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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미술계를 기억한다

하계훈

2013년 미술계를 기억한다


하계훈(미술평론가)



2013년 우리 미술계의 출발은 무난하고 조용했다.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작가들 사이에서도 협동조합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고, 2월에 출범한 새 정부의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시각예술 분야의 한류 확산과 한국미술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시각예술 글로벌 기획 인력 육성’ 프로젝트 추진을 발표하였다. 광주에서는 아시아문화전당의 운영주체에 대한 논의가 벌어졌고, 지난해 여름 화재사건으로 개관이 11월로 미뤄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국립기관에서 책임운영기관으로의 전환 문제에 걸려 개관을 얼마 앞두고도 전문 인력을 제대로 확보해내지 못했다. 


공립과 사립 미술관들에서도 인력과 소장품 확보는 제대로 되지 않았지만 하드웨어로서의 미술관 건립은 비교적 활발하였다. 서울시립미술관의 분관인 북서울미술관, 서울 종로구립미술관인 박노수미술관 등의 공립미술관들과 서귀포의 왈종미술관, 강화의 해든미술관, 원주의 한솔뮤지엄, 경주의 우양미술관 등이 새롭게 개관하였으며 이밖에도 몇몇 미술관과 박물관들의 개관을 위한 착공이 발표되었다.


2013년의 미술관 전시에서 눈에 띠는 것은 <미국인상주의 미술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미국미술 300년전>(국립중앙박물관),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국립중앙박물관),<프라하의 추억과 낭만전>(덕수궁미술관), <신중국미술전>(아르코미술관), <1970년대 이후의 일본 현대미술전>(서울대학교미술관), <알렉산더 칼더전>(삼성미술관리움) 등의 외국미술전시가 많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에 비하여 예전처럼 외부 기획사들이 중심이 되어 개최하는 유명 작가 중심의 블럭버스터형 전시가 상대적으로 눈에 띠지 않았던 해이기도 하였다. 


국내 미술에 관련된 전시 가운데 주요 전시로서 2월에는 환기미술관에서 <김환기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열렸고, 4월에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된 재일교포 하정웅의 컬렉션전인 <격동기의 혁신예술 - 재일작가를 중심으로전>이 2년에 걸쳐 8개 시도립미술관을 순회할 예정으로 출발하였다. 5월에는 덕수궁미술관에서 <야나기 무네요시전>이 열렸으며 10월에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비디오 빈티지 : 1963~1983전>이 열렸다. 2013년의 연례행사나 격년제 행사 중에는 상업화랑들의 미술제인 국제화랑미술제(KIAF)와 <2013경기도자비엔날레>, <201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이 개최되었으며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는 김수자의 설치작품이 소개되었다. 


2013년 미술계의 사업 가운데 의미 있는 사업으로는 석남 이경성 4주기를 추모하며 후학들이 석남을 기리는 미술이론상을 제정한 것과 1997년 작고한 미술평론가 이일의 후학과 유족이 그의 앤솔로지를 발간하고 <비평가, 이일 컬렉션전>을 개최한 일, 그리고 다양한 미술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활용하기 위한 국내 아카이브 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국아트아카이브협회’가 발족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미술계의 학술행사로는 아시아의 도교문화를 주제로 열린 <2013년 국립중앙박물관 국제 학술 심포지엄>, 대구미술관과 대구문화재단이 개최한 <이쾌대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표암 강세황 탄신 300주년 기념 학술 심포지엄>, 국외소재 문화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2013 국제학술대회>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미술시장에서는 경기침체와 미술품을 둘러싼 불미스런 사건이 불거지면서 몇 해 동안 지속되어 온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미술품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득에 대한 과세 문제에 대해서 20년 가까이 논란을 거듭해온 미술품 양도소득세가 올해부터 시행된 것도 일부 컬렉터들의 심리적인 위축을 야기하여 화랑가의 출입을 자제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CJ그룹과 오리온 그룹 등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일부 화랑과 고가의 미술품의 수상스런 거래가 드러났고, 추징금 납부를 지연시켜오던 전두환씨 일가의 재산을 압류하고 그 작품들을 경매처분하는 과정에서 전씨 일가의 미술품 컬렉션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미술계 뿐 아니라 일반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하였다. 


문화재와 관련하여 7월에는 복원을 위한 해체 작업이 진행 중인 불국사 삼층석탑(석가탑) 기단 속에서 8세기 통일신라시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동불입상(金銅佛立像) 1점이 발견됐다. 8월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리는 <황금의 나라, 신라전>에 출품 예정된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둘러싼 국립중앙박물관과 문화재청의 찬반 대립이 정리되어 최종적으로 반출이 결정되었다. 유진룡 문화부장관이 9월에 열린 한일 문화장관 회담에서 일본에 넘어갔다 한국 절도범들이 일본의 대마도 지역에서 훔쳐온 부석사금동관음보살좌상을 반환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을 하여 파문을 불러일으켰으며, 6.25 전쟁 당시 종묘에서 불법적으로 반출된 사실이 밝혀진 문정왕후 어보를 소장하고 있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박물관(LACMA)이 이를 반환하기로 결정하였다고 전했다. 부석사금동관음보살좌상의 경우는 우리 대전지방법원의 판결처럼 '일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소장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일반적인 반환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우리나라의 입장인데, 과거에 8만점 이상의 우리 문화재를 불법적으로 가져간 일본으로서는 사실 부석사금동관음보살좌상과 관련된 문화재 반환 문제를 의제로 삼는 것 자체가 몰염치한 것이다.


11월 13일에는 한국 미술계의 오랜 염원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서울의 종로구 소격동에 '도심 속 미술관'을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옛 국군기무사령부 부지 일대에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진 미술관은 1986부터 경기도 과천에 터를 잡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다시 서울 시대를 여는 모멘텀을 형성하였으며 서울관 개관을 계기로 과천관, 덕수궁관과 함께 각각 고유한 역할과 기능을 갖춘 국립현대미술관의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개관과 함께 일부 미술계 인사의 개막식 초청 누락 문제, 특별전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전> 참여 작가 38명 가운데 27명이 서울대 미대 출신이라는 편향성에 대한 비판, 같은 시기에 과천에서 열린 전시에 참석한 인도와 중국의 작가들에 대한 결례, 현 관장의 재임기간 동안 이루어진 미술관 직원 선발과 관련된 잡음 등이 알려지면서 급기야 미술계의 여러 단체들이 미술관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었다. 


미술계의 잡음은 2014년에 개최되는 부산비엔날레에서도 발생했다. 전시감독 선정 문제를 둘러싼 잡음으로 파행을 거듭하는 가운데 운영위원장은 투표 결과와 무관하게 감독을 선정하였고 이에 대하여 부산 지역의 문화단체들이 연대를 조직하고 위원장의 결정에 반대하며 마침내 위원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부산비엔날레에서 들려오는 이러한 잡음들은 결국 투명하지 못한 운영과 전문성이 결여된 담당자들의 역량으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서 양적 팽창과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작 예술의 전문성이나 자율성 보장을 소홀히 함으로써 발생하는 문화적 후진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12월에는 문화융성의 토대가 되는 「문화기본법」 제정안 및 「예술인복지법」과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등 4개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정부는 앞으로 5년을 단위로 하는 문화진흥 기본계획의 수립, 문화 진흥을 위한 조사·연구와 개발 등의 사업을 수행할 것을 법안의 내용에 담고 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김동호 문화융성위원장이 임명되었고, 9월에는 문화예술, 문화산업, 전통문화, 문화가치 확산 등 4개 분야 35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문화융성위 전문위원회가 출범하였다. 개정된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에는 국·공립박물관 및 미술관에 기부가 있을 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도 불구하고 이를 접수할 수 있도록 되었다. 


2013년에도 미술인들의 안타까운 별세 소식이 이어졌다.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 분야의 원로 사진작가 최민식, 한국 추상화의 대가 이두식, 한국화의 거장 남정(藍丁) 박노수, 도촌(稻村) 신영복, 남천(南天) 송수남,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권영우, 서양화가 김한, 민중미술가 여운이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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