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도깨비로 상징되는 인간의 기억과 상상

하계훈

도깨비로 상징되는 인간의 기억과 상상


하계훈(미술평론가)


창작문화공간 여인숙(이하 ‘여인숙’으로 칭함)에서 진행된 3인 작가의 단체전의 주제는 <새벽 도깨비의 노래>였다.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어렵게 공간을 꾸려나가는 여인숙의 지난 수년간의 활동 맥락을 충분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참관하게 된 전시는 분석에 있어서 다소의 한계가 있을 수 있고, 기획자의 의도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과의 대화와 참고자료의 도움으로 짧은 글을 써본다.

<새벽녘 도깨비의 노래>전시는 2018년 여인숙 레지던시 해외예술인 협업 프로그램으로서  한국과 일본 작가 3명이 도깨비, 혹은 오니의 특성이나 설화 이미지를 각자의 작업 방식으로 해석한 그룹전이다. 여인숙에서는 이러한 해외예술인 협업프로그램의 목적을 작가들의 다양한 공간해석 작업과 예술적 네트워크 구축으로 보고 있으며, 그를 통해서 작가들 사이의 유대와 협업하는 문화를 구축, 시각예술의 확장과 공동체 문화의 발전을 꾀하고자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의 경과는 보다 성숙하고 창의적인 담론의 도출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

양국의 작가들이 공감하며 하나의 전시에서 녹여낼 수 있는 주제로서, 참여 작가들은 도깨비(일본의 경우 이와 비슷한 오니)라는 대중적 설화 속의 존재를 선택하였다. 3명의 작가 가운데 일본인 작가 아키코 우츠미는 설치미술 작가로서 한국과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하면서도 유럽의 중요 창작공간에도 참여한 작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난지 창작스튜디오를  거쳐 갔으며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에 대한 적지 않은 이해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작가의 창작 궤적을 살펴보면 우츠미는 자신이 머무는 현장에서 발견하는 소재나 창작환경을 적극적으로 작품에 도입하여 온 것을 알 수 있다. 작가는 거울과 전구, 리본 등을 이용하여 개체를 복수화 혹은 다수화하고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 설치된 작품들은 해와 달에 관한 한국의 설화에서 착안하여 제작된 작품을 주제에 맞게 배치하여 제시하고 있다. 

김연지의 <이상하고 아름다운>이라는 작품은 철사와 닥종이로 만든 인체를 연상시키는 입체 작품이다. 작가는 얼굴의 표정이나 인물의 구체적인 모습이 제거된 오브제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규범화된 사고와 행동의 제약으로 인간의 상상력이 증발되어 가고 획일화로 수렴되는 현상을 우리가 오늘날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곧 어린 시절의 다양한 도깨비를 상상하던 우리의 정신세계가 시들어가는 현상과 궤를 같이 하는 부분이 있다고 볼 때 “생명본연의 모습과 본질을 잃어버리기까지 하면서 추구해야 하는 인간다움은 누구를 위한 인간다움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영상 작업을 출품한 이승희는 자신이 머물게 되는 작업 현장을 관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의 단초를 군산지역에서 비교적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적산가옥’이라는 공간에서 찾아내었다. 적산가옥이란 일제 강점기에서 비롯된 일본식 가옥으로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러나 화면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공간에 대한 회고는 각자의 기억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리하여 하나의 집에 관하여 두개의 시선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도깨비로 상징되는 인간의 기억과 상상에 대한 정신작용을 시각화하면서 그 결과물을 창작공간 여인숙에 제시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출품작들이 시간이나 공간의 현실적인 제약으로 최고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작가들의 창작의 궤적에 자연스럽게 녹아나는 작품들이 제시된 흥미로운 시도였다고 생각되며 이러한 시도를 누적시킴으로써 작가들의 교류와 담론 창출이라는 창작공간의 지향이 점차 공고해지기를 바란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