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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가론┃이배 / 죽음 이후의 탄생-이배 작품의 존재론적 미학 (2)

김성호

미술작가론


죽음 이후의 탄생-이배 작품의 존재론적 미학 (2편)



 

 

김성호(미술평론가, 미학예술학 박사)

 

 




결론

지금까지 우리가 분석한 본론의 개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죽음으로부터 - 숯의 메타포 : 이배의 작품의 근간인 숯은 자연체로부터 화장(火葬)이라는 장사 의식을 통해서 사물로 변이된 최후의 존재이다. 그것은 자연체의 주검을 재확인하는 불의 탄화작용으로 생성된 자연물질이면서 그 불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멸되지 않은 에너지를 지닌 상태의 물질인 것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서 숯의 메타포는 사물의 소멸/생성 사이의 합체가 현현(顯現)시키는 존재론적 미학 뿐 아니라 인간의 죽음/삶으로 확장하는 존재론적 미학을 제시한다.

2) 삶으로 - 숯과 검정의 연금술 : 이배의 작품이 발현하는 연금술적 미학은 '활유적 메타포서의 숯''이미지로서의 검정'이 함께 만나 '죽음으로부터 삶으로' 이동하는 질적 변환이다. 숯이 불로부터 죽음을 선고당하고 불로부터 생명을 입는 질료적 변환을 일으키듯이, 숯이 유발하는 검정은 죽은 색이 아니라 에너지를 머금고 살아있는 색으로 변환된다. 그것은 '형태재료질료이미지'의 변모 속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3) 사물로부터 인간으로 - 불과 빛 : 이배의 작품에서 숯의 연금술에 개입하는 불이 그러하듯이, 다양한 범주의 검정색이라는 마술적 변화는 숯의 질료가 이루는 ''의 표면에 빛이 개입하면서 창출된다. 불은 빛은 사물의 소멸/생성이라는 질료적 변환을 인간의 인간의 죽음/생이라는 심리적, 정신적 변환으로 확장시킨다.

4) 형태의 변형과 운동 - ()의 풍경 : 필자는 이배의 작품에서 추상적이고 기호적인 검정 형태를 '()의 풍경'으로 명명한다. 그것은 '--' 사이의 이동을 수시로 감행하는 변형성과 운동성의 존재이다. 언제나 ' ~로부터 ~로 이동하는' 이것들은 때로는 '선의 획'이자, 때로는 '점의 획이다. 그것은 서(, 쓰다)와 화(, 그리다) 사이를 오고가는 것이자, 양자를 통섭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구상과 추상, 자연과 인간, 음과 양, 전통과 현대라는 이원대립적 요소를 끌어안고 한꺼번에 조응시킨다. 그것은 운동성의 흔적을 만드는 하나의 퍼포먼스이다.


5) 죽음 이후의 탄생 - 창작의 겹과 염() : 2001년부터 시작된 이배의 새로운 작업은 숯으로부터 추출된 카아본 검정 물감에 수지와 아크릴릭 매재를 함께 섞어 사용함으로써 숯을 포기하는 대신, 숯의 본성과 검정색을 고수한다. '창작의 겹'이란 화면 위에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투명에 가까운 반투명' 매재의 덧칠방식을 의미한다. 그가 반복해서 겹쳐 올리는 반투명 매재는 필자가 획이라 명명한 검정 형태를 염을 하듯이 감싸 안는 '창작의 염()'이라 풀이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 면에서 죽은 것들을 보존하고 소생시키는 이배의 '미디엄-아크릴 회화''죽음 이후의 탄생이라고 하는 존재론적 미학'을 시각적으로 실천한다고 할 것이다


 

이배, 불의 이슈(issue), 캔버스 위에 숯, 162 x 130cm, 2000


상기한 분석들 속에서 추가적으로 검토해야 할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이배의 작품에서 '''검정'에 개입하는 매개적 상상력은 기실 ''이라는 질료적 바탕 즉 물질로부터 기원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배의 일명 숯회화나 숯조각은 숯에 연동되는 '물질적 상상력'에 관한 것으로부터 면밀히 고찰될 필요가 있겠다. 그것은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 식으로 말하면 형태적 이마쥬’(image formelle)를 벗고 되찾은 물질적 이마쥬’(image matérielle)에 다름 아닌 까닭이다. 바슐라르에 의하면 대상의 표면에 머무르는 형태적 상상력’(imagination formelle)이란 얼음의 외형처럼 고정화된 것일 뿐이고 대상의 표면과 내면이 함께 침투하는 물질적 상상력’(imagination matérielle)이란 얼음, , 수증기처럼 변화 가능한 '이미지의 다변화적 운동의 상상력'을 드러낸다. 이배의 작품은 진정 형태적 상상력보다 물질적 상상력이 앞서고 있는가? 그의 작품이 질료적 토대에 근거하고 생명성을 지향하는 운동적 형태를 발현시키는 것은 분명할진대 그것을 '형태적 상상력'으로 정초시킬 것인지 '물질적 상상력'으로 해석할 것인지는 보다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와 관련한 비평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자 한다.


1)이배,작가노트, 작가 제공 워드파일, p. 1.

2) 이배 & 앙리-프랑수아 드바이유,인터뷰(Entretien avec Henry-Francois Debailleux), 작가 제공 워드파일, p. 2.

3)이배 & 앙리-프랑수아 드바이유, ibid., p.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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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주석 생략 & 소제목 2~5 생략. 2015년 발간될 김성호의 미술평론집 및 출전 참조하실 것))


출전/

김성호, 「죽음 이후의 탄생-이배 작품의 존재론적 미학, (이배 작가론), 미술평단, 2014. 봄호, pp. 46-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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