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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공공미술

하계훈

공공예술(미술)이라는 개념은 문자 그대로 공공 영역에서 대중을 지향하고 그들의 정서에 개입하는 예술이다. 근대사회에서 예술(미술)이 기술과 분리되면서 노동자 계층의 생활이 그 무엇보다 생산성을 우선으로 여기는 기술 중심적으로 진행되는 데 반하여,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상류계급들은 자신들의 사회적, 정치적 신분을 차별화하는 수단으로 예술을 동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예술은 상류층을 중심으로 공유되는 사회적 자산이 되었으며 점차 대중들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인상파 화가들이 파리를 예술의 도시로 꽃피우고 있던 시기에 벨기에의 탄광마을 보리나주에서 선교사로 일하던 반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여기는 그림 비슷한 것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당시 유럽사회의 문화적 빈부격차의 극단을 잘 말해준다.

독일의 미술사가 빙켈만(Johann Joachim Winckelmann)에 의해 18세기 중반 폼페이에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가 발굴되자 유럽의 상류층들은 자신들의 뿌리를 그리스 로마의 문화에 연결하고자 열을 올렸다. 그들은 그랜드 투어(Grand Tour)를 통해 현장을 방문하며 고전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여갔고 그로부터 얻게 된 정보와 물적 증거를 통해 자기 미화작업을 해나갔다. 때마침 일어난 산업혁명의 물결은 새로운 자본가들이 이러한 문화 활동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을 확보하게 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고대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철학과 문학 뿐 아니라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결과적으로 유럽의 중요 도시에 공연장, 도서관, 공공미술관과 박물관들이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농업사회에서 제조업 중심 사회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과정에서 산업자본가들이 문화를 자신들의 새로운 정체성을 규정해주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정도가 유럽이나 미국의 산업혁명 시기의 현상보다는 약한 편이었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자본이 정보사회의 자본으로 이전되고, 점진적으로 국제화가 진행되어 국제적 동질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우리사회에서도 점차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문화예술이 새로운 형태의 권력이자 자본으로 자리잡아가게 되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난 2005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5회를 맞는 트리엔날레 형식의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5)는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APAP는 공공예술의 형태를 띠면서도 시 단위의 지방자치단체에서 국비 지원 없이 추진해 온 유일한 국제적 예술축제로서 비록 시작 단계에 있기는 하지만 시각예술 축제를 통해 지역의 공간 효율을 높여 주민들의 문화복지에 기여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시민의식과 주민들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산업생산성이나 고용확대에까지 효과를 발생시킨다면 산업사회를 거쳐 온 우리나라의 현대화과정에서 대중과 예술이 분리되어 온 현상을 잘 극복해낸 대표적인 사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예술은 대중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였던 이야기 형식의 표현을 넘어서서 개인의 사고 및 경험과 감정으로 몰입하는 추상화와 형이상학화로 환원되게 됨으로써 대중과 점차 멀어져왔다. 여기에 상업주의가 가세하면서 대중들이 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지 않았으며,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흐름이 결국 일반 대중들의 정서에 다가서는 공공예술의 출현을 부르게 되었다고 할 수도 있다. 전통적 개념에서의 공공미술은 장소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작품을 가지고 대중들과 소통하는 데 반해, 새로운 공공미술의 개념은 이러한 장소를 물리적 장소로만 한정시키지 않고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소통을 지향하는 공간으로 확장시키며, 그런 의미에 맞는 작품으로 지역공동체와 관람객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를 유도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입과 참여는 예술과 생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안양시는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이외에도 도시경관 조성에 미적 차원을 부여하는 아트시티21, 안양 공공디자인사업(APDP) 등을 추진하며, 도시의 예술적 이미지를 높이려고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업들이 사업 간 중복이 발생하여 시너지 창출도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앞으로는 이들 사업의 통합적 추진과 유기적 연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시스템 보완이 이루어지고 이를 위한 사업의 지속성, 전문성이 담보되는 환경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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