/암석을 선택하고 주위를 프레임으로 둘러싸게 만들어 이것을 암초로부터 암석 혹은 바윗돌로 정초시키면서 다대포해수욕장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이것은 만조 시에는 여전한 암초이지만, 간조 시에는 바닥까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암석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업은 바닷가의 흔하디흔한 하나의 ‘돌’이 작가의 선택을 받아 다대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전환의 순간을 지켜보면서 작가는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사진행위프로젝트를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존 포어만(Jon FOREMAN, 영국, 1992~ )는 반대로 다대포해수욕장의 그 어떤 것들도 주인공으로 만들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그는 그저 산책하듯이 해변을 돌아다니면서 그저 나뭇가지로 허술한 뼈대를 세우고 그 위에 조약돌을 아슬아슬하게 올리면서 중력에 순응하는 자연의 원리를 체험하려는 시도를 하릴없이 지속할 따름이다. 그는 필자가 아는 한, ‘돌 평형 잡기(the stone balancing)’ 장르에 있어서 최연소 신진 작가로 이번 《바다미술제》 참여 작가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어리다. 물론 그는 전시 감독으로부터 정식으로 초대를 받은 참여 작가이다.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나는 그저 ‘자라는 바다’를 체험하고 배우러 왔을 따름이다”라고 말이다. 키스 오웬스(Kees OUWENS, 네덜란드, 1958~ )의 작업은 가장 자연다운 파도의 물결 속에 가장 인공적인 철로 된 조각품을 설치하고 그것이 스스로 자라도록 내버려 두는 작업이다. 철조각은 시간에 따라 벌겋게 녹이 슬면서 자라는 바다의 섭리를 한 몸으로 체득한다. 바람으로 말 걸기를 시도하는 바다의 대화 요청에 그의 조각은 와이어에 매달린 무수한 리본들을 흔들면서 화답한다. 그래, 함께 이야기하자고. 그룹 VGABS의 작업은 ‘자라는 바다’를 〈상상염전〉으로 해석한다. 이 그룹은 앤드류 아나다 부겔(Andrew Ananda VOOGEL, 미국, 1983~ ), 플뢰리 갈드릭(Fleury GALDRIC, 프랑스, 1985~ )과 퐁텐 앙투안(Fontaine ANTOINE, 프랑스, 1985~ )으로 구성된 ‘그룹 속 또 다른 그룹’인 플뢰리 퐁텐(Fleuryfontaine), 배성미(Sung-Mi BAE, 한국, 1971~ ), 그리고 마리아 사모르체바(Maria SAMORTSEVA, 러시아, 1992~ ) 등  총 5인의 다국적 미술가로 구성된다. 이들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만(San Francisco Bay)의 화려한 색들로 이루어진 염전(salt pond)에 주목한 전시감독의 출품 제안을 수락하고 이 프로젝트를 위한 새로운 그룹을 결성했다. 주지하듯이, 샌스란시스코만 염전은 그곳에 서식하는 조류(藻類), 브라인 쉬림프(brine Shrimp)와 미생물들이 염분의 농도, 일조량, 공기가 제각기 다른 상황 속에서 서로 만나 환상적인 색들을 창출한다. 이 염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차츰 다른 색들로 변모해 간다. 이 화려한 염전들은 다시 갯벌과 습지대로 전환하려는 캘리포니아주의 사우스만 복구 프로젝트( South Bay Restoration Project)로 인해서 훗날 사라질 예정이다. 자연의 생태적 복구를 위해서는 분명코 환영할 일이지만, 자연이 만드는 신비로운 염전의 색들을 앞으로 보지 못하게 된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기도 하다. 그룹 VGABS는 〈상상염전〉이라는 이름의 작품을 통해서 이것에 대한 미술적 재해석을 실천한다. 이들 모두는 어떠한 인공적 물감이나 안료를 사용하지 않고 유기적인 자연물을 재료로 삼아 자신의 염전을 각각 녹색, 검은색, 붉은색, 노란색으로 착색하는 실험을 거듭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 공동 작업은 샌프란시스코 베이 염전에 대한 미술적 재해석이자 오마주가 된다. 윤영화(Young-Hwa YOON, 한국, 1964~ )의 작업은 바다를 떠다녔던 실제의 목선을 바닷가에 세워 올린다. 오랜 유영의 세월을 마치고 폐선이 되어 돌아온 실제의 ‘목선’과 그것을 재해석한 또 다른 ‘목선’ 그리고 현대적인 배로 변신한 ‘철선’이라는 세 종류의 ‘배’가 차례로 쌓아 올려져 ‘자라는 바다’의 개념을 자신의 조형 언어로 풀어 놓는다. 타스나디 조셉(Tasnadi JOSEPH, 헝가리, 1960~ )의 작업은 실제의 바다 위로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든 배 한 척을 띄워 올리는 것이다. 키네틱아트인 이것은 수면 위에서 부유하면서 바다의 물결을 따라 노 젓기를 자동으로 지속한다. 관객은 맞은 편 해변에 위치한 또 다른 배의 노를 저어 가면서 바다 위 배 한 척과 시각적 대화를 지속할 수 있다. 손현욱(Hyun-Wook SON, 한국, 1982~ )의 작업은 3m 높이의 언덕 위에서 한 강아지가 실제의 바다 위로 자신의 소변 줄기를 보태는 위트 가득한 메시지를 담은 조각 작품이다. ‘자라는 바다’를 자라게 하는 강아지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지 않은가? 안드레스 아마도르(Andres AMADOR, 미국, 1971~)의 작업은 일명 ‘해변 드로잉’이다. 간조 시, 썰물이 빠져 나간 해변 위에 작가가 느릿한 호흡으로 그려 놓은 거대한 추상적 드로잉은 밀물이 밀려오는 만조 시에 자신의 흔적을 점차 감추면서 바다 속으로 사라진다. 지워지는 그림을 그리기를 반복하는 이 작가의 해변 드로잉 작업은 어떤 면에서 부질없는 일인 듯하다. 그럼에도, 그것은 이내 사라질 운명을 체득하면서도 ‘자라는 바다’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길 시도하는 개념적 작업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이 작품은 모든 대지미술 혹은 자연미술의 정수를 사뿐하게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바다미술제》의 주제를 훌륭히 해석하는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다. 

이처럼 《2015바다미술제》를 구성하는 본전시의 모든 섹션들은 결국 다대포해수욕장에 잠입하는 씨앗들의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알 수 없는 미래적 운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기에 초대된 모든 작품들은 이러한 주제 의식을 공시적이고 통시적이고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저마다 자신들의 조형 언어로 멋지게 재해석해 낸다. 












《특별전_나는 바다》
피터 린 카이트(Peter Lynn Kites Ltd, 뉴질랜드)라는 기업을 초대하여 선보이는 《특별전_나는 바다(Flying Sea)》는 ‘대형 연 설치 퍼포먼스 이벤트’로 꾸며진다. 30m에 이르는 흰수염고래(Blue Whale)과 노랑가오리(Stingray) 그리고 8미터가 넘는 게(Crab) 등 3종의 대형 연이 참여한다. 다대포해수욕장의 하늘에 멋들어진 특별 이벤트를 선물해 준 이 기업의 CEO 피터 린(Peter LYNN, 뉴질랜드, 1946~ )과 특별전 디자이너로 한국에 와 참여해 준 디렉터 크렉 한센(Craig HANSEN, 뉴질랜드, 1960~ )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전한다. 






 
IV. 나오는 글: 다시 바닷가에서 
《2015바다미술제》가 펼쳐지는 가을 바닷가에 다시 나와 있다. 
《바다미술제》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분주한 움직임들이 보인다. 지금도 이렇게 바삐 움직이고 있는데, 이 행사를 위해서 저 사람들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소소한 전쟁들’을 치렀을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적(敵)이 특별히 보이지 않고 승리의 목적만이 보이는 길에서 맞닥뜨리는 ‘소소한 전쟁들’이란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를 말이다. 기획자도 그들과 함께 있었고, 지금도 함께 있으니 그것은 결코 남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모하게 일 벌리기를 좋아하는 기획자와 함께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보자! 바닷가를 거니는 관객들의 얼굴은 평온하고 즐거워 보인다. 그들 역시 희로애락의 일상으로부터 날마다 ‘소소한 전쟁들’을 치르고 있을 테니, 이 《바다미술제》가 그들에게 안위와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번 《바다미술제》에서는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없거나 동의하기 쉽지 않은 실험적인 현대미술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기획자는 이것이 그동안 우리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켜 온 하나의 동력이었음을 끝까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것은 ‘재기발랄한 잔꾀가 예술로 둔갑하는 치기(稚氣)’ 혹은 ‘쓰레기가 예술로 둔갑하는 마술’을 선보이려는 의도가 결코 아니었음을 밝혀 둔다. 그것은 분명히 예술 창작에 대한 예술가의 진지한 사유가 곧 예술이며, 소소한 일상 자체가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었다. 물론 ‘현대미술의 실험성’과 더불어 ‘대중의 소통과 참여’라는 합치하기 어려운 화두를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풀고자 했던 기획자의 바람은 여전히 ‘답’이 아니라 ‘질문’으로 남는다. 그 질문들을 함께 생각해 보려는 이번 《바다미술제》의 ‘청유 혹은 초대’가 많은 분께 전해지길 기대한다. 다시 바닷가에서!  ●

출전/ 
김성호,「보다-바다와 씨앗(See- Sea & Seed)」, 카탈로그 서문, (2015바다미술제, 2015. 9. 19-10. 18, 다대포해수욕장), 카탈로그, 2015, pp. 18-37.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