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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영 / 아이들을 통해 우리들을 보는 심리적 시공간

하계훈

우리들이 신소영의 작품을 처음 대했을 때 받게 되는 강한 인상은 두 가지 원인으로부터 온다. 우선 작가가 정교하게 그려내는 인물과 배경이 마치 사진을 찍은 것처럼 사실적이라는 점에서 관람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한다. 그러고 나서 좀 더 자세히 화면을 살펴보면 이렇게 표현된 화면 속에서 우리들을 바라보는 어린 아이들의 생각에 잠긴 듯한 무표정한 모습이 한편으로는 사랑스런 감정을 일으키면서도 동시에 왠지 낯선 느낌을 주는, 조금은 모호한 상황으로 우리들을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강한 인상을 받는다. 


이처럼 신소영의 작품에는 사실적이면서도 역설적이게도 비현실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그러한 상황의 중심에는 언제나 어린 아이가 등장하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동작과 표정으로서 아이들다운 천진함과 함께 많은 것을 경험하고 생각하는 듯한 사색적인 눈매와 그것에 대조되는 미성숙한 아동의 신체구조나 자세 등이 불일치하는데서 오는 생소한 느낌이 한 작품 안에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아이들은 결국 아이들이면서 동시에 어른의 모습으로서의 우리들일 수 있는 것이다.


신소영은 포토리얼리스틱하면서도 초현실주의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공간 안에 어린 아이들을 배치시킨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어린아이들을 등장시키는 이유에 대하여 자기투사와 회고, 그리고 욕망과 트라우마의 상징으로서 아이들의 이미지가 동원된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통해 작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무의식과 욕망, 자아분열과 이중적인 자아의 내면 등의 복잡한 심리들까지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작가는 항상 사진기를 준비하고 다니면서 작품의 소재로 적절한 모습을 가진 아이를 발견하면 보호자의 승낙을 얻고 그 아이를 촬영한다고 한다. 이렇게 촬영된 아이의 모습을 바탕으로 작가는 자신이 설정한 상황 속에 아이를 창조해내고 그 아이를 둘러싸는 배경을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아이를 관찰하지만 아이는 작가와의 소통의 시선을 외면하고 있으며, 다시 화면에 표현된 아이의 모습과 시선은 관람자와의 시선 교환에 있어서도 적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자기 내면으로 향하여 생각에 잠기거나 화면 속의 상황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종종 화면 밖의 관람자 쪽을 바라보는 경우에도 아이는 초점 잃은 시선이나 마음을 알 수 없는 모호한 시선을 보낸다.


신소영은 어른이 되어버린 자신의 상황을 화면 속에서 어린 아이들의 상황으로 대체하고자 한다. 어른이 되고싶지 않으며 어린이의 모습과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싶은 마음에는 일종의 심리적 퇴행성이 감지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며 현실에서는 오직 상상만이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어린 시절로의 회귀를 희망하는 마음 안에는 현재를 있게 만든 과거의 시행착오적 역사를 수정하고 싶은 바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바람은 모든 성인들의 공통적인 희망일 것이며 누구에게도 이루어지지 않는 희망으로 그칠 것이다. 신소영은 어릴적 순수함을 되찾고 싶지만 쉽게 이룰 수 없는 현실의 상황에 대한 탈출의 비상구로서 어린아이들이 들어있는 자신의 작품 속으로 우리 모두를 불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삶에서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회귀불가능의 상황이 신화와 소설과 음악과 미술에 좋은 소재와 영감을 던져주어 온 것이 인간의 역사일 것이다. 각박하고 비정한 현실, 특히 도시 생활 속의 속도와 경쟁은 우리를 쉽게 지치고 좌절하게 만들며 피로와 좌절의 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우리는 대안적 상황으로의 도피에 대한 욕구를 키워나가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신소영의 작품을 만난다면 그녀의 작품들은 우리들에게 일종의 정서적, 심리적 도피처로서 안식과 치유의 순간을 제공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현실을 대신하는 심리적 도피처로서의 상상의 공간이 위안을 주기 위해서는 그 상상이 실제처럼 느껴져야 하고 현실처럼 친근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한 현실을 피해서 도달한 곳이 또 다른 혼란과 불안을 초래한다면 그 도피는 성공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신소영이 우리들에게 제공하는 작품 속의 화면이라는 도피의 공간은 일상의 공간으로 위장되어 평온하고 안전하며 친근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공간으로서 일시적이나마 경쟁심과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우리를 맞아주는 사람은 경계심을 풀어놓을 수 있는 어린 아이들로서 첫눈에 보기에는 아이들이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들은 그들 안에서 작가 신소영을 포함한 우리 자신들의 어릴적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 아이들은 현재의 그들이면서 과거의 우리들인 것이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도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평화, 맑은 눈동자와 사랑이 넘치는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이번 전시에서도 신소영은 여전히 어린 아이들을 자신의 화면 속에 등장시킨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보이는 그대로의 아이들이면서 동시에 작가 자신이며, 작가가 이러한 작품에 점점 더 몰두함으로써 작품을 통해 작가와 다르지 않은 경험과 기억을 공유하는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들인 것이다. 신소영은 이러한 아이들을 통해 자신과 다르지 않은 많은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심리적 소통의 매개로서의 작품을 창조해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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