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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탈로그 서문│제16회 GPS_FINE (st) ART전 / 신진 작가들의 이머징 프로젝트

김성호

신진 작가들의 이머징 프로젝트


김성호(미술평론가)

 

오늘날 21세기에 아방가르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듯 보인다새로움신선함과 같은 이전 것과의 차별을 도모하는 아방가르드의 형식적 실험은 더 이상 하늘 아래새로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신진 미술가들에게 요구되는 것이 있다면기성세대가 구축한 관성화된 미술계에 이견을 제기하고 그것을 깨뜨리려는 아방가르드의 정신이라 할 것이다상투화된 조형 언어를 오랜 실험이 도달시킨 완숙함의 경지라고 우기는 기성세대를 이들은 용인하지 않는다이들은 아직까지는 서로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창작과 매개 사이의 미술의 공동의 음모에 오염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학맥과 인맥 등 인간관계로 얽혀 있는 한국의 미술계 현장에서 아방가르드의 정신을 지켜 나가는 것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기성세대의 손짓을 뿌리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들 없이는 신진이 거할 장소가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게다가 무엇보다 지금 신진의 순수 정신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오염되기 쉬운 까닭이기도 하다.

여기 기성세대의 도움 없이자력으로 자신들의 아방가르드 정신을 지키려는 이들이 있다대학원이라는 수련의 장을 떠나기 전그들은 이미 예비 작가라는 자신의 이름으로부터 예비라는 말을 떼고 아티스트로서의 포부를 펼칠 준비를 마쳤다16GPS전이 바로 그것이다석사학위 청구전을 눈앞에 둔 37인의 작가들은 자신들의 수련의 결과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미술 현장에 개별 아티스트로 나서기 전에 자신의 모습을 이번 전시를 통해서 드러내고자 한다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의 부제‘FINE (st) ART’는 의미심장하다순수미술이라는 의미 사이에 개입하는 두 글자 st로 인해 멋진 시작이라는 의미를 오버랩시키는 번득이는 기지로 가득하기 때문이다이들이 펼치는 제목만큼의 멋진 시작은 개별 작가들의 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포스터 

 


사회적 인간타자와의 관계 지형

무엇보다 이들의 작품 속에서 공통적으로 건져 올리는 관심사는 신진들이 바라보는 사회타자와의 관계 지형이다작은 공간 속에 거하는 20대의 미완의 사회적 인간이라는 정체성을 탐구하거나(조은후), 영화적 몽타주 기법으로 사회적 군상을 표현하기도 한다.(이우현). 이러한 관심사는 물질 만능의 사회가 만들어 낸 병리적 현상을 탐구하는 작업들로 나타나기도 한다물건이나 습관을 쉬이 버리지 못하는 사회 병리적 현상인 저장강박증을 탐구하거나(이빛나), 사실과는 다른 인물 표현을 통해서 인간 상실을 야기한 위선과 사회적 병폐를 풍자하기도 한다.(안상형박예슬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인간은 괴물과 같은 모습으로(김다애), 고의적인 어눌한 손놀림을 통해 표현주의적 인물상들로 창출되기도 한다.(김다래)


 이빛나




탈주의 감성과 표현주의

중력에 직립한 사회적 인간이 타자와의 관계 지형으로부터 탈주해서 찾아 나서는 곳은 어디일까그것은 자신만의 내면의 세계이다소외상처환멸의 감정들에 몸을 내맡기는 공간이자그것으로부터 사색과 성찰의 이성으로 정화시키는 공간이기도 하다그것은 낙서와 같은 반복적 행위감성의 표현 의지를 분출시켜 회화의 본질적인 세계를 탐구하는데 이르게 한다.(서보경나은민김정한이것들은 이성보다 감성이 이끄는 대로 자신의 몸을 의탁하는 일이자열등한 듯이 보이는 결핍결여의 차원으로 깊이 잠입해서 그것을 오히려 우월한 무엇으로 변모시키려는 강렬한 욕망의 표현이 되기도 하다.(권초원이규옥). 그러한 까닭에 감정의 흐름에 몸을 맡겨 무의식으로부터 떠오른 형상을 반복적으로 배열하거나(최규연), 그것의 생성과 소멸을 탐구하기도 한다.(전소영).


 

이규옥




대체 현실과 초현실

타자를 통해서 사회를 이해하는 마음은 결코 인간에 국한되지 않는다인간으로부터 대상화된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은 공사장의 어수선한 풍경들로부터 추출되거나(이상용), 현실적구조적 제약이 없는 건축을 그리는 일에 매진시키기도 한다.(이소희)그것은 매우 낙관적인 형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비관과 낙관 사이에서 부유하는 초현실적 공간들로 이지러지기도 한다.(임수빈그것은 때로는 판타지의 공간(표영은)이거나설명하기 애매한 인간 감정들의 덩어리로 드러나기도 한다.(정예린아니 어쩌면 문명의 산물인 오브제들이 만드는 대체 현실의 모습으로 사회를 풍자하는 것이 더 유효한 전략이 될 수도 있겠다.(임정은그것은 마치 회화와 판화인쇄적 이미지와 표현적 이미지 사이에서 해답을 찾는 또 다른 대체 현실이 되기도 한다.(김홍빈)


 

김홍빈 




추상의 깊은 골

현실에 대한 탈주적 감성은 본원적인 추상의 세계에 잠입하는 것으로 대체되기도 한다그것은 쉬이 인식할 수 없는 흑백의 형상으로 단초를 열고(김수연), 형상화되지 않은 모든 관념을 추상화시킨다.(신지아또는 음악을 시각화하는 실험이거나(강지형), 공간의 재구성(최인아), 숫자 기록을 통한 시간의 포착(이영걸)이거나 텍스트에 대한 실험으로 회화적 행위와 예술 사이의 질문을 거듭하기도 한다.(이희중)

 

최인아 




풍경과 자연 사이

오랜 화제의 대상이었던 자연 역시 신진들의 탐구 대상이다작가들은 거대한 대자연 자체(김명진), 돌보기에 대한 대상으로 자연(김경미)과 파편적 이미지의 재배치를 통한 자연 탐구(이길빈편지원)뿐만 아니라현실과 가상이 부딪히는 몽환적이고도 낯선 풍경(정혜원황수연)에 천착하기도 한다자연 속 동물 또한 의인화된 해학의 내러티브로(이여진), 인간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은유로(박영숙임지현우리에게 선보인다한편상상으로 가득한 낯선 생명체(홍지윤)는 풍경과 자연 사이에 멋진 회화적 상상의 다리를 놓는다.


 

이길빈 


신진 작가들이 자신들의 전시를 기획한 이번 GPS전을 우리는 가히 이머징 프로젝트라 부를 만하다. ‘떠오르는 작가’ 혹은 유망작가가 되기 위한 포부를 계획적으로 실천하는 이들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젊음의 열정 때문이다그렇지만 젊다는 이유만으로 그들 모두가 떠오르는 아티스트가 될 수는 없다이러한 기획을 발판으로 자신의 작업 세계를 펼쳐 내는 뚝심과 영민한 전략을 가지고 미술 현장에서 살아남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들어갈 문을 두드리고 마실 물을 찾는’ 신진 작가들이 여전히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오늘날 폐기처분되어도 될 것으로 간주되는 아방가르드 정신이다그런 면에서 여기 참여하는 작가들 모두가오늘날 많은 미술가들이 버리고 떠난 붓을 틀어쥐고 회화의 세계에 여전히 천착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로 하여금 낙관적인 전망에 이르게 한다미술의 가장 본원적인 표현 매체인 회화의 깊은 세계를 실험하고향후 탈장르의 기치를 펴면서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일구어 나갈 테지만지금의 회화에 대한 깊은 고민이 향후의 예술적 토양 만들기에 있어 비옥한 거름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이들이내면의 갈등과 싸우면서 미술 현장에서 작가로 살 것을 다짐하며 나선 길에서부터 맞닥뜨린 꽉 막힌 여러 문들을 하나둘씩 두드리고 슬기롭게 열어 젖혀 나가길 응원한다.



출전/ 

김성호, 신진 작가들의 이머징 프로젝트카탈로그 서문, (16회 GPS_FINE (st) ART, 2015. 10. 5-10. 11,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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