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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지금 뭐하고 노니?

김장언

나는 대안공간 에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대안공간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나마, 언론사로부터 오는 문의는 매우 정중한 것으로 그들은 나름의 사전 조사와 이해의 폭을 갖고 이러한 질문들을 던진다. 그러나 학기말이 되면, 학부의 교양수업에서부터 학위 논문까지 다양한 수준의 보고서를 위한 문의 메일을 받게 된다. 나의 상식으로는 이러한 질문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대부분은 급하니 빨리 자료를 보내달라는 식의 메일이다. 그러한 무성의한 질문에는 그 수준에 맞는 답변을 보낼 수밖에 없는데, 가장 당황스러웠던 질문은 회계자료를 보내달라고 하는 문의 메일이었다. 이 문의가 당황스러웠던 것은 회계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 때문이라기보다, 대안공간 분석을 위해서 회계자료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니 보고싶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메이저급 미술관 분석에서 자금의 이동은 그 미술관을 분석하는 유용한 툴로 작용할 수 있지만, 대안공간 - 여기서 대안공간이란 기존의 미술관과 다른 대안성을 표방하면서 설립된 미술관이나 센터가 아니다 - 으로 통칭되는 말그대로 그러한 공간들에서 이것은 아무런 의미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의 당혹스러움은 오히려 박물관학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방법론을 상황과 맥락이 다른 한국의 대안공간에 그대로 적용시키고자 하는 젊은 연구자들의 태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공간이란 정말 무엇일까? 이에 대한 일반적 답변은 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질문은 다섯 살짜리 꼬마에게 인생의 의미를 묻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개별대안공간의 대안성과 그것을 위한 운동성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이것은 꼬마에게 너 지금 뭐하고 노니? 라고 물으면서 그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개인적으로 대안공간은 그 공간이 추구하는 대안성에 동의하고 그 목표를 위한 운동성에 동참하는 개별 주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공간은 유의미한 연결망이며, 하나의 장이 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유희의 공간에는 천박한 관계성의 정치학은 존재할 수 없고, 새로운 움직임들을 위한 즐거운 논의만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즐거운 논의라는 것은 이상적인 것이고, 실상은 우울할 뿐이다. 즐거운 논의들을 위한 최소한의 원칙들이 깡그리 무시될 때도 있으며, 힘든 여건 속에서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하고 강조하게도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이익을 위해서 모든 구조와 관계가 재배치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나는 지난 여름에 만난 독일인을 떠올려 본다. 우선 그의 방식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서 언급하는 것은 아님을 밝힌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일부를 갤러리로 사용하고 있는데, - 물론 이러한 방식도 일종의 대안성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 그 공간에서 자신이 소개하고 싶은 작가를 초대하고 친구들을 불러 파티를 열면서 서로의 관심사와 정보들을 공유하는 장소로 이용하고 있었다. 내가 다시금 그를 생각해 보는 것은 그는 자신의 활동에 신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시작했다는 이러한 그의 방식에서는 나는 그가 놀아 봤고, 지금도 놀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그는 이러한 유희의 결과물들을 유의미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그에게는 자신이 꿈꾸는 대안성을 위한 움직임일 것이다. 한국에서 대안공간은 혹은 대안성은 단순히 수치나 관계성으로만 성취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놀고 있는지에 대한 끝임없는 성찰적 노력만이 그에 대한 답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도 한번 물어본다.

지금 뭐하고 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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