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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스와 파토스>와 8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형성

윤진섭

<로고스와 파토스>8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형성

 

윤진섭(미술평론가/시드니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

 

1979년에 문을 연 관훈갤러리는 개관이후 30여 성상을 거치는 동안 한국 현대미술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비록 90년대 초반에 시행된 미술관 박물관진흥법에 따라 명칭을 미술관에서 갤러리로 바꾸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사적 가치나 의미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관훈갤러리는 화랑가의 원조인 인사동의 터주대감으로 그 이름에 값나가는 역할을 자임했으니, 30여 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수많은 작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뿐만 아니라 <에꼴 드 서울>, <로고스와 파토스>, <메타복스>, <뮤지엄> 등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시기를 점유하고 있는 그룹들이 이곳에서 전시를 하며 작가들 간의 결속을 다지기도 했다. 작가들이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귀했던 70-80년대 당시 관훈갤러리는 중요한 미술의 거점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한국 현대미술사상 1970-80년대는 성기(盛期) 모더니즘의 형성과 민중미술의 등장이라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는 특히 제3공화국으로 대변되는 강압통치와 이로 인한 국민적 저항과 반발, 한편으로는 경제입국의 기치를 내걸고 조국근대화를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숱한 사건을 낳았으니, 미술에서 민중미술의 등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한국 현대미술사상 성기 모더니즘의 상징인 70년대 단색화(Dansaekhwa)와 이와 선명히 대비를 이루는 민중미술의 대두는 한국 현대미술사의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거니와, 관훈갤러리는 이 시기의 증인으로서 지금도 인사동 한복판에 건재하고 있다.

관훈갤러리가 존재감을 유감없이 드러낸 시기는 아마도 1980년대 중후반이 아닌가 한다. 1980년대는 지금처럼 전문적인 큐레이터들이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이 직접 그룹을 결성하고 전시를 기획하던 시기였다. 1980년대 한국현대미술사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많은 그룹들이 이 시기에 결성돼 관훈갤러리에서 역사적인 전시를 많이 가졌는데 <로고스와 파토스>, <에꼴 드 서울>, <메타복스>, <현상>, <뮤지엄>, <이후>, <동세대>, <제작그룹>전 등등 그룹전은 물론 <물의 신세대>, <EXODUS>, <한국 현대미술의 최전선>, <삶의 미술>, <묵의 현상>, <푸른 하늘>전 등등이 그들이다.

계간미술 1988년 여름호는 ‘80년대 그룹 미술운동을 말한다라는 특집을 통해 이 시기의 그룹 미술운동을 이끈 작가들의 발언을 듣는 기회를 가진 바 있다. <타라>(1981), <난지도>(1985), <메타복스>(1985), <로고스와 파토스>(1986), <현실과 발언>(1980), <임술년>(1982), <젊은 의식>(1982), <두렁>(1984) 등의 그룹(괄호안의 숫자는 창립년도를 가리킴)70년대의 성기 모더니즘이 쇠퇴한 이후 80년대에 나타난 추상미술과 구상미술, 모더니즘과 탈모더니즘(Postmodernism), 사회정치적 아방가르드 미술 등을 통해 미술의 지형도를 새롭게 그려나갔다.

계간미술의 이 특집은 70년대 모더니즘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난 80년대 그룹 미술운동의 의미를 분석했는데, 좌담을 통해 문범은 <로고스와 파토스> 그룹의 성격을 미술계의 집단적 움직임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한 개인의 결속체로 규정하였다. 작품의 기본적인 성격은 형식주의적 관점을 취하면서 지나치게 편협한 소재주의에서 탈피하는 것이 당시 <로고스와 파토스> 작가들의 일반적인 태도였다. 이들은 평면, 입체, 설치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러한 발상은 단순히 묘사와 초월이라는 대상의 해석에 관한 것을 넘어 80년대에 우리가 한국 현대미술에서 무엇을 보여주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정신사적 측면의 강조에서 출발했지요. 이 시대에 필요한 추상정신이라는 관점은, 한국의 정신문화사 속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의 모더니즘이 이미 있어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문범, ‘모더니즘 미술의 심화와 극복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나는 한국 모더니즘 미술연구라는 책에서 <로고스와 파토스> 그룹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 바 있다. 이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서울미대 출신들로 구성된 <로고스와 파토스> 회원들은 대체로 모더니즘을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기보다는 그것의 정신을 계승, 발굴함으로써 현대적 조형어법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 여기서 이들이 주장하는 모더니즘은 서구의 모더니즘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적 전통속에 뿌리를 둔 문화적 의식운동으로서의 그것, 말하자면 근대화 이후 문화적 접변을 거듭하며 형성된 모더니즘을 가리킨다. 이는 이 그룹이 출범하면서 제기했던 문제의식의 틀 속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회원 각자가 지닌 감수성을 존중하면서도 각자 의식의 지향점은 작가가 몸담고 있는 지금 그리고 여기(hic et nunc)’로서의 시대정신과 기초적인 정신문화의 시대구조를 밝혀내는 데 두고 있다.”

 

소마미술관이 기획하는 <Retro-1987>전은 약 30여 년 전의 시대상황으로 거슬러 올라가 오늘의 관점에서 그 시대에 중요한 미술운동의 거점으로 작용했던 전시공간들의 역할과 의의를 살펴보자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이 기획전에 관훈갤러리에서 열린 수많은 그룹들 중에서 <로고스와 파토스>가 선정되었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노상균, 문범, 문주, 형진식, 이기봉은 <로고스와 파토스>의 핵심 멤버로서 각자 독자적인 세계를 통해 70년대 이후의 한국 현대미술의 전개와 형성에 큰 기여를 한 작가들이다. 회화는 물론 드로잉, 오브제, 사진, 미디어 아트,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제시하는 이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7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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