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비가시적 세계에서 가시적 세계로의 변환

윤진섭

비가시적 세계에서 가시적 세계로의 변환
   
                                        윤 진 섭

 심세움이 자신의 작업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이른바 비가시적인 실체들이다. 그 중에서도 소리와 빛, 파장은 대표적이다. 미술하면 사람들은 대개 눈으로 직접 보거나 만질 수 있는 색을 비롯하여 형태, 질감, 덩어리(mass) 등등을 연상하는데, 심세움의 관심 범위는 이러한 조형요소들을 포함하면서도 그 이면에 감추어진 사물의 보다 근원적인 속성이나 성질들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없는 극미의 세계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심세움의 이런 작업을 가능케 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과학기기(科學器機)의 발달 때문이다. 만일 그것이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그의 작업이나 프로젝트들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심세움의 미술을 대하는 태도는 얼핏 르네상스 시대의 만능인이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를 연상시킨다. “미술은 지식이다”라고 갈파한 그는 과학자의 견지에서 자연현상과 사물을 관찰하고 그 안에 내재된 원리를 도출하고자 애썼다. 원근법(perspective)은 르네상스 시대에 인간의 눈에 보이는 대상을 합리적으로 2차원 평면 위에 표상하고자 한 대표적인 재현방식이었다. 원근법을 선원근법(prospetiva liniale), 색채원근법(prospetiva di colore), 소멸원근법(prospetiva di speditione)으로 구분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지식이 없이 실행을 즐기는 자들은 방향타나 나침반이 없이 배를 운전하는 선원과 똑같이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를 확실히 모른다”고 말함으로써, 이성이 결여된 화가의 그림을 그리는 맹목적인 행위를 비판한 바 있다. 즉, “이성 없이 눈과 경험만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물체의 존재를 자각하지 못 하고 그저 거울처럼 모든 것을 복사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노트북>, 장 폴 리히터 편집, 김민영 외 옮김, 루비박스, 2006, 32-33쪽.   
  
 심세움 역시 미술을 대하는 태도는 과학자의 그것을 닮았다. 그는 강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인간의 지각활동을 둘러싼 궁금증이나 자연현상, 사회현상, 혹은 정치적 현실과 사회적 이슈 등등을 소재로 작품화하길 즐긴다. 그 나타난 결과가 2019년 11월 23일부터 12월 15일까지 영은미술관에서 열린 [볼 수 없었던 것들(Things We Couldn't See)]전이었다. 영은 아티스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린 이 개인전에서 심세움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드러낸 바 있다. 전광판, 형광등, LCD, LED, OLED, 거울, 직관 형광등, 안정기, 키네틱 설치 등등 YEMCA, <심세움, 볼수 없었던 것들 Things We Couldn't See>전 브로슈어. 
 다양한 재료와 방법론, 그리고 매체를 동원한 가운데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난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애석하게도 나는 이 전시를 직접 보지 못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 영은미술관에 있는 심세움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작가와 대화를 나눔과 동시에 적잖은 양의 작품과 자료를 접하고 난 뒤 비로소 그의 작업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심세움의 미술에 대한 관심사는 비가시적인 세계를 가시적인 것으로 전환시켜 놓는 일에 있다.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들 거의 모두가 이 일과 관련돼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그것은 심세움의 현재는 물론 미래의 작업 방향과도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컴퓨터를 매개로 한 미디어 아트 중심의 설치작업을 통해 향후 그러한 작업의 방향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미래에 다가올 보다 심화된 그의 작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그의 작업에 거는 바로 이러한 나의 기대 때문일 것이다. 
 매우 다양해 보이는 작업을 통해 심세움이 발언하고자 하는 내용을 뭉뚱그려 요약하자면, 지각을 둘러싼 인간의 반응과 미적 혹은 심리적 체험(Noise of Space, Portrait, Opposite....), 자연현상이나 동식물 등 생태에 대한 관심(Collection, Portrait etc), 사회학과 경제학 등 사회과학의 관심사와도 맞물리는 젠트리피케이션(Turn on the Flesh) 등 인간의 심리 및 행동 유형의 시각화, 남북분단을 비롯한 정치적 혹은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Opposite, No One, Totemism, Shade etc) 등이다. 
 심세움이 자신의 작업 컨셉트를 가시화하기 위해 이용하는 매체는 각종 센서를 비롯하여 소리, 빛, 정보, 픽셀 등등 다양한 데이터들과 빛을 방출하는 조명기기들(LCD, LED, OLED, 직관형광등 등등)이다. 그는 이처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시를 연출하거나 비가시적인 것을 가시화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예컨대, <수집(Collection)>에서 심세움은 55종에 이르는 동물의 소리 음파를 직접 채취하거나 연구기관에 의뢰하여 구한 뒤, 이를 변환시켜 플라스틱의 일종인 필라메트를 사용하여 물질화한다. 전시장에서 관객들이 보는, 레진으로 만든 사각입방체나 유리 실린더 속에 든 검정색 물체는 바로 이 음파가 물질로 변환된 것이다. 이처럼 심세움의 작업에서 데이터들은 물체의 미세한 가시적 움직임이나(Noise of Space에서의 붉은색 줄), 마치 자석에 달라붙은 작은 쇳가루의 입자들처럼 보이는, 대형 모니터를 통해 관객들이 바라보는 데이터의 3D 그래픽으로 전환된다(Shade). 
 이처럼 미시세계, 혹은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는 불가시세계에 대한 심세움의 작업은 우리를 새로운 미적 체험으로 안내해 주는 좋은 예이다. 

                                  <영은미술관 비평매칭 세미나 글>


1)레오나르도 다 빈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노트북>, 장 폴 리히터 편집, 김민영 외 옮김, 루비박스, 2006, 32-33쪽.  
2)YEMCA, <심세움, 볼수 없었던 것들 Things We Couldn't See>전 브로슈어.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