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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안공간과 미술시장 사이에 서서

이은주

최근 공공 문화기금들이 많아지고 대안공간들이 활성화되면서, 대안공간들을 통해서 양산되는 특수한 작가층이 생겨나고 있다. 대안공간들은 미술계에 다양하고 풍성한 층들을 만들어내는 진보적 문화의 진원지로서 긍정적 기여를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문화의 양극화를 만들어내는 장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소위 ‘미술관 작가’와 ‘화랑 작가’가 나뉘어지는 것은 오늘날의 현상만은 아니지만, 최근 공공기금을 지원받아 활동하는 대안공간 작가군과 상업화랑 작가군 사이에 보이지 않는 골이 깊어져가고 있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마치 진보와 보수가 나누어지듯이 둘 사이가 양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대안공간에서 전시하는 것은 진보적이고 쿨한 것이며, 상업화랑에서 전시하는 것은 구태의연하거나 타협하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상업적인 것이 비도덕적이라는 윤리가 대안공간들을 통해서 양산되는 어떤 이데올로기가 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현상이 걱정스러운 것은 신진 작가들에게 미술시장에 대한 오해를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의 유통에 참여하는 것은 전업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조건이다. 공공기금이나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대안공간들이 상업화랑에서 하지 못하는 문화적 인프라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작가가 여기에만 의존함으로써 미술시장에 대한 자생력과 면역성을 기르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볼 때 전업작가로서 끝까지 생존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대안공간을 통해서 양산된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정당하게 유통할 판로를 찾는데 필요한 노력들을 평가절하하게 된다면, 결국 몇 개의 대안공간을 전전하고 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는 결국 작품을 팔지않아도 생계유지에 걱정이 없는 귀족형 작가들만이 생존할 수 있게 된다.

미술사에 남은 작가들은 대부분 미술시장에의 성공적인 진입을 통해 대중과 가까워진 이들이다. 미술시장은 작업의 정신을 상품화시키는 역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품화를 통해서 다수의 대중들에게 소통될 수 있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상업과 예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을 수 없는 공생관계에 있다. 정당한 노력에 대한 경제적 대가를 바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만큼, 상업과 예술 사이의 보다 건강한 순환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미술시장의 변화 역시 절실하겠지만, 대안공간에 대해 애정을 가진 사람 중 하나로서 대안공간들이 작가들의 현실적 필요에 걸맞는 좀더 섬세하고 풍성한 어휘를 개발하고 다양한 형태로 진화되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대안공간이 특정한 스타일을 양산하고 본받아야할 어떤 윤리적 강령을 내포하게 된다면, 그 존재 자체로 작가들의 살아있는 에너지를 정형화시켜버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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