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이브 구축과 전시에 관한 몇 가지 제언들

윤 진 섭(미술평론가)

Ⅰ. 

 서울에서 승용차로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수원은 문화 예술의 향수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불리한 입장에 있다. 각종 문화 예술의 시설이 서울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보니 수원 시민들은 서울에서 전시나 공연을 주로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이 수원에는 문화 시설이 척박한 상태에 놓여 있게 된 것이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문을 연 것이 3년 전이니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 미술의 다양한 컨텐츠를 구축, 후발주자로서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수원은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로 진입하기 위한 관문이다. 조선시대에는 한양 이남의 서생들이 과거를 보기위해 거치지 않으면 안 될 도시였으며, 그런 까닭에 수원은 예로부터 숙박업이 번성했다. 서생들은 떡전거리(병점)에서 요기를 하고 수원에 입성, 하루를 묵었던 것이다. 따라서 수원이 수도 서울의 관문으로서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고 문화예술의 거점도시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미술 아카이브의 구축은 신생미술관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가장 역점을 두고 벌여야 할 사업 가운데 하나다. 최근 들어서 국공립미술관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립미술관들이 작품의 전시와 병행하여 아카이브 자료를 전시하는 관행이 늘고 있는데, 이는 전시에 있어서 미술의 자료가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대중적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다. 또한 아카이브의 구축사업은 미술에 관한 연구를 진작시킨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미술관 안의 도서실과 자료실의 확충은 전시실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 시설들의 구비는 필수적이며, 전문 인력(아키비스트)의 확보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나는 일찍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개관에 즈음한 세미나에서 이 점을 설파한 적이 있기 때문에 당시에 쓴 논문에서 일부를 다소 길지만 여기에 인용한다.

 “ 넷째, 미술관 ‘아카이브(Archive)’의 구축이다. 이는 미술관의 고유 업무 영역인 작품 소장과 전시, 교육, 미술품의 복원 및 수리 등에 뒤지지 않는 주요 항목이다. 최근에 미술 아카이브(Archive)에 대한 국내 미술관계자들의  관심이 점증하면서 ‘한국아카이브협회(회장 김달진)’가 창설된 바 있듯이, 미술관 업무에서 이에 대한 강조는 아무리해도 지나치지 않다.

 작가를 비롯하여 미술평론가, 미술사가, 큐레이터, 미술품 소장가, 화상, 미술기자 등 이른바 ‘미술계(art world)’를 이루는 이들과 관련된 일체의 기록물(작품, 서적, 비평글, 신문 및 잡지기사, 사진, 메모, 일기, 비디오, 영화,  등등)을 총칭하는 아카이브는 비평과 미술사 기술에 기초가 되는 유형의 기록물들로 구성된다. 이는 미술관에 부속된 도서관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요소로써 향후 미술관이 반드시 구비하지 않으면 안 될 필수 요건이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직제에 전문 아키비스트의 채용을 공식적으로 명문화함으로써 전문미술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작가에 대한 보다 전문적이고도 심도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게 되고, 그것은 또한 전시와 연결되어 한층 더 관람객의 이해를 돕게 될 것이다.   

 작품의 수장고가 미술관의 심장이라면 도서관과 아카이브 룸이 딸린 학예연구실은 인체의 두뇌에 해당한다. 아무리 우수한 큐레이터라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어렵다. 실력을 갖춘 전시 디자이너와 아키비스트, 큐레이터가 원만한 협업을 이룰 때 수원시립미술관은 훌륭한 전시로 관람객을 맞게 될 것이다.”1)

Ⅱ.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신생미술관이기 때문에 초기부터 정체성의 구축과 미술관의 성격 형성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미 오래된 미술관들이 기존에 형성된 인상과 성격을 개선하고자 할 때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신생미술관은 이제 막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중에 있으므로 그만큼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그렇다면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과연 어떤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어떤 방향성을 지녀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 속에서 키워드들을 찾아내고 이를 미술관의 정체성과 연결시키는 일이다.

 수원은 성곽도시이다. 수원시의 도심을 감싸고 있는 수원화성은 1997년 12월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을 정도로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경관이 수려하다. 조선왕조 제22대 정조대왕 때 채제공의 총괄지휘 하에 1794년 1월에 착공하여 1796년 9월에 완공하였다.2) 

 문화유산으로서의 수원화성이 지닌 장점은 무엇보다 우아하면서도 독특한 경관과 건축구조이다. 이 성이 성곽도시로서 수원의 이미지를 만든다. 따라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성곽도시로서의 수원을 이미지 메이킹함으로써 세계 속의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될 수 있도록 대외 홍보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특히 중급 규모의 미술관에 해당하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비슷한 크기의 많은 국내외의 미술관들과 경쟁해야 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특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묻혀버릴 공산이 크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작고 아담한 크기인 수원화성의 휴먼 스케일은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원화성은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중국의 자금성처럼 높거나 권위적이지 않다. 마치 정겨운 이웃처럼 다정하고 우아하여 친근감이 감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수원화성이 지니고 있는 미학적 장점을 내면화하여 정체성 수립에 힘써야 할 것이다. 중급 규모로써의 미술관 성격을 장점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전략 수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중장기 발전방향을 설정, 실천해 나가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다양한 전략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아카이브센터의 설립이다. 미술전문도서관+아카이브센터의 구축은 현재의 미술관 건물 내에서는 공간이 부족하니 안 되고 미술관 인근에 별도의 건물을 지어 독립시켜야 할 것이다. 수원시는 아카이브 및 도서 구입을 위한 충분한 예산을 배정하여 향후 10년 안에 미술전문도서관과 아카이브센터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특히 수원 출신의 근대화가인 정월 나혜석(1896-1948)을 기리는 의미에서 새로 지을 건물을 <나혜석관>으로 명명하면 좋을 것이다. 평생토록 여성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힘썼던 근대인인 나혜석이 여성인 점을 고려하여 전 세계의 유명 여성미술가들에 대한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방법도 특화된 미술관을 홍보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이와 함께 나혜석 기념 ‘여성미술비엔날레’를 창설하는 방법도 미술관을 홍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여성미술비엔날레의 개최에 따른 아카이브 자료의 확보도 기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이러한 유기적 방법론은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돼 시간이 흐를수록 미술관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정체성은 어느날 갑자기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용하고 꾸준한 미학적 실천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그것은 정신적인 것이며 내면화를 통해 밖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마치 수원화성이 중국의 성(城)도 아니고 일본의 성도 아니며 오로지 한국의 성인 것처럼, 오랜 시간을 통해 숙성되는 미술관의 성격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여성 미술인들에 관한 아카이브 자료를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을 가야 한다는 말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올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질과 양을 갖춰야 할 것이다. 작품을 제외한 드로잉, 도록, 팸플릿, 인터뷰 파일(동영상, 녹음), 서적, 편지, 일기, 메모, 입장권, 포스터, 사진, 증명서 등등 각종 미술 아카이브 자료들은 기증을 받기가 쉽고 또한 구입을 할 경우에도 값이 작품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가치는 작품에 못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작품 보다 높은 가치를 지닌 것도 많다. 이처럼 미술전문도서관과 아카이브센터는 인체에 비유하면 두뇌에 해당한다. 두뇌에 병이 있으면 생명에 치명적이듯이 부실한 도서관과 아카이브센터는 미술관 운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천에 위치한 한국도자재단 건물에 있는 ‘만권당’은 2003년도부터 세계 각지에서 모은 각종 도자관련 서적 1만 8천권을 보유하고 있다. 개가식으로 된 이 도서관은 현재 E카페를 운영,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9회에 걸친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개최는 자연스럽게 도자공예에 대한 분위기를 진작시켰으며 부산물로 다양한 도자예술 아카이브를 형성시키는 요인이 되었다.3) 

 이처럼 특수한 분야의 도서관과 아카이브센터의 운영은 같은 경향의 비엔날레 행사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다. 그것은 미술관의 성격 및 정체성 형성과 맞물려 있으므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미술관의 역사를 쓰는 일은 그래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역사적인 인물’, ‘역사적인 건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역사적인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정책과 방향성 수립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일관성이 결여된 중구난방식의 전시는 미술관의 이미지를 흐릴 뿐만 아니라 개념이 없는, 명목상의 미술관에 그치고 마는 최악의 요인이다.

 

Ⅲ.

 다음에 생각해 볼 것은 소장품과 관련된 사항이다. 세계적인 미술관들은 보유하고 있는 소장품의 높은 수준의 질과 양으로 인해 성가를 누린다. 아무리 건물이 크고 화려해도 소장하고 있는 작품의 질과 양이 형편없으면 세계적인 미술관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건물의 품격에 맞춰 소장품의 질과 양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을 때 세계적인 미술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작품 구입 예산이 넉넉지 못한 대부분의 신생미술관들은 미술관으로서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공립미술관으로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역시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세계적인 유명작가의 작품 1점도 사기 어려운 소장품 구입예산으로는 좋은 미술관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경우에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목판화이다. 소장품 대상으로서의 목판화는 값이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우선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복수 제작을 특징으로 하는 판화의 특성상 저예산으로 많은 작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특성화 전략만 잘 수립한다면 근대 이후(1900)의 목판화 작품을 체계적으로 갖출 수 있다. 특히 미술관이 연구와 교육, 전시를 위주로 하는 기관인 까닭에 목판화의 제작 보급에 따른 관객의 참여는 전시의 관람객 확보를 기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전략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신생미술관인 점을 감안하면 초기부터 소장품의 방향을 정립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그것은 또한 미술관의 성격 및 방향성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Ⅳ. 

 수원 지역 미술인 아카이브 구축사업과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1. 수원미술인 : 수원에서 나서 수원에서 활동한 작가들로서 수원 미술의 역사를 증언할 수 있는 원로 미술인들과 작고작가들을 가리킨다.

2. 출향미술인: 수원에서 태어났지만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디아스포리 미술인 포함)에서 활동하고 있는 생존작가 및 원로, 작고작가를 가리킨다.

3. 수원연고미술인: 수원 이외 다른 지역에서 태어났으나 일시적으로 수원에 거주한 적이 있는 미술인들을 가리킨다.

이상의 범주로 크게 구분해 놓고 분류작업에 들어간다면 아카이브 자료를 구축하기가 보다 용이해 질 것이다.

 수원은 서울이 지근거리에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것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두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문화예술의 시설이 서울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빚어진 문화예술 향수의 지나친 서울 편중은 수원 미술의 낙후를 가져다준 요인이 되었다. 인구가 1백만 명이 넘는 큰 도시이지만 수원은 서울의 위성도시라는 인상이 짙다. 조사된 바로는 나혜석을 비롯하여 홍득순(1907-1948, 추정), 장윤천(생몰년대 미상), 한재남(생몰년대 미상), 이영일(1903- 미상 ), 홍의선(1918-1994), 백영수(1922-1918), 나희균(1932-  ), 김인겸(1945-  ), 노정란(1948-   ) 등등이 수원 출신 미술인들이다. 다른 도시에 비하면 결코 많은 숫자라 할 수 없다.

 또한 수원에서 창립해 수원을 중심으로 활동한 그룹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안드로메다미술연구소(1979), 시작회(1983), 일구팔이일이회(1982), 성묵회(1982), 경기현대작가회(1988), 경기구상작가회(1988), 새벽(1988), 수리미술연구소(1988), 소나무갤러리(1990), 컴아트그룹(1990), 슈룹(1990), 옴니버스(1996), 독립작가연구회(2004) 등등. 

 한국 현대미술의 상황과 관련시켜 볼 때 수원은 실험미술 내지는 전위미술 운동이 비교적 늦게 출발한 편에 속한다. 그런 까닭에 2018년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수원의 본격적인 전위미술 운동을 다룬 [그것인 바로 그것이 아니다]전을 개최했을 때, 전시의 대상이 된 그룹이 바로 ‘컴아트그룹’과 ‘슈룹’이었다. 이 두 단체는 공교롭게도 1990년이라는 시점에 창립 되었지만 한국현대미술사를 통해서 봐도 상당히 늦은 편이다. 그러나 ‘슈룹’의 리더인 김성배가 이미 1979년에 안드로메다미술연구소를 창립, 개인 차원에서 실험미술을 추구한 것을 보면 비록 그룹 차원은 아니지만 실험미술의 맹아가 이미 70년대에 나타났던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그것이 아니다]전은 아카이브전 성격을 지닌 회고전이었다.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포함, 전시회 도록, 포스터, 엽서, 개인기록, 사진, 영상, 작업노트, 신문 및 잡지기사, 텔레비전 뉴스기사, 좌담회 기록 등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들이 출품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현대미술사에서 수원이 시선을 끄는 것은 이처럼 전위 내지는 실험미술과 관련된 부분이다. 미술사적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이건 그룹의 차원이건 간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단순한 연대기적 기술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카이브 자료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바로 이 역사적 해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특히 작가로서의 한 개인과 그룹의 활동은 그 당시에 축적된 신문과 잡지의 기사와 비평문, 인터뷰, 좌담 등에 의해 훗날 미술사를 기술하기 위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당시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기사와 비평문을 토대로 미술사가 기술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그것은 바로 그것이 아니다]전은 수원 근현대미술을 통틀어 아카이브전의 진수를 가장 잘 보여준 전시였다.

Ⅴ. 

 변화하는 문화적 환경에 적응하고 미래 비젼형 미술관을 위한 전략으로써 나는 다음과 같이 제언한바 있기 때문에 여기에 그 글의 일부를 인용하고자 한다.

  “첫째, 변화하는 새로운 문화ㆍ예술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다. 특히 디지털 문명이 이끄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부응하는 미래 비젼형 전략 미술관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이 필수적이다.

 이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대변되는 SNS(Social Networking System) 하에서 관람객의 수용자적 측면을 고려하는 미술관을 지향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의 미술관 업무의 관행인 미술품의 전시를 통한 일방적 강요가 아니라 수용자인 관람객의 입장을 고려한 ‘상호작용적(interactive)’인 측면을 중시하자는 것이다.

 이미 1960년대 후반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 1915-1980)가 ‘저자의 죽음’을 설파한 이후, 제왕적 문화예술 창조자로서의 작가의 절대적 위치는 추락하는 상태에 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봇물이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창작에서의 ‘인용’의 전략이나 컴퓨터나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하이퍼텍스트에 의한 글쓰기조차 이미 한물간 창작방법론으로 치부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오늘날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관객의 참여 형태가 창도하는 예술 현장은 과거의 아날로그 패러다임 하에서의 양상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4)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과는 달리 이미지와 동영상, 텍스트를 함께 올릴 수 있는 페이스북(facebook)은 그 자체가 ‘걸어 다니는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버 아카이브 자료실의 편리한 기능은 미술관 홍보뿐만 아니라 미술사 연구자들이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쉽게 접근해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 미술관이 갖춰야 할 필수적 기본 요소가 되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는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의 예술, 작가(창작자) 중심에서 대중(수용자) 중심으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문화예술의 틀 자체가 이제는 소수의 독점이 아니라 다수의 향유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미술관은 이 점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중이 새로운 창조의 주체로 떠오르면서5) 비로소 대중이 주인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시대를 맞이하여 미술관은 이제 그러한 시대정신에 걸맞는 정책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수원미술연구, 제2집, 2018,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발행>

2) 네이버 지식백과, 수원화성 편 참조.

3) 서정걸 한국도자재단 대표이사와의 인터뷰, 2018. 11. 30

4) 윤진섭, 수원시립미술관의 설립에 관한 제언과 제안,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논문집.

5) 윤진섭, ‘손끝의 창조’, ‘새로운 창조는 손끝에서 나온다(New creation comes out of the finger ti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