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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희

하계훈

“나에게 있어서 그림이란 존재는 완성되기 이전에 화면 속에 푹 빠져 들어가 즐거워야 되는데, 변화가 없고 습관처럼 그려대는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렸다”는 작가의 말처럼 차명희의 이번 전시는 30년 넘게 아크릴과 목탄이라는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를 가지고 동양적 정신세계의 실험적인 표현 가능성을 탐구해 온 작가가 스스로의 작품뿐 아니라 자신의 의식과 태도를 반성적으로 분석, 평가한 과정을 거쳐 커다란 전환의 모멘텀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선언한 전시였다.

 

1983년 첫 개인전에서부터 수십 차례의 작품 발표 기회를 통하여 차명희는 한국화에서 전통의 질곡을 쉽게 떨쳐버리기 어려운 중압감과 전통화화에서 사용하는 붓을 이용하여 필획과 씨름하는 작업에서 오는 과도한 긴장감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해왔었다. 이를 위해 아크릴과 목탄을 사용해서 작업을 해왔지만 이러한 작업조차 전통과의 완전한 단절과 그로부터의 해방이 아니었기에 긴장과 정신적 허기는 여전히 지속되어왔고, 결국 작가는 2년쯤 전부터 자신의 작업의 궤적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비판하며, 동시에 새로운 작업방향의 모색을 위한 일시적인 휴식 상태에 들어가 자기분석과 평가를 가하고 있다.

 

이번에 보여주는 작품들은 이전과 달리 작가가 2년간에 걸쳐온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작품과 씨름해 온 흔적이자 실험으로서, 출품작 가운데 이제까지의 작업들을 마치 폐기처분하기 위해 묶어놓은 종이묶음처럼 제작한 ‘흔적의 덩어리’는 바닥에 놓여지며, 불과 두어 점의 평면작품들만이 전처럼 벽면에 걸렸다. 차명희가 자신의 작품에서의 과감한 분석과 전환을 결심하게 된 데에는 작가의 감성과 직관이 성숙해가면서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높인 까닭도 있을 것이고, 이와 함께 작가가 부지런히 동시대의 창작현장을 순례하면서 터득한 현대미술의 다양한 모습을 수용적으로 습득한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차명희가 작가로서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판단은 이미 원로작가라는 호칭을 받을 수도 있는 나이에 과감하고 솔직한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새로운 실험을 위한 시도에 도전하려 한다는 점에서 나온다. 작가들의 영토가 확장되고 창작의 정보와 평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날로 신속성을 더해가는 오늘날 차명희가 선택한 새로운 작업은 그 결정 자체만으로도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표본이 되며, 적지 않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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