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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팝 구하기

윤진섭

한국팝 구하기

                              윤 진 섭(미술평론가)

 ‘팝아트(Pop Art)’는 말 그대로 ‘대중적인 미술’을 가리키는 용어다. ‘Popular Art’의 준말이면서 뻥튀기 기계 속에 든 옥수수가 ‘펑’하고 터질 때나는 특유의 소리를 연상시킨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우수 고객에게 주는 한 봉지의 팝콘과 한 잔의 콜라. 이만큼 현대 대중소비사회를 대표하는 물건이 있을까? 
 앤디 워홀의 마릴린 먼로 초상화로 대변되는 미국의 팝아트는 60년대 미국 사회의 산물이다. 미국 시민이면 누구나 향유할 수 있었던 대중소비사회의 상징, 마릴린 먼로는 햄버거와 코카콜라, 팝콘과 함께 순식간에 대중적 이미지로 떠올랐다. 이처럼 대중문화는 대중의 입과 눈, 귀를 통해 전파되며 손쉽게 접할 수 있고,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저렴한 가격에 소비되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대구미술관이 기획한 [팝/콘(Pop/Corn)]전은 팝아트의 본래 취지를 잘 살린 전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에 제3회 [인사미술제]의 주제를 ’한국의 팝아트‘로 잡고 전시를 기획한 적이 있는 나로선 반갑기 그지없는 전시였다. ’방탄소년단(BTS)‘를 필두로 전 세계를 달구고 있는 ’K-POP‘의 열풍 속에서 사회는 점점 더 정보화, 대중화돼 가고 있는데, 미술 쪽에서 그런 현상을 짚어보는 미술관급 대형 전시가 나타나길 내심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나의 그런 열망은 고작 국내의 아트페어에서나 소비되는 한국 팝의 초라한 오늘의 모습에 기인한 것인 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 팝을 소재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닌데, 그간 국내의 국공립미술관에서 한국팝을 정식으로 다룬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메이드 인 팝랜드(Made in Pop Land)](2010) 이후 지난 10여 년간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니, 국현의 이 전시조차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개국의 팝아트를 다룬 전시이고 보면 단독으로 한국팝을 다룬 전시는 없었던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팝아트란 현상은 있되, 거기에 상응하는 전시기획과 비평적 분석을 통한 조명은 없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팝아트는 고작 갤러리나 경매, 아트페어와 같은 미술시장에서 지극히 대중적인 소비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김동유나 홍경택의 경우처럼 해외 아트페어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린 작가들도 없지는 않지만,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팝의 존재는 대체로 미약한 편이다.  
 그렇다면 국제 미술계에서 한국팝이 부진하게 된 원인은 과연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전략의 부재인가? 아니면 관심의 부족인가? 
 결론은 애석하게도 둘 다이다. 10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한국팝에 대한 미술계의 관심은 너무나도 부족하였다. 한국의 ‘극사실주의’와 함께 짝을 이루는 이 ‘한국팝’이 제대로 된 비평과 전시기획의 사각지대에 방치되는 동안 이 둘은 고작 아트페어와 같은 미술시장에서 꾸준히 ‘소비’돼 온 것이다. 
 대구미술관의 이번 [팝/콘]전은 그런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전시이다. 김기라, 김승현, 김영진, 김채연, 남진우, 노상호, 아트놈, 옥승철, 유의정, 이동기, 임지빈, 찰스장, 한상윤, 275C 등 14명의 중견과 신진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는 비단 회화뿐만이 아니라, 도자, 설치, 영상, 개념미술 등에 이르는 다양한 경향을 망라하여 한국팝의 현주소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 중에서 이동기, 김기라, 아트놈, 찰스장, 한상윤 등이 연륜이 있는 중견이라면, 그 외의 작가들은 새로운 언술로 무장한 신진 세력이다. 따라서 이 두 집단의 서로 다른 작품 내용과 표현술을 살펴보면 의식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일상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 팝아트다. 일상과 팝은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는 일란성 쌍둥이와도 같다. 작가들은 일상 속에서 소재를 구하며 심지어는 재료조차 일상에서 온다. 주변에 넘쳐나는 일상용품의 잔재들은 모두 소비자본주의의 산물들이다. 테이크아웃의 커피 잔을 비롯하여 다양한 음료 캔, 아이들의 장난감, 각종 인형에서부터 상표와 광고용 부로슈어에 이르기까지 소비돼 버려지는 숱한 이미지와 물건들(objet)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예술의 문맥 속으로 들어온다. 
 그렇게 함으로써 하나의 예술작품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관객들의 무뎌진 감성과 나태해진 타성을 일깨워 준다. 
 부대행사로 치러진 국제세미나에서의 비교를 통해 알 수 있었듯이, 한국팝의 내용과 질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우수하다. 그 실력을 증명한 것이 이번 대구미술관의 [팝/콘]전이다. 일상의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람이건 사물이건 공을 들이면 들인 만큼 보답을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대구시립미술관 뉴스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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