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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용진 / My Landscape

하계훈


황용진은 다양한 기법의 작품 속에서 오랜 기간 동안 자연과 문명의 관계를 탐구해 온 작가다. 황용진이 천착해 온 이러한 주제는 예술 뿐 아니라 문학과 철학, 심지어 과학의 영역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때로는 명상적으로, 또 때로는 논쟁적으로 다루어 온 주제 가운데 하나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My Landscape’ 연작 20여점은 지난 3년간 황용진이 이러한 주제를 시각적 언어로 풀어놓은 결과물들이다. 대부분의 작품들은 작은 이미지들이 반복적으로 채워진 배경과 그 위에 모종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확산되는 표현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출품된 작품들 가운데 목련, 팬지, 무궁화 등으로 읽혀지는 커다란 꽃송이들이 단일한 색상 혹은 몇 가지 색상으로 화면에 배치된 배경에는 인물의 얼굴 부분이 파편 형식으로 반복되면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작품은 실크스크린 판화 기법을 연상시키며 패스티쉬적 이미지의 차용을 통한 중의적(重意的)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일차적으로 작가는 인물의 얼굴부분과 그것을 배경으로 부유하듯 전면에 배치된 꽃의 형상을 통해 인간과 자연, 혹은 문명과 자연의 관계를 대비적으로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꽃송이는 자연을 상징하는 기표로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화면의 패턴을 읽어보면 그 꽃송이들은 자연이라는 개념의 대척점이라고 볼 수 있는 문명, 그 가운데에서도 현재 우리들이 살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문명을 상징적 혹은 암시적으로 표현한 2진법적 수열(數列)을 연상시켜주기도 한다.

작품들 속에는 Human, Nature, Vitality 등과 같은 영어 단어와 작가가 작업해 온 지난 수십년간의 연도를 나타내는 숫자들이 도입되기도 하고 판화적인 평면에 물감을 흘린 흔적들이 나타나기도 함으로써 형식면에서 기계적 단조로움을 깨주고 있으며 주제면에서는 이미지 이외의 문자와 숫자라는 소통의 수단이 중층적으로 동원됨으로써 작가의 사고의 확산된 영역이 화면에 도입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꽃 이외에도 황용진이 화면에 도입하는 이미지들 가운데에는 자동차, 해골, 책 등이 있다. 이러한 이미지들 역시 상징적 의미를 가지며 기본적으로 대조와 반복이라는 패턴으로 화면에 도입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미지들은 꽃의 이미지와 다르게 상당한 정도로 작가의 개인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현대문명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자동차의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화면에서 작가는 자신의 개인적 이력을 넌지시 제시하고 있지는 않는가하는 추측이 발동하기도 한다. 이 차들은 어쩌면 작가가 소유하고자 욕망했던 혹은 작가가 실제로 사용했던 자동차의 초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이미지를 표현한 작품 가운데 노란색 컨버터블 스포츠카를 크게 화면 중앙에 배치하고 'Are you Happy'라는 텍스트를 삽입한 작품은 물음표가 없는 질문을 던지는 문장으로서 현대 문명사회의 우리들 스스로가 이미 답을 알면서 질문을 던지는 자문자답 형식의 자기성찰을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My Landscape13144>에서는 작가의 안경 낀 얼굴 파편이 배경에 반복되어 배치된 전면에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두 개의 해골이 전면을 향해 마치 웃는 것처럼 입을 벌리고 있으며 그 위로 “Life Art Ha Ha Ha!!'라는 텍스트가 크게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화면이 작가의 창작생활과 삶의 여정을 나타낸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데 친절하게도 작가는 작품의 네 귀퉁이에 작가 자신의 탄생 연도와 미술대학 입학연도 등등 개인의 이력을 넣어서 이러한 해석을 보다 확실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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