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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형남 / 인간과 환경

윤진섭

인간과 환경 

                                      윤진섭 (미술평론가)

 안형남의 작업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키워드는 ‘인간’과 ‘환경’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인간의 존재론적 조건인 시간과 공간은 하나의 쌍을 이루는 범주로써 그의 작품을 떠받치는 또 다른 키워드이다. 작품이 그것을 낳은 작가의 의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안영남에게 있어서 시간은 가령, 젊은 나이에 떠난 조국에 대한 향수, 아련한 서정성, 타국에서 겪은 핏줄에 대한 애틋한 마음 등일 것이다. 이러한 정서는 오랜 동안 그가 제작해 온, 그래서 이제는 그의 트레이트 마크가 되다시피 한 ‘회화적 조각’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알루미늄 판, 철판, 아크릴 판, 철망, 쇠파이프, 네온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여 오려내고 붙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입체물을 이루는 안형남의 조각은 그래서 인지 전체적으로 따뜻한 느낌을 주며,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 

 예술을 대하는 안형남의 이러한 자세는 가령 형식주의 미학의 산물인 프랭크 스텔라의 변형 캔버스(shaped canvas) 작품들이 지닌 차가운 기계적 드로잉과 다른 훈훈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는 그가 시도해 온 빛과 소리와 같은 시청각적 요소를 작품에 덧붙임으로써, 관람객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 내지는 대화를 시도한 기념비적 작품 <숨쉬는 등불>(1981)에 잘 나타나 있다. 높이 16미터에 무게가 무려 125톤에 이르는 이 초대형 키네틱 작품을 통해 안형남은 작품이 놓여 있는 시카고의 세계컨벤션센터 매코믹 광장 주변을 지나가는 수많은 차량들을 작품의 한 구성요소로 끌어들였던 것이다. 안형남은 자동차의 소음을 불빛으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을 내장한 컴퓨터가 전자음향 합성장치(synthecizer) 역할을 하여 작품에 부착된 다양한 색 전등들을 깜빡이게 만들었다. 이 기념비적인 대작에서 보듯이, 안형남은 테크놀러지를 단순한 기계적 조형의 실험적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동인(動因)으로 활용하였다. 
   
 사랑, 향수, 날개, 바다, 연못, 나비 등등 자연물이나 인간의 정서를 내포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안형남의 작품은 조형의 기본을 이르는 형식주의적 요소보다는 인간의 정감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오려진 알루미늄이나 철판에 물감을 뿌리고 흘리는 행위는 <핏줄>이라는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자유로운 유희를 통해 보여주는 혈연에 대한 유대감의 표현에 가깝다. 안형남의 이러한 의식은 가령 둥근 자연석을 이용한 입체작품이 수석(壽石)의 느낌을 준다든지, 유기적인 형태로 오래낸 작품의 부속물들이 나비를 비롯하여 구름, 물고기 등 자연물을 연상시키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안형남의 회화적 조각은 회화와 조각의 경계에 위치함으로써 표현의 가능성을 증폭시킨다. 그는 한편으로는 순수한 추상적 회화를 병행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어느 한 쪽에 편향된 것이 아니라 매체 면에서 다양한 실험을 즐긴다. 그는 상상력이 매우 풍부한 작가이며, 그것이 그를 전방위 작가로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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