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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자렐리와 소토가 함께 하고 싶은 작가 김재관

김종근



바자렐리와 소토가 함께 하고 싶은 작가 김재관


글 / 김종근 미술평론가

​ “나의 추상 세계의 아이콘이었던 정방형의 세계를 해체하고 왜곡된 입방체(distorted cube)와 멀티플 큐브(multiple cube)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2015년 4월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와 현재를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의 작품 세계를 정확하게 관통하는 이 발언은 김재관 작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세 개의 미학적 명제를 내포한다.
하나는 그가 일관되게 추구해온 추상이라는 명제, 두 번째는 그 추상 속에 담긴 본질적 형태인 정방형. 그리고 세 번째 변형된 큐브를 넘어선 그 복수의 입체 즉 멀티플 큐브에 관한 과제이다. 
초기부터 작가는 평면 사각과 그리드의 세계를 큐브(Cube)라는 개념에 탐닉해 있었고, 그것에서 그의 예술작품의 출발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작가는 30대 초반의 작품에서 이미 그가 추구하고자 한 기하학적인 형태의 탄생과 암시한 작품을 제작했다.
비구상이라 아주 구체적인 형태는 알 수 없지만, 청색을 주조로 구조적인 인상의 작품으로 기하학적 도형과 선, 면으로 이루어진 추상화였다.
이 그림은 직육면체, 삼각형, 원 등 기하학적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선 보다는 면에 의한 화면분할이 중심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후 작업의 전개에 있어서 면이 주가 되고 선이 종속되는 특유의 회화적 구조의 시초도 등장한다.
바로 김재관 최초의 기하학적 성향을 명확하게 보여준 작품이 < Abstract 67-1 >으로 1967년의 작품이다. 
이 사실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내면에 기하학적인 구성의 세계를 추구하려는 예술적 의도나 시선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대각선으로 내려그은 몇 가지 도형과 곡선은 수평과 수직, 사선의 격차를 보이면서 기하학적 양식의 이 작품은 마치 초기 몬드리안의 화풍을 연상시킬 정도로 기하학적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미술사 이전부터 많은 작가가 표현에 관한 성찰과 반복을 통해 자신의 세계와 양식을 구축해나간 점을 고려할 때, 김재관의 예술적 출발은 명확하게 기하학적 화풍을 보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작가의 회화적 출발은 1960년대 후반에서 시작된다. 당시 화단은 앵포르멜 이후 찾아온 기하학적 추상 세계와 관계를 맺지만, 대다수 화가가 회화의 평면성을 비중 있게 의식하며 작업했다. 
김재관은 분명하게 여느 작가와 다르게 시작부터 일관되게 작업의 패턴과 스타일을 지키고 있었다. 
이런 한국 미술사의 추상미술 조명이 작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중요하게 기획된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특별전시인데 여기서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을 통찰력 있게 정리하고 있다.(2023. 11. 16 ~ 2024, 5. 19, MMCA Gwacheon, 1,2 전시실 중앙홀) 
한국화단에서 기하학적인 추상은 과연 누가 있으며, 기하학적인 추상미술은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있는데 이 전시는 점과 선, 원과 사각형 등 기하학적인 형태와 원색의 색채 그리고 화면의 평면성을 기준으로 역사를 조명한 것이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한국 대표 추상미술작가 작품을 통해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역사를 조망한 전시에 김환기, 유영국, 류경채, 이 준, 박서보, 하종현 등과 김재관 작가는 함께 조명받은 것이다. 
이 전시에 선정된 김재관 작가는 보기 드물게 57년간 기하학적 추상화가로 단 한 번도 한눈을 팔지 않은 가장 주목할 만한 작가 중 하나로 김재관 작가를 지목하고 있다. 
김재관 작가는 1970년대 한국 미술계의 주류 화풍이었던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맥락에 있으며 그 계보를 잇는 것으로 작업을 지속했다.
80년대로 넘어가면서 작가의 작품은 더욱 기하학적 그리드의 구조 속으로 진입해가는데 특히 '관계(Relationship)' '율(律)과 색(色)' '시각의 차이' 연작 등을 변주한 작품들로 기하학적 세계가 깊어졌다.
 '1980년대 '관계' 시리즈가 이성적인 기하학적 선 구조와 감성적 붓 터치의 충돌을 담아냈다면, 지금은 이성적인 구조와 감성적인 ‘색채’와 ‘소리’를 조화키는 데 집중했다.“ 
그가 지향했던 그리드(Grid)는 90년대 이후 회화의 평면성을 정의하는 개념과 차원에서 더욱 성숙 된 형태의 원근법과 조형적 세계로 변모하며 상승하였다. 
이것은 작가가 형태와 조형상의 구조적 형식을 보여주는데 한정되지 않고 자연의 본질과 기하학적 관계를 더욱 의미 있게 해석하려는 미학적 세계로의 커다란 혁신이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작가는 수사학적 변주를 연구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큐브 형식이 사용된 이 작품들은 1970년대 사용하던 테크닉과 방법으로 당시 제작했던 형식을 활용하여 회귀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학적 추상회화를 진정한 가치와 의미로 재발견하려는 작가의 전략이 담겨 있다. 
이 시기 작가는 한지를 캔버스에 붙여 한국적인 기하학적 추상화를 제작했다. 한국적 여운과 느낌을 주려 했는데 결국 '시각의 차이' 연작 3점은 변형된 캔버스로 큐브를 탐구한 작품들로 회화의 사각 틀을 깨뜨려서 다른 세계로 확산시키고 싶은 의도가 담긴 작품들이었다.
이런 큐브에 대한 도전은 1990년대에는 기하학적 작품을 시작한 평면 회화 양식과 패턴에서 탈피하여 분할된 구조의 조합으로 변모되었다. 특히 1991년 홍익대학교 대학원에 국내 최초로 설치된 ”미술학박사 과정“에 진학하면서 김재관 작가의 예술세계는 미술학적으로 예술 철학적으로 심화 되었음을 볼 수 있다.(학위논문 ”그리드(Grid)의 형성과 해체에 관한 연구“)
많은 작가가 모더니즘 회화의 순수성을 위해 단순한 사각형이나 입방체 등으로 작품을 해석하려고 평면에서 시작했다면, 김재관은 사각형과 입방체 속에 내재 된 3차원적인 입방체의 구조와 원리를 평면 위에서 조형화하고자 하는 독창성을 탐색했음을 보게 된다. 
이 작가의 의도와 표현은 “실재의 차원을 벗어나서 삼차원의 입방체가 지닌 입체의 독특한 특징들의 비의성을 회화적으로 실천함으로써 기하학 정신의 함의”를 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의 미술평론가 山岸 信郞(야마기시 노부오) 선생은 이 당시 김재관의 작품 “Cube Secretness’ 시리즈 작품을 보고 ” 그의 작품은 東洋的인 “空間意識”과 西洋의 것으로 변천하는 “理知”에서의 상극과 조화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의 회화적 세계는 이렇게 변화하되, 일탈하지 않고 본질에 충실한 것이 김재관의 변하지 않는 예술이념이자 철학이며 본질이었다.“고 비평하고 있다. 

특별히 1990년도 이후에 제작된 그의 색면과 입체적인 회화에는 프랑스 옵티컬(Optical) 화가 빅토르 바자렐리(Victor Vasarely)처럼 시각적이며 미적 형식과 결합하여 탁월한 미감을 획득하였다.
한편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절제된 하모니의 이상적인 비례가 그리드를 통해 완결된 형식 속에 녹아 있었다.
이러한 변혁은 작가가 손보다는 이성적 사유와 체계 위에서 생각하는 철학적 예술가임을 말해주는 단서가 되고 있다. 
마치 19세기 후반, 세잔 (Paul Cězanne)이 형태의 근원적인 구조를 탐구하면서 형태의 이면에 숨어 있는 형태의 본질적인 구조에 주목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미술평론가 홍가이 박사는 김재관의 작품에 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김재관 작가는 이미 그의 격자 구조로 된 평면적 방들을 ‘격자’에 대한 전통적인 정적(靜的) 개념과 구조로부터 해방하려고 시도해왔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 그는 평면 사각형들 각각의 방의 한계를 넘어서, (캔버스의) 고정되고 경직된 평면(the literal fixed plane)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기하학에서도 벗어나서 각 격자 방에다 큐브와는 무언가 다르면서도 좀 더 실제적이며, 현실적인 생명력-베르그송의 ‘생의 약동(elan vital)’ 혹은 생명력과 같은 뜻에서-으로 가득 찬 내용물을 부여했다.“ 

 그리드와 네모반듯한 모양과 일정한 패턴이 작가가 초기에 추구하였던 작품 세계라면 그 총체적 예술세계를 가장 일목요연하게 동시에 보여준 역사적인 전시가 청주시립미술관 5주년 기획전 < 김재관_기하학적 추상회화 55년 전>이다.
김재관의 기하학은 평면에서의 방형체, 즉 네모반듯한 모양으로 구성되면서 기하학의 기초가 되는 선, 면, 도형 등을 만나 마침내 작가만의 독특한 창의적인 기하학적 추상 공간이 탄생 되었고, 그 뜨거운 집념과 열정이 수학적 질서에 근거한 형태로 성숙하여 김재관의 예술적 성취가 가능했다.

 최근 김재관의 작업은 색채나 조형에서 엄격한 형태와 절제 차원을 넘어 시각적인 표현형식들을 해체, 통합하려는 가장 이상적인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이전의 작품 구조보다 비교적 선과 색채의 하모니가 특징적인 작품들은 논리적 사유와 구성에서 벗어나 회화의 기본적인 평면성에 입체적 형태의 흔적만 남겨두고 형태를 숨기는 시각적, 사유적 평면을 드러내고 있다. 
김재관의 회화 속 그리드에 대한 견해는 그래서 새롭기도 하고 매우 이지적인 구조의 획득이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김재관 작품 속 선과 색면의 분할구조는 곧 그의 회화에 궁극적인 힘이고 생명력이다.
이것을 작가는 “예술이란 절대적으로 미학적이고 조형적 원칙과 원리에 따라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사유 속에서 ‘생명의 무늬를 씨줄 날줄’로 엮어서 만들어내는 것이며 그 공간에 ‘빛’을 넣고 있다.”는 신념을 피력했다. 
그래서 이 작가의 예술에 관한 철학은 그의 작품에 도달하기 위한 새로운 미술 이해의 안내자이자 열쇠를 제공하게 된다.

 이제 김재관은 초기 작품에서 현재까지의 작품을 더 명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야 할 과제를 우리에게 이미 던져 놓았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치열하게 추구했던 추상 세계의 아이콘 정방형의 터널에서 그는 완벽하게 성공적으로 통과하여 정착해있기 때문이다.
비평가 루이 보셀(Louis Vauxcelles)은 브라크의 작품에 대해 경멸조로 “모두 입방체(cube) 뿐이다.”라고 비난했다. 바로 김재관의 화풍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러나 거기에서 입체파가 탄생했고, 피카소와 브라크는 세잔의 초기 기하학적 도형을 큐브로 이루어진 입체파로 진화했고 마침내 서양미술의 시각적 혁명을 불러왔다. 
적어도 김재관은 혁명까지는 아니어도 샤넬이 남긴 수많은 명언 중 최고의 명언인 “내가 바로 스타일이다.”(Style, that’s what I am)라는 정점에 안착했다.
마침내 그 목적지에서 우리는 김재관 작품의 질서와 사유가 뭉쳐진 인간적인 회화를 우리는 맞이하고 있다.
그 세계는 리듬과 색, 그리고 빛이 함께 하는 가장 형이상학적이고 질서로 가득한 수학적, 미학적, 인간적 총체적 세계이다. 그리고 그가 창작한 모든 작품의 명제에는 “김재관이 바로 스타일”이다 라는 경구가 부착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초청장이 도착해 있을 것이다.
빅토르 바자랠리나, 라파엘 소토가 가장 함께 전시하고 싶은 작가로 김재관 작가를 선정했다는 초청장. 바로 이렇게 김재관 작가의 회화 세계는 빛나는 예술로 선보이고 있지 않나 싶다. 

“2022년 KIAF 국제아트페어”에 참가한 200여 갤러리의 2,000여 명의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중에서 세계 최고의 미술 전문 매가진 < Art News >에서 선정한 베스트 아티스트 8 작가 중에 김재관 작가(빛 갤러리)가 선정된 것도 결코 우연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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