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그림 한 점 사볼까요?

김종근

그림 한 점 사볼까요?
평론가가 알려주는 미술품 컬렉터가 되는 길




나는 컬렉터인가?
오래전 나는 사비나 미술관에서 '평론가 K씨의 컬렉션 전'을 열었다. 그 전시에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국내외 작가의 작품 20여 점을 선보였다. 그 가운데는 디로자 등 유화작품 일부와 피카소, 프란시스 베이컨, 앤디워홀 등의 판화작품도 있었다. 그러나 솔직하게 나는 나의 소장품이 모두 몇 점인지 잘 모른다. 그것을 전부 헤아려보지도, 리스트를 작성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나는 컬렉터라기보다 그냥 그림이 좋아 정신 못 차리고 모으는 일종의 중독된 사람이라는 표현이 더욱 어울린다. 모으다 보니 숫자가 늘었고 그러다 보니 컬렉터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나는 미술비평을 업으로 하는 전문가라는 입장 때문에 나의 컬렉션은 다분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이 강하다. 내가 에로틱한 누드 작품을 모으는 이유도 그러하다. 그러면 그림을 사서 나는 무엇을 할까? 나중에 미술관을 하나 차릴까? 아직 아무 것도 결정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돌아보니 모든 것에는 원칙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컬렉션은 너무 모자라도 안 되지만 너무 지나쳐서도 안 된다. 그림 수집도 숫자가 늘어나면서 약간의 필수적인 요건들을 필요로 한다. 일단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금액의 과다를 막론하고 소장품의 리스트를 작성하고 작가의 이름은 물론 크기, 재료, 구입처, 가격을 기록해놓으면 좋다. 그리고 그림을 소장하는 장소의 온도와 습도, 그리고 외부로부터의 도난이나 분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컬렉터들이 미술품을 모으는 이유
보통 콜렉터들은 두세 가지 이유로 그림을 구입한다. 하나는 순수하게 작품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사는 경우. 진정한 의미에서 콜렉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서 바로 되팔거나 그냥 한두 점, 체면상 사는 것은 콜렉터라 할 수 없다. 둘째는 그림의 재테크적인 측면을 보고 구입하는 것이다. 재테크의 경우 화랑이나 컬렉터 측이 회피하는 측면이 많은데 컬렉션이 취미가 수반된 투자의 성격이 부가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울러 은행이나 금융기관에서 일정금액을 인정하는 장치들도 강구되어야 한다. 이러한 재테크적인 효과가 있어야 미술품 투자도 활성화된다. 그래야 바람직한 컬렉터들이 증가되고 미술시장도 좋아진다. 미술품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투자의 효과, 투자한 작품의 값이 오르거나 작가의 바른 성장 과정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이다.

그러나 미술품 투자에는 여전히 불안과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현재 우리나라 미술시장이 직면해 있는 문제는 컬렉터가 지나치게 극소수이고 컬렉터들을 위한 최소한의 후속적인 조치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교환이나 환불형태의 서비스가 전무한 실정이어서 컬렉터들을 화랑으로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전시나 경매 등을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콜렉터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사람은 통틀어 겨우 1000명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프랑스 사람들이 전시나 경매를 통해 그림을 사거나 팔아본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30퍼센트에 육박한다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컬렉터 층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예술품은 두 번 태어난다고 한다. 한번은 예술가의 손에서 태어나고 또 한 번은 그것을 느끼고 향유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컬렉션(Collection)은 예술을 향유하고, 완성된 예술작품에 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하나의 문화행위로서 소중한 가치가 있다.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예술품과 문헌들에 대한 컬렉터들의 열정과 컬렉션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르네상스 문화의 부활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로봉가, 메디치가 등 중세유럽의 귀족들이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미술품 등을 그들의 살롱에 전시하는 관습을 가졌다는 사실은 그들이 오늘날 미술의 역사를 쓴 공로자들이라는 것을 뜻한다.

나폴레옹도 미술품과 역사 유물을 수집하는 일을 전쟁 다음가는 관심사로 삼았으며, 처칠이나 루즈벨트, 엘리자베스 여왕, 장개석 총통 등 수많은 세계 역사상의 인물들이 이들 예술의 파트롱이었으며 콜렉터들이었다는 사실은 결코 놀랄만한 사실이 아니다.


누구나 다 컬렉터가 될 수 있을까?
사실 누구나 다 컬렉터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일단은 어느 정도의 미술품 구입에 따른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술품 컬렉터가 특정한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전유물은 분명 아니며 돈이 있다고 누구나가 컬렉터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자칫하면 18세기의 개인컬렉션처럼 그 자체가 개인의 유희거리로 전락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 컬렉션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화랑이 할 수 없는 일들-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여 훌륭한 작가들을 키워낸 프랑스의 매그재단이나 시애틀 미술관의 컬렉션처럼-을 해야 한다. 특히 정책적으로 지역미술에 대한 관심과 컬렉션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작가들의 전시유치나 실험적, 진취적 성향의 젊은 작가들에 대한 지원 등으로 지역 문화를 후원하는 컬렉션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프랑스 개인 컬렉션으로는 최대 규모인 크리스티 옥션하우스를 비롯하여 명품 브랜드 억만장자 프랑수아 피노가 개인 소장하던 1천여 점의 작품이 피노 현대미술 재단으로 발전한 것처럼 우리 미술시장도 성장할 수 있다.

유럽 현대미술의 최고 컬렉터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피노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시험에 합격해 본 것이라고는 운전면허 밖에 없었던 목재상이었다. 그랬던 그가 30년 전부터 미술품을 사들이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전 앤디워홀 재단에 이사장으로 취임한 63세의 조엘 왁스는 30년을 시의회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미술품을 모은 컬렉터였으며 최근에는 주옥같은 소장품 60점을 로스앤젤레스미술관에 기증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세계적인 가수로 알려진 컬렉터 바브라 스트라이젠드는 11세 때부터 애를 봐주거나 중국식당에서 일해서 받은 푼돈으로 골동품, 미술품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컬렉션을 할 것인가
유럽이나 미국의 미술관들을 여행하면서 더욱 절실하게 느낀 것은 본인이 관심이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테마가 있는 컬렉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특정작가의 작품만 모은다든가, 작가들의 자화상, 팔레트, 아니면 작가들의 누드작품, 도자기 아니면 사진 등 특색 있는 작품을 모으는 것이 테마 컬렉션으로서는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컬렉션은 테마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며 이를 성공적으로 컬렉션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미술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작가들의 동정이나 근황 등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현대미술의 메카라 할 수 있는 뉴욕과 파리 등에서 사진 작품이나 프린트 작업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이다. 그러니 사진에 대한 컬렉션도 주목해 볼만하다. 아직은 국내에서 사진에 대한 인식이나 가격이 저렴하기에 컬렉션이나 투자의 가치로도 비전이 있어 보인다. 그러면 그림을 어디서 살 것인가? 나는 만약 작품을 모으려는 이가 젊은 세대의 초보컬렉터라면 신인작가의 그림들을 전시장에서 구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름이 알려진 중견작가의 비싸지 않은 그림도 무난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없고 작가와 함께 미술에 대한 교류를 통해 예술의 세계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미술품 경매를 통해 구입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미술품 경매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하지만, 적절한 가격에 본인이 원하는 미술품을 소장할 수도 있는 방법이다.

컬렉션은 예술품을 통해 예술의 세계를 이해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격조 높은 문화 창조 행위이다. 그리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인류가 가꿔온 컬렉션의 역사가 이룩한 가장 아름다운 결과물이다. 예술품의 두 번째 탄생에 동참해보는 것은 아름다운 경험이 될 것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