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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은영 / 우주로 열린 창

하계훈

우주로 열린 창(Window to the Universe)


하계훈(미술평론가)


추은영의 작품은 두 가지 트랙을 따라 전개된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작가는 목재를 비롯한 전통적인 조각의 재료를 이용하여 실제적인 볼륨을 가진 오브제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축을 형성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은 이렇게 작가의 노동과 연마를 통해 탄생되는 실질적인 작품들과 밀접하게 연관된 디지털 이미지로서의 활성화된(animated) 영상 오브제를 창조해내는 것이다. 


The Third Wave, 350x350x350cm, 3D animation & Installation, 2013


두 작업의 전후 관계는 작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을 완성도 높게 수행하기 위하여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조소와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두 개의 전공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다. 이 두 가지 작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라는 속성의 거리감 때문에 일견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추은영의 작품에서는 두 가지 작업이 밀접하게 연관성을 갖고 있다. 디지털 작업의 결과물들은 주로 영상으로 제시되는데 작가는 자신의 영상작업에 도입된 형상을 구체적인 오브제로써 함께 제시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마무리하고 있다.


디지털 아트가 우리의 시각문화를 변화시켜 놓은 지 벌써 반세기가 넘어가고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늘날 우리의 시각문화는 전통적 조형감각과 디지털 영상이 주는 시각적 체험이 양립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물론 이 두 가지 영역이 양자택일적인 상황은 아니다. 전통적인 조형을 통해 생산되는 미학의 세계와 디지털 가상의 이미지를 통해 만들어내는 또 다른 미학의 세계는 그 둘 중 어는 하나를 극복해야만 존재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과 아날로그로 분리할 수 있는 두 가지 조형의 세계는 정확하게 일치하는 조형어법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디지털 아트의 속성 가운데 하나는 창작자와 관람자 모두 매체에 대한 공감도가 높다는 데 있다. 다시 말해서 조각도구나 그림물감을 생활 속에서 거의 접하지 않은 관람객이 조각 작품이나 회화 작품을 감상하는 경험과 달리 디지털 아트를 접하는 관람객들은 작가가 제시하는 창작물이 그 내용이나 전달 형식에 있어서 아날로그적인 미술 작품들에 비하여 그리 낯설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 생활이 이미 상당부분 디지털 이미지를 친숙하게 여길 수 있는 환경으로 전환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영상으로 제시되는 추은영의 작품에 대한 관람객의 몰입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작가와 관람객 사이에서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이 더 넓고 더 쉽게 형성될 수 있는 것이다.


추은영의 작품이 디지털 영상으로 그치지 않고 구체적 오브제로 다시 제시되는 형식은 가상 공간에서의 공감을 전제로 하면서 실제공간에서 좀 더 현실적이고 가촉적인(tangible) 경험으로까지 관람객의 감각과 경험을 확장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물론 관람객 참여형의 디지털 영상에서 발생하는 관람객과 작품 사이의 상호작용(interaction) 역시 가촉적인 측면이 있으나 실제 공간에 존재하는 오브제의 미적 체험을 위한 가촉성과는 다른, 하나의 도구적 행위로서의 가촉성이나 동작(operation)을 유발하기 위한 가촉성인 경우가 적지 않다.


Window to the Universe, 300x300x300cm, 3D animation & Installation, 2014


방법 면에 있어서 추은영이 디지털이미지와 실물로서의 오브제를 함께 창작해낸다면 작가가 그러한 작품에 담아내는 주제는 주로 인간의 속성과 환경, 사고와 행위 등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쯤에서 우리가 추은영의 작품 성향을 살펴보면 작가는 선형적 사고를 거부하는 일종의 복수 감각형 인간의 삶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추은영의 작품은 전후 관계의 맥락적 연결을 시도하기 어려운 개별적인 주제가 동시적으로 돌출되고 있으며 이들 주제 사이에는 전후관계나 진화의 연속성 등을 굳이 따질 일도 아닌, 동시다발적이며 폭넓게 현대사회의 인간 군상의 생태를 관찰함으로써 발견되는 인간사의 여러 모습이 담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추은영은 초기 작품에서 목조각과 키네틱 작동 원리가 결합되어 인간 사회의 치열한 경쟁을 풍자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2007년의 <operate me>라는 주제의 전시에서는 제도의 굴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밖에도 작가는 <열쇠>를 통해 소통의 기술을, <보이지 않는 공격>을 통해 사이버 언어폭력의 문제를, <레드 오션>에서는 종교의 문제를, 그리고 <제3의 물결>을 통해서는 현대시회의 정보 홍수 속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제기하는 등 우리 생활의 모든 부분에서 일어나 일들에 대해 작가로서의 시각적 해석을 가하였다.


이렇게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양면에서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해 온 추은영이 이번에 네 번째로 여는 작품 전시에서는 관심의 눈길을 천체 우주로 향하고 있다. 이번 작품들은 디지털 영상과 실제 공간의 오브제들이 보다 긴밀하게 연관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전에 추은영이 관심을 가졌던 인간사의 문제를 천체에 투영하여 그 안에서 다시 인간적인 호기심의 표현, 개체 사이의 관계, 호기심의 문제나 별자리로 상징되는 신화체계 등을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두 축으로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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