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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두진

하계훈

안두진
- 충돌의 언어 : The Fault Lines





이번에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안두진- 충돌의 언어: The Fault Lines>전은 주최측의 표현에 따르면 작가로서의 입문을 마치고 현장에서 분투하고 있는 국내 작가들의 역량을 키우고 이들의 새로운 도전을 지원하는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서 작가 안두진에게 기회가 제공된 것이다. 실제로 이번 전시는 안두진의 작가로서의 창작과정에서 30대 중반을 넘어선 작가가 자기 정체성을 굳히기 위하여 약진하고 있는 현재의 좌표를 잘 보여준다.

안두진은 회화를 이루는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이마쿼크(Imaquark)’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이마쿼크’는 ‘이미지(Image)’의 ‘이마(Ima)’와 물질의 최소 단위인 ‘쿼크(Quark)’가 합성된 용어로서 이미지를 이루는 형식적, 물질적 측면 외에도 개념적인 의미를 함께 내포하는 기본적인 최소단위라고 한다. 물리학적 용어 쿼크를 도입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안두진은 회화의 본질에 대한 사변적 탐구와 함께 과학적 접근태도를 보여준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Fault Lines’는 지질학 용어로서 지표면에서 단층면이 접하는 단층선을 뜻하는데, 작가의 작품 속에서는 이마쿼크 원형의 속성으로서 설정하고 있는 ‘충돌과 대립’을 가시화하는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섬광>, <먹구름이 몰려오는 어느 날>연작과 <지평선이 보이는 바다> 등의 최신작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이러한 주제를 담아내고 있는데, 이 가운데 전시장 입구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는 작품인 <섬광>의 경우에는 작품의 이미지에 앞서서 두 폭의 캔버스를 붙인 대작이 천정에서부터 비스듬하게 기울여진 채 허공에 매달려 설치되어 있어서 관객의 머리 위로 쏟아질 듯한 각도에서 작품을 대면하게 됨으로써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흔히 경험하게 되는 전형적인 작품 관람 형식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해준다.

이번 작품들은 전반적으로 광활한 파노라마적 화면 안에 강렬한 원색과 형광색 안료를 사용하여 마치 거대한 자연의 서사시를 시각적으로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표현주의적 흥분과 낭만주의적 숭고미가 동시에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페인팅과 드로잉 뿐 아니라 오브제 설치작업까지 처음으로 총체적으로 전시를 구성하여 의욕적으로 자신의 역량을 평가받으려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안두진은 이번에 2005년부터 2010년에 이르는 드로잉 작품들을 처음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이러한 드로잉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의 잉태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전시장 2,3,4층에 걸쳐 설치되어 있는 입체작품인 회오리는 이마쿼크 원형의 대립과 충돌의 속성을 3차원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작가에게 회오리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속성의 비유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으로서의 이마쿼크의 다양한 단위들은 매우 질서정연하고 조화롭게 채색되고 유기적으로 조합되어 있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중앙미술대전, 브레인팩토리, 사루비아 다방 등의 전시를 거쳐 이번에 3년만에 갖는 개인전에서 안두진이 보여주는 조형세계는 작가의 진지한 탐구 자세와 집중력 높은 작업밀도, 그리고 정형화의 틀을 거부하는 관람객과의 소통의지 등이 종합적으로 잘 드러나는 전시로서 작가의 건강한 미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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