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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비평┃조성훈전 / 분열적 자아와 ‘에고 모나드’의 욕망 (1편)

김성호

조성훈 개인전 전시비평

분열적 자아와 에고 모나드의 욕망 (1편)

 

 

김성호(미술평론가)

 

 

 

 

에고 메커니즘과 분열적 자아.

조성훈은 '에고 메커니즘(Ego mechanism)'이라는 주제 아래 자아의 분열증적 양상을 탐구한다근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화가들이 남긴 자화상은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면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재성찰하려는 자아 탐구의 일환이었다자화상이란 세계를 대면하는 한 예술가가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는 가장 근원적인 방식이었던 것이다조성훈의 작업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무수한 인물들은 실상 조성훈 자신의 모습이다그것은 무수한 인물들이 모여 있는 군집 초상에서조차 자신의 분신들로 이루어져 있다예를 들어 서로가 밀담하거나서로가 이견을 보이며 다툼을 벌이고 있을 때에도혹은 서로가 살아남기 위해 경쟁할 때에도 각 인물 주체들은 작가 조성훈의 분신들임을 똑 같은 얼굴똑 같은 복장들을 통해서 드러내 보여준다.

조성훈의 분신들은 일견개인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는 인간 존재론을 여실하게 드러내는 하나의 은유가 된다개별 정체성들이 어울려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간사회에 대한 은유 말이다그러나 그의 작품의 근간에는 인간 개체들이 관계를 맺고 동거하는 공동사회에 대한 관심 보다는 자아라는 주체에 대한 관심이 유독 집요하게 자리한다결국 나로부터 비롯되는 인간 존재론을 자신의 실존적 경험을 통해서 탐구하려는 경향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작가에게 '혹은 '우리'로 인식되는 주체들이 똑같은 외양을 가진 채 각자 다른 양상으로 어떠한 행동들을 하고 있다예를 들어 바닥에 드러누운 채 낮잠에 빠져든 '그들'(조성훈에게 있어서 나 혹은 우리), 벽에 매달려 있는 그들은 특별히 타자들을 의식하거나 경쟁하지 않지만 똑같은 외양을 한 채같은 행동을 각자 다른 모습들로 선보인다.

 


잠 94x58.Acrylic on Canvas

 

나아가 그의 작품에는 이러한 '혹은 '우리사이에서 서로 경쟁을 벌이거나 논쟁을 벌이는 등 일련의 상호작용을 부단히 수행하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작품 먼저 오르기에서 기다란 봉을 타고 서로 먼저 오르려는 모습은 경쟁 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초상이자자아의 쌍생아들이 벌이는 내면에의 투쟁이기도 하다그것은 작가 자신의 복제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이 시대의 풍자이자자신의 조형언어를 통해 시도하는 인간 존재론에 대한 내적 성찰로부터 비롯된다작품 내가 내 뒤통수를 치게 되는 상황이란 제명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풍자적 언어에 기초한 자신의 내적 성찰이 잘 드러나 있다인간 주체의 우연적이고도 본능적인 자기애적 행동이 결국 자신에게 피해를 입히는 상황이 될 수 있음을 뼈 있는 농담과 같은 풍자의 언어로 자신의 인간관을 재성찰하고 있는 것이다.

 


 조성훈. domino[내가 내 뒤통수를 치게 되는 과정].110x65 Acrylic on Canvas(2011)

 

그 뿐인가자신의 분신들이 서로의 머리를 깎아주고 있는 작품 SELF CUT이나마술의 절단 쇼에서 자신을 실험의 도구를 삼기를 주저하지 않으면서도 우스꽝스럽게 몸을 웅크려 자신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는 작품MONKEY MAGIC에서 그는 사사로운 것들을 뒤틀어보고삐딱하게 보려는 일련의 촌철살인의 풍자적 인식을 보여준다또한 작품충돌에서는같은 벽을 칠한다는 목표는 같되 그 방법론의 다름으로 인해 갈등하고 반목하면서 자아가 분열되는 양상을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있다흰색으로 페인팅하는 좌측의 '(우리)'와 검은색으로 페인팅하는 우측의 '(우리)'는 행동의 방식이 다름으로 인해 종국에 부딪히고 싸운다.

 


조성훈. SELF CUT. 70X90. oil on canvas. (2011)


충돌 150x65.Acrylic on Canvas


조강훈은 이러한 분열적 자아의 양상들을 풍자적이고 위트 있는 방식으로 표현해내면서그가 생각하고 있는 일련의 '에코 메카니즘'을 밝히려고 애쓴다그것은 프로이트(Freud)식으로 '본능적 자아(id)'와 '초자아(super-ego)' 사이에서 번민하고 갈등하는 '에고(ego)'의 모습조차 스스로 분열되는 주체임을 밝히려고 하는 듯이 보이기조차 한다달리 말해그가 그리는 에고 메커니즘은 이성적 주체로 간주되는 에고(ego)가 심리적 기제에 의해서 작동하기 보다는 최소한의 존재라는 모나드(monad)의 조합으로 인식하는 '의사(擬似과학적 사유'의 일단을 드러낸다.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해결되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자아의 메커니즘을 파악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단언하는 그의 입장에서 유추되듯이그의 작업은 복잡다기한 인간 행동의 '문제 해결 과정'을 의사과학적인 조형언어를 통해서 탐구함으로써 에고 메커니즘을 밝혀내려는 것에 집중된다달리 말해 그의 '에고 메커니즘'이라는 주제의식은 인간행동을 모나드의 결합과 연동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사회적 인간 존재론이 아닌 '의사과학적 인간 존재론'으로 탐구하는 것이라 하겠다.


 

 A.12.14.5X13 ACRYLIC,OIL ON CANVAS 2012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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