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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 작가의 자기완성 공간으로서의 도시

하계훈

작가의 자기완성 공간으로서의 도시


하계훈(미술평론가)


김동욱은 도시생활 공간에서 포착되는 현대인들의 평범한 일상에서 작품의 소재를 발견한다. 도시의 문제는 산업화된 사회와 관련되어왔고, 후기산업 사회를 거쳐 정보산업사회 등으로 우리의 생활환경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물적 풍요와 그에 반비례하는 정신적 가치관의 추락을 가져왔으며 공동체의 해체와 인간소외 현상이 목격되어왔다고 이야기 된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산업화를 진행해왔던 19세기 유럽의 경우에 사회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양분되었다. 바르비종이라는 파리 근교의 농촌지역으로 탈도시화를 감행한 밀레와 같은 자연주의 화가들의 회귀적인 태도와 인상파 화가들과 같은 도시의 새로운 변화를 긍정적으로 관찰하는 우호적인 태도로 나뉘기도 하였다. 이 두 가지 태도를 대비해보면 작품의 양식이나 주제 등에서도 의미 있는 비교를 해낼 수 있겠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시간과 속도에 대한 관점을 주목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수 있다. 


도시의 특성 가운데 중요한 몇 가지를 들자면 속도와 익명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도시는 인구 밀도가 높고 그 인구의 역동성이 만들어내는 속도가 농촌과 같은 비도시적 공간에 비해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빠르게 돌아가는 생활 패턴의 반복이 일상화된 공간이 도시인 것이다. 김동욱의 작품에서 도시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일상이 운동감 있는 붓터치로 표현되는 것은 이러한 도시 현상을 시각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리에서 바쁘게 걸어가거나 카페에서 잠시 멈춰서 차를 한 잔 하면서 두런두런 자신들의 이야기에 몰두하는 이들의 모습을 마치 차안에서 스쳐가며 흘깃 바라보고 포착하는 듯한 작가의 시선은 이런 의미에서 도시적이다. 그런데 작가가 바라보는 도시의 일상은 양가적이다. 화면에 담긴 이미지들은 발전과 변화를 기대할 수 있고 자신의 능력과 미래에 대한 긍정이 가득할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이지만 김동욱은 이러한 도시인들의 표정 이면에서 이중적인 삶의 모습을 발견한다. 작가는 활력과 생기의 이면에 잠복해있는 현대인들의 고독과 소외, 더 나아가 밝게 포장된 우울한 결핍을 발견한다고 한다.


도시의 또 다른 특징은 익명성이다. 농촌은 생활과 노동의 특성상 상호 협력과 왕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교류가 생김으로써 이웃 간의 정보가 폭넓게 공개된다. 그럼으로써 상대방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거나 상대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할 수 없는 데 비해서 도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마주치고 부대끼며 살아가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알아야 할 필요도 적고 상대방의 문제에 간섭할 수도 없는 생활 패턴이 이어진다. 따라서 도시에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스스로가 자신을 알리기 전에 상대방이 자신을 알게 되는 일은 드물게 일어난다. 이러한 인간관계는 독립성을 보장할 수는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립과 소외, 그리고 공동체에서의 긍정적인 덕목들을 져버리게 만들 수 있다. 


김동욱의 초기작은 전통적인 초상화처럼 선명하며 화면 속의 인물에 대한 재현성 뿐 아니라 인물의 성격 묘사까지 가능할 정도로 표현되었다. 그러나 도시 풍경을 묘사하는 작품에서는 인물들의 모습이나 동작에서 세부적인 묘사가 사라지고 전체적인 구성과 화면의 흐름에 주목하게 된다. 작가와 대상과의 관계나 거리도 이전의 인물 묘사에서보다 객관화되고 물리적으로도 멀어지게 됨으로써 작가의 시선은 사건의 관찰자나 눈앞에 벌어지는 장면을 마주하는 관객의 중립적인 역할로 바뀌어간다.  


이러한 도시 풍경에는 인물과 함께 도시 공간이 품고 있는 인공의 빛과 차선, 고층건물 등의 조형 요소들이 순간순간 스치는 인파들과 어울려 공간적 흐름과 율동을 만들어낸다. 초기 작품과 달리 김동욱이 화면의 붓터치를 분할하고 거기에 운동감과 방향성을 부여하는 것은 작가의 말처럼 순간적인 기억의 파편을 조합한다는 의미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도시 공간은 화가들에게 기대와 좌절, 작가들 간의 연대와 갈등, 그리고 이러한 시간들을 거쳐 살아남은 작가들이 자신을 완성해가는 과정의 배경을 제공해왔다. 김동욱 역시 이러한 무대에서 자기완성을 위한 과정의 한 지점에 위치하면서 때로는 갈등과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또 때로는 작은 성취감을 맛보면서 창작 작업을 계속해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작가로서의 생존의 유익한 도구는 타고난 재능과 함께 성실한 손노동, 그리고 상상력과 예술적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끈기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면 작가로서의 자기완성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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