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유익상 / 시간의 흐름이 담아내는 생명력으로 관람객들과 교감하는 통로로서의 사진

하계훈

시간의 흐름이 담아내는 생명력으로 관람객들과 교감하는 통로로서의 사진


하계훈(미술평론가)

유익상은 사진 작업을 통해 이미지와 시간의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동일한 지점을 서로 다른 시간에 촬영하고 그 이미지들의 부분부분을 몇 개의 크기를 가진 작은 화면으로 나누어 모자이크식으로 조합함으로써 한 화면 안에 다양한 시간의 표정이 존재하는 흥미로운 작품을 제작해왔다. 유익상의 이러한 작품을 통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서로 다른 차원의 축이 한 곳에서 접점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요소를 하나로 묶는 주체와 그 주체가 동원하는 도구가 적절하여야 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대상에 대한 관심은 19세기말 유럽의 인상파 화가들에게서도 중요한 모티브로 선택되었었다. 그러나 그들의 시선은 대상 그 자체보다는 대상에 적용되는 빛의 변화에 집중되어 있으며, 아직 인공조명의 일상적인 사용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작품들이 햇빛의 작용이 이루어지는 낯시간에 한정되어 있었다.


또 다른 유형의 작품에서 유익상은 자신이 포착하는 이미지가 순간적인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공간 속에서의 좌표와 모습을 달리하는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 속의 이미지는 다분히 회화적이지만 유익상은 화가들의 붓이 미처 다루지 못하는 화면 전체의 동시성과 시간성을 카메라를 통해 구현해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대상과 장면을 짧은 순간에 반복적으로 촬영하고 그러한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중첩시킴으로써 관람자는 분절되고 다시 연속된 시간을 시각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바다나 산 등 시간의 흐름에 의해 기록되는 이미지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자연의 모티브를 다룬 작품들에서는 마치 시력이 나쁜 사람들이 안경을 벗었을 때 포착하는 이미지의 흔들림이나 번짐 혹은 겹침과 유사한 작품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결국 대상과 주체 사이의 명확하고 엄격한 관계를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작가가 카메라 렌즈를 통해 훑고 지나가는 시선은 화면 안에서 고전주의적인 중심 집중의 시선으로 일관되게 처리되기보다는 화면 전체를 골고루 담아내게 되며, 아카데미적인 정확성과 명료함보다는 회화적(painerly)이며 개방적인(open) 형식으로 담아져서 관람자들에 좀 더 친근하게 작품에 다가올 수 있게 해준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들은 주제면에 있어서도 작가가 선택한 도시의 유기적 생명체적 성격이나 자연의 물활론적 기운을 보다 잘 드러내주는 측면이 강조된다. 유익상의 작품에서 우리는 시각적 경험뿐만 아니라 도시의 소음과 파도소리, 바람소리, 햇빛의 촉감과 바닷가의 비린내까지 오감의 촉수들이 살아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결합을 기초로 한 작업에서 유익상은 기계적 작업의 정확성과 객관적이고 냉정한 이미지의 포착과 반영을 넘어서기 위하여 촬영을 보조해주는 고정 장치인 삼각대를 이용하지 않는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삼각대 없이 촬영하는 것은 촬영 순간에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생물학적 신체 반응으로서의 심장 박동과 맥박 그리고 호흡으로 인한 생명의 운동으로 이루어진 미세한 움직임들을 자연스럽게 작품 속에 그대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마주보는 이미지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카메라에 의해 규정되는 기계적 정확성과 객관성을 매개로 하는 냉정한 관계를 넘어 스스로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바탕으로 관람객들과 교감하고 활성화 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