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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전문 출판사의 사례

하계훈

영미권에서 미술서적이 활발하게 출판되기 시작하는 시기는 19세기 말 미술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대중들에게 개방되는 박물관, 미술관들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독일어권을 중심으로 대학에서 미술사학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철학, 역사학의 방법론을 인용한 미술이론 서적이 등장하는 한편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에 수반되는 팜플렛의 발간이 늘어나게 되었다. 초기에는 도판과 텍스트를 함께 싣는 기술이 부족해서 전시회의 카탈로그는 주로 전시회의 주제에 대한 간단한 설명 텍스트와 작품제목 리스트 정도에 그쳤으나, 1차 대전 이후 1920년대부터는 아주 초보적이긴 하지만 그림이 삽입된 미술 서적의 출판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 후 1940년대부터 미술전문 출판사가 하나 둘씩 설립되기 시작했으며, 1960년대부터 2차 세계대전의 전승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미술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증가하고 대형 기획전시회가 빈번히 열리면서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의 도판에 텍스트가 곁들여진 미술도서의 출판 산업이 크게 발돋움하게 되었다.
이러한 미술서적 출판에 있어서 대표적인 출판사로는 미국의 해리 에이브럼스(Harry N. Abrams)나 영국의 월터 뉴라스(Walter Neurath) 부부, 오스트리아의 벨라 호로비츠 박사(Dr. Bela Horowiz)와 루드빅 골드샤이더(Ludwig Goldscheider) 등이 세운 출판사가 있으며 이들이 앞장서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H. W. 잰슨의 <미술의 역사(History of Art)>, H. H. 애너슨의 <현대미술사(History of Modern Art)>, E. H.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the Story of Art)> 등의 개론서들을 출판하여 미술애호가나 미술 전공자들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설립자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1949년에 출범한 에이브럼스 출판사는 미국에서 최초로 미술서적을 전문으로 출판하는 출판사였다. 이전까지 미국에서의 미술서적은 유럽으로부터 수입되는 것이 대부분이었으나 에이브럼스가 설립됨으로써 미국의 미술서적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으며, 이제는 오히려 유럽의 몇몇 나라로 역수출되고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기도 했다.
1953년부터 에이브럼스는 위대한 예술가 시리즈(the Library of Great Painters)와 위대한 미술의 포켓본 시리즈(the Pocket Library of Great Art), 그리고 위대한 미술관 시리즈(the Library of Great Museums)와 현대미술의 거장 시리즈(the Library of Modern Masters)등의 미술서적을 연속으로 출간하면서 미술 전문출판사로서의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 나갔다.
1959년 에이브럼스는 교육용 교재 전문출판사인 프렌티스 홀(Prentice Hall) 출판사의 주문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미술사 교육용 교재를 제작할 것을 제의 받고 H. W. 잰슨에게 의뢰하여 펴낸 책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술의 역사(History of Art)>였다. 잰슨의 책은 30여 년 동안 우리 나라를 포함하여 무려 37개국에서 번역 출판되었으며 이제까지 4백만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의 역사>는 우리나라에서도 1978년에 삼성출판사에서 번역 출판하였다. 지금까지 에이브럼스는 프렌티스 홀 출판사와 제휴하여 20여종의 교재용 미술서적을 출간해오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잰슨의 책 이외에도 1964년에 출간된 셔먼 리(Sherman Lee)의 <극동의 미술사(A History of Far Eastern Art)>와 같은 책이 잘 알려져 있다.

1960년대 미국미술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자 에이브럼스는 잭슨 폴록이나 앤드류 와이어트와 같은 미국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집을 출간하였고 1970년대에는 보다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예술가들로 관심을 넓혀 노만 록크웰(Norman Rockwell, 1970), 월트 디즈니(Walt Disney, 1974) 등의 작품집을 출간하여 상업적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1977년 에이브럼스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에도 회사명에는 그의 이름이 계속 사용되었으며 1980년대 말부터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시작으로 뉴욕의 근대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그리고 나아가서 런던의 로열 아카데미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미술관과 제휴하여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들의 소장품 전시 카다로그의 제작에 참여해오고 있으며 그밖에도 러시아, 프랑스 등 세계의 거의 모든 유명 미술관들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에이브럼스는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센터에 있는 국립 미국 미술관(National Museum of American Art)과 협력하여 현대미술의 거장 시리즈와 미국 미술의 거장 시리즈를 펴내고 있으며 1980년대 중반부터 여러 미술관의 소장품을 이용한 어린이용 서적을 출판하여 수십 만부에서부터 백만 부가 넘게 판매되는 성공을 거두어 오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에이브럼스는 서적과 함께 CD 롬을 발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구겐하임에서 열린 조르지오 알마니 전의 도록을 출판하거나 헬로우 키티의 캐릭터에 관한 책을 준비하는 등 정통적인 미술에서 벗어난 출판기획으로 비난을 받기도 하고 있으나 이제까지 1500 종이 넘는 미술서적을 발행해왔으며 최근에도 매년 150 종 이상의 책을 발행함으로써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영어권을 중심으로 한 미술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월터 뉴라스와 에바 뉴라스 부부가 1949년에 설립한 테임즈 앤 허드슨(Thames & Hudson) 출판사는 미술, 건축, 패션, 디자인, 사진뿐만 아니라 고고학, 역사, 음악, 여행 등의 주제에 관한 책들을 출판해왔다. 뉴라스 부부의 미술 서적 출판에 대한 신념은 일반 대중들이 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값싸면서 질 좋은 책들을 출판해내는 것이다. 테임즈 앤 허드슨사는 현재까지 미술 서적을 중심으로 2000권 이상의 책을 출판해왔으며 매년 180권 이상의 새로운 책들이 출판되고 있다.

테임즈 앤 허드슨사가 출판한 책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지난 30년간 200권 넘게 출간해온 세계의 미술 시리즈일 것이다. 이 시리즈는 고대 미술에서부터 현대미술까지 미술사의 전 영역을 다루고 있응 뿐 아니라 건축, 사진, 디자인 그리고 공연예술 분야에까지 주제의 폭을 넓히고 있다. 테임즈 앤 허드슨사의 출판물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책은 1964년 발간되어 한국 예술 종합학교의 양정무 교수가 번역한 <지오토에서 세잔까지(From Giotto to Cezanne)>, 수지 개블릭(Suzi Gablik)의 <모더니즘은 실패했는가?(Has Modernism Failed?)>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상당량의 책들이 번역되었다. 테임즈 앤 허드슨사는 세계 유명 미술관과 제휴하여 특별전의 도록을 출간하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시카고 미술관과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서 화가의 100주기를 기념하여 공동으로 개최한 <반 고흐와 고갱>전의 도록을 출간하기도 했다.

테임즈 앤 허드슨사는 런던시를 흐르는 테임즈 강과 뉴욕시를 흐르는 허드슨 강의 이름을 합성한 것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국제적으로 영어권 국가들을 시장으로 설정하고 있다. 본사는 런던에 두고 있으며 뉴욕에는 노턴(Norton), 카나다에는 펭귄(Penguin) 등의 파트너 보급 회사를 두고 있으며 이 밖에도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의 영어권 국가에서도 미술서적 부분에서 주도적인 출판사로 자리잡고 있다.
테임즈 앤 허드슨사는 설립자 월터 뉴라스를 기념하기 위하여 매년 미술계의 저명인사를 초빙하여 기념 강연회를 개최해서 추후에 강연 내용을 보완하여 단행본으로 출간해오고 있는데 현재까지 모두 30여 권에 이르고 있다.
미술서적에 관한 또 하나의 국제적인 출판사로는 파이든(Phaidon) 출판사를 들 수 있다. 파이든은 일찍이 1923년에 벨라 호로비츠 박사(Dr. Bela Horowiz)와 루드빅 골드샤이더(Ludwig Goldscheider)가 비엔나에서 설립하여 현재는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등 국제적인 조직망을 가지고 있다. ‘파이든’이란 명칭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제자 가운데 영혼의 불명성에 대하여 논했던 페이도(Phaedo)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한다.

법학을 전공한 호로비츠는 주로 경영을 담당해왔으며 미술사를 전공한 골드샤이더는 경영에서 한 발 물러서서 출판기획이나 학술적인 부분을 담당하면서 본인이 고대 조각이나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관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자신의 원고와 함께 골드샤이더는 조각 작품의 세부묘사를 사진으로 포착하여 수록함으로써 당시 박물관과 미술관의 도록에 관행적으로 수록되던 작품의 이미지와는 다른 차별성을 가짐으로써 파이든을 미술출판에 있어서 선구자적인 위치에 올려놓기도 했다.
원래 초기의 파이든 출판사에서는 미술서적보다 문학, 철학, 역사 분야의 서적들을 독일어로 출판해왔으며 1936년에 비로소 반 고흐, 보티첼리, 그리고 인상파 미술에 관한 책을 양질의 도판들과 함께 출판하기 시작하였다. 미술품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고가의작품을 소장할 수 없었던 대중들은 파이든에서 출간한 대형 도판의 질과 전문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설명에 매료되어 앞다투어 책을 구입했으며, 반 고흐의 책의 경우에는 며칠 사이에 5만 5천 권이 매진되어 버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에 힘을 얻은 파이든의 미술서적 사업은 이듬해부터 이 책들을 영국, 프랑스, 미국 등에서 번역 출판하여 크게 성공을 거두었다.

2차 대전 동안에 나치가 비엔나를 점령하자 파이든 출판사는 런던으로 본부를 옮겼으며 본격적으로 대중과 전문 연구가들 모두를 위한 미술에 관한 책을 펴내기 시작하였다. 호로비츠는 케네스 클락(Kenneth Clark) 버나드 베렌슨(Bernard Berenson), 앤서니 블런트(Anthony Blunt) 등 당시 런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던 필자들을 영입하였으며 1950년에는 곰브리치(E. H. Gombrich)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서양 미술사(the Story of Art)>를 출간하였다. 서양미술사는 1995년을 기준으로 16판 인쇄동안 600만 권이 팔렸으며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세계의 3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열화당에서 상, 하 두 권으로 번역 출간하였으며 1994년 도서출판 예경에서 다시 단행본으로 번역 출판하였다.

<서양미술사>의 성공은 이와 유사한 미술사 책의 저술을 자극하여 파이돈에서는 <공예의 역사>(1985년, 에드워드 루시 스미스 저), <건축의 역사>(1997년, 패트릭 너겐스 저), <현대미술의 역사>(1997년, 노버트 린턴 저) 등이 이어져서 출간되기도 했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는 동안 파이든 출판사는 몇 차례 주인이 바뀌었으며 1990년 리차드 슐라만(Richard Schlagman)이 출판사를 인수한 후 다시 본격적인 미술서적 출판사업에 박차를 가하였다. 1994년에 출간된 아트북은 약 200명의 작가의 중요작품을 수록할 예정이었던 책인데 슐라만은 여기서 더 욕심을 내서 작가의 숫자를 500명으로 늘리고 책의 가격도 20파운드(약 4만원)를 넘지 않도록 하여 많은 독자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할 것을 천명하였다. 몇 해전 파이돈 출판사가 기획한 < 신선한 크림 : 문화 속의 현대미술(Fresh Cream: Contemporary Art in Culture)>은 출판사 측이 10명의 큐레이터에게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작가를 각각 10명씩 선정해줄 것을 요청하여서 이렇게 선정된 100명의 작가의 작품들과 함께 큐레이터와 작가의 대화와 글을 수록한 일종의 ‘책 속의 전시’인 셈이다. <크림> 시리즈는 2003년 7월 현재 3편이 출간되었다.

이밖에도 영어로 미술서적을 출간하는 출판사로는 리졸리(Rizzoli), 스키라(Skira), 타센(Taschen), 프레스텔(Prestel) 등이 있다. 리졸리는 원래 1929년에 설립한 출판사와 1876년에 설립한 이탈리아 신문사가 1974년에 합병되어 방송, 신문, 잡지, 광고, 출판 등의 사업을 하는 RCS 그룹을 형성하였는데 이 가운데 출판 분야를 담당하는 <리졸리 USA>는 상징적으로 뉴욕에 서점을 개점해놓고 미술뿐 아니라 사진, 인테리어 디자인, 원예, 요리 등의 분야에서 영어권의 젊은 독자층을 겨냥하여 활발한 출판사업을 벌이고 있다. 리졸리는 같은 이탈리아 미술 출판사로서 밀라노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스키라를 합병하였고 프랑스의 대표적인 미술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플라마리온(Flammarion)을 인수하기도 하여 점차 그 외형을 불려가고 있다.
독일의 뮨헨에 본사를 두고 1924년에 설립된 프레스텔은 1977년 유르겐 테크(Jgen Tesch)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영어권 독자를 겨냥한 출판사업에 힘을 쏟아오고 있다. 프레스텔은 미술뿐 아니라 건축, 사진, 디자인, 문화사, 인류학 분야의 서적들을 출간해오고 있으며 대영박물관, 퐁피두센터, 베를린 유태인 박물관, 옥스포드의 애쉬몰(Ashemole) 박물관 등 세계의 중요 미술관, 박물관의 소장품과 운영에 관한 담론들을 펴내고 있다.
영미권에서 미술서적 출판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또 하나의 주체는 유명 대학의 출판부일 것이다. 영국의 옥스포드, 캠브리지 대학과 개방대학(Open University)을 비롯하여 미국의 MIT, 하버드, 시카고, 프린스턴 대학 등의 출판사는 기존의 상업출판사와 제휴하여 미술서적을 출판하거나 독립적으로 이들 출판사들보다 전문적인 내용의 미술서적들을 출판해오고 있다.

- 출처 / <월간미술> 200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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