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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팝아트-대중소비사회의 예술

윤진섭



한국형 팝아트-대중소비사회의 예술

윤진섭 | 큐레이터/미술평론가


 한국 현대미술에서 팝아트는 어떤 위상과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K-한국팝’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된 한국팝이 2022년도 [대구아트페어(Diaf)]의 특별전으로 기획된 이면에는 이러한 질문이 담겨있다. 2009년 제3회 [인사미술제]에서 나는 [한국의 팝아트 1967-2009]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기획하고, 1967년 이후 당시에 이르는 약 40여 년에 걸친 한국팝의 역사를 기술한 바 있다. 1967년에 열린 [청년작가연립전](12.11-16, 국립공보관)에 참가한 ‘무’동인과 ‘신전’동인의 멤버들 가운데 김영자, 심선희, 이태현, 최붕현, 한영섭의 작품에 등장한 선글래스, UN성냥곽, 미니스커트, 방독면, OB맥주병, 코카콜라병, 단청의 존재에 주목했던 것이다. 당시 한국사회는 저개발국가에 속해 있었지만 신문지상에는 ‘바캉스’니 ‘레저’와 같은 낱말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였으며, 현미의 ‘안개’, 남진의 ‘가슴 아프게’가 유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현대미술사상 팝아트의 싹을 보인 이 무렵의 경제상황은 청계천 판자촌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가 말해주듯, 본격적인 팝의 개진이 이루어질 만큼 충분히 성숙한 단계가 아니었다. 그런 까닭에 이 시기의 한국팝은 ‘무늬만의 팝’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한국팝이 본격적으로 개진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스타벅스의 한국 진출과 맞물린다. 이 무렵이면 한국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대중소비사회에 진입하게 되는데, 이는 1978년에 1만 달러를 넘어선 미국과 현격히 대비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아무튼 이 시기의 한국사회는 스타벅스와 코카콜라, 피자헛으로 대변되는 ‘Take Out’, 즉 쓰고 버리는 ‘문화’에 익숙하게 된다. 즉, 본격적인 팝이 등장할 만큼 성숙한 소비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한국팝의 역사’에서 내가 든 MP3, 모뎀, 아이팟, 구글어스와 같은 단어들은 13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보면 실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게 한다. 지금은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NFT, 사물인터넷을 운위하는 시대가 아닌가? 이 사이에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라고 하는 문명 패러다임의 대(大) 변천이 개재돼 있다. 물론, 모뎀이나 아이팟, 구글어스도 인터넷과 관련된 디지털 문명에 속하지만, 메타버스와 NFT는 가상세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변화가 과연 팝아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하는 점을 살피는 것이 당면한 비평적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권오상, 김기라, 김승현, 김준, 김지희, 김채현, 마리킴, 손현수, 아트놈, 윤기원, 이동기, 찰스장, 홍경택, 홍지윤이 참여하는 이번 특별전은 인사미술제 이후에 나타난 팝아트의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한국 현대미술사를 살펴볼 때, ‘평면을 벗어나려는(脫平面)’ 시도가 나타난 1967년 무렵의 신세대 미술운동, 즉 청년작가연립전 세대에서 팝아트가 발아한 이래, 70년대에는 한국형(韓國型) 하이퍼리얼리즘 내지는 개념미술과의 연계선상에서 자리를 잡아나갔다. 극사실기법으로 그린 고영훈의 <코카콜라>(1974)를 비롯하여 조상현의 <장미여관>, 김보중(명수)의 <선데이서울> 잡지 표지 등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T.V 화면을 사진으로 찍고 그 안에 말풍선을 넣은 김용철의 <이것은 종이일 뿐입니다>, 성능경의 <신문읽기>(1974) 등등은 개념미술과의 연장선상에서 팝아트적 요소를 보여준다. 모나리자 등 우리의 눈에 익숙한 서양의 고전을 차용한 한만영의 작품과 조각의 관점에서 서양의 명화를 소재로 사용한 김정명의 작품은 80년대 이후 나타난 포스트모더니즘의 창작 방법론 가운데 하나인 ‘인용(appropriation)’의 이른 선례를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이번 전시에서 위에서 열거한 작가들의 작품들은 배제하기로 하였다. 이처럼 긴 시간대에 걸쳐있는 팝아트의 역사를 다루기에는 장소가 너무 협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2009년도의 <인사미술제>에 참가한 일부 작가들과 그 이후에 등장한 작가들을 초청하여 한국 팝아트의 오늘의 모습을 소개하는 데 그 목적을 두었다. 13년 전에 소개한 작가들이 어느덧 화단의 중견작가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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