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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미술관 추천작가 프로젝트 - 강호생의 수묵과 비구상, 그 새로움을 찾아서

김종근



공립미술관 추천작가 프로젝트-
강호생의 수묵과 비구상, 그 새로움을 찾아서

김종근 | 미술평론가


1. 전통으로부터 시작

이 글은 강호생의 작품을 최근 20여년 사이에 제작한 한국화의 수묵 추상이 전개되어온 작품세계를 살펴보는데 그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강호생의 작업에 관한 출발점은 동양화, 즉 한국화로 시작된다. 80년대 전후 한국화단에서 한국화는 그 용어의 개념에서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1980년대 비교적 수묵화 운동은 동양화의 본류와 전통 그리고 정신성을 강조하면서, 표현의 양식에 관계없이 오로지 재료가 갖는 먹과 종이라는 재료적 특성과 전통이라는 계승을 중시했다. 
그리하여 한국화의 활동은 운동처럼 강하게 들불처럼 펼쳐졌다. 홍익대 남천 송수남 교수를 중심으로 한, 이 수묵화 운동은 참여 작가 숫자로는 100여 명이 훨씬 넘었고 집단적인 그룹전과 동인 활동이 서양화 못지않게 역동적이었다. 그리하여 상대적으로 채색화는 위축되어 수묵화와 구상, 그리고 추상이 나름대로 각각의 독자적 위상을 가지고 화파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열풍은 1980년대 후반부터 동양화 화단을 휩쓸었고, 수묵 추상 작가들도 늘어나 각각 자신의 영역에서 수묵의 세계는 강력한 수묵화 운동으로 전개 정착되었다. 
이때 전통적인 수묵 산수와 한국적인 수묵 작가들이 등장하여 한국화의 단층을 더 깊게 형성하였다. 물론 한국화에 있어 수묵과 추상의 만남은 1960년에 조직된 묵림회에서 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그들은 동양의 정신성과 비구상의 새로움을 추구하여 서양회화에 표현주의의 영향에서 온전하게 자유롭지는 못했다.
당시 한국화는 1990년대 중반부터 그 전개는 2-30대 신세대 작가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변혁기를 거치면서 한국화 전통의 재료와 기법, 소재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이 전개되었다. 
한국화 작가들은 종이, 붓, 먹 대신 아크릴 물감이나 혼합재료 등을 사용하면서 재료의 혁신을 불러일으켰고, 그 움직임은 영상이나 일부 설치의 영역으로까지 한국화의 영역이 확대되었다. 
이러한 주요한 흐름으로 한국화가 그 자체로 한국 고유의 정신성을 높이는 그 어떤 회화보다 가장 ‘한국적’인 정체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한국화 작가 활동이 미약한 상황에서 드물게 충북에서 활동하는 중견 작가로서 강호생은 변혁의 시기를 겪으면서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 작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런 과정의 맥락속에서 강호생의 작품을 한번 일람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그의 화풍의 변화를 편리하게 초기와 중기로 나눈다면, 초기는 개략적으로 2, 30대로 전형적인 사실적인 표현에 기본을 둔 전통적인 동양화풍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를테면 진경 중심의 기법을 중심으로 한, 초기 작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2. 강호생의 필력과 표현력
실제로 그가 신작을 발표하는 전시장마다 그의 회화는 언제나 화제와 주목 속에서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그는 실경이나 인물 표현에서 탁월한 묘사력을 가진 작가이다. 
그러한 사실력과 표현은 운보 김기창 화백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담은 작품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그의 화풍과 예술세계를 지칭하는 수식어들은 드물게 <묘사력이 훌륭한 한국화가> 란 비평가들의 관심 속에서 형성되었다. 
1980년대 여느 수묵화 작가들처럼 강호생은 집단운동과 수묵 표현의 동양적 정신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는 데 동참하고 있었다.
특히 1990년에서 2000년대를 아우르는 강호생의 수묵과 담채는, 단순 수묵뿐만 아니라 채색을 가미하면서 표현에서 그 수려한 필력이 강렬하게 돋보인 작품을 보이었다. 
이때 강호생 작가의 주된 작품의 주제는 사군자, 풍경 그림과 함께 폐차장 구석에 타이어의 쌓인 모습을 강렬한 인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그것이 타이어를 그린 것인지는 아주 명확하게 한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빠르게 한 번에 그어 내린 힘찬 붓질, 먹의 번짐과 농담, 그리고 여백이 매우 자연스럽게, 그러나 우연적으로 만들어낸 자취가 타이어처럼 보일 뿐이었다. 
이런 테마의 타이어가 쌓여있는 장면, 거리풍경으로 보아 특정 대상의 사실적인 접근이나 일상에 삶의 현장을 주목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아마도 동시대 환경문제, 특히 생태계 파괴라는 다분히 시사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와 관계된 깊은 관심으로 해석된다.
당시 이러한 화풍이나 양식은 수묵의 효과를 위한 매우 적절하게 취해진 필요한 소재이자 주제였다.
이미 폐품으로서 그 수명이 다해 폐기된 “타이어”의 주제 포착은 흥미로운 형상의 사실적 재현이 아니라, 그 구체적인 대상성을 뛰어넘는 운필 기법의 대응이 우선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쉽게 말해 수묵의 효과와 필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합한 소재로 차용된 것이 타이어라는 점이다. 이런 그의 작품의 형식들은 주제 면에서 서서히 변모하며 더욱 깊은 화면의 추상성을 중시하면서 독자적인 화풍과 형식의 그림들로 정착해갔다.
가장 대표적으로 선보인 2022년 4월 5일부터 5월 4일까지 가진 <갤러리 청주>의 전시는 그가 가진 ‘빛과 시간의 여행’을 테마로 한 이채롭고 특징적이며 눈에 돋보인 전시였다.
이미 구상과 추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수묵 화풍을 보여주었던 작가의 결정판이었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먼저 재료에서는 화선지를 버리고, 융을 재료로 파격적으로 선택하면서 색채와 재료에서 그 자유로움과 시간이 주는 우연의 관계와 자세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이 작품들의 시각적인 특징은 아주 감각적인 표현과 테크닉으로 수묵화의 재료적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측면이다. 그 위에 색채의 스밈과 번짐이라는 자연스러운 화면의 효과에 중시하고 크게 주목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작가는 이 시점에서 자신의 추상적인 방향을 향한 작품세계를 구체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한국화라든가 수묵화라는 양식과 표현을 완전히 벗어난 이 추상표현주의 화풍의 작품들은 특히 회화가 궁극적으로는 색채의 예술이라는 점을 중시하면서 방향성을 정한 모습으로 평가할만하다. 
특히 화면의 패턴에서는 올 오버 페인팅 (all over painting) 이라는 <전면 회화>적인 환상적인 색채의 평면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강호생 작가는 그의 작품 속에서 언제나 중요하게 ‘생명적 요소’와 ‘여백의 미’를 강조해 왔다. 그가 형태상으로 물기둥 형상과 구체로 조형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 작가는 화면 전체에 원색적인 컬러를 부드럽고 환상적으로 입혀 새롭고 몽환적 분위기의 작품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그는 이 주제를 ‘생명의 부름 (Calling of Life) 이라 정하고 빛과 시간의 여행이라는 시리즈를 형상화한 것이다. 그가 제작한 빛과 시간의 여행 그리고 ‘생명의 부름’ 작품들을 작가는 스스로 “흰 바탕에 먹으로 그림을 그린 다음 아크릴 물감으로 색감을 입혀낸 것”이라며 여기에 자연스러운 색을 내기 위해서는 물의 압력으로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빈번하게 강조한 바 있다.
강호생의 작가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는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작가는 결국 그림은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그려지는 것”이라는 것을 매우 강하게 묵시적으로 암시하는 부분이다. 또한, 작가는 우연적인 것 같지만 필연적으로 이를 조정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고 했다.
그러한 효과는 결국 수묵과 채색으로 재현된 ‘빛과 시간의 여행’을 주제로 한 작품들은 마치 화면상의 물기둥 형상 사이를 유유히 여행하는 장면처럼 보이는 효과를 얻는다. 여기서 감상자들은 바로 ‘수묵의 타이밍’에 대한 중요성을 강호생 작가에 의해 시각적으로 경험하고 추체험하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수묵과 채색이 같은 화면에서 어떻게 가능한가를 신선하게 보여준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의 양과 시간성”이라며 ‘순간의 타이밍을 맞추는 작업’을 강조한 바 있다.


3. 수묵 중심에서 색만으로의 확장
수묵 작업으로 작품을 시작한 후 작가는 다양한 색채의 배경으로 공간과 여백을 처리한 변화를 최근 작품에서 더욱 명백하고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강호생의 이러한 변혁은 작가가 고민한 동양화에서의 공간과 여백의 기능과 의미로 재료의 특수성 외에도 그릴 때의 물의 양, 붓과 그 필선의 속도 등이 작업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인식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와 탐구는 그가 추구하고자 하는 예술의 세계와 구체적으로 일맥상통한다. 그는 이러한 변혁과 새로운 형식의 면모를 모리스 갤러리의 초대전에서 실증적으로 보여주는데 가장 눈에 띄게 보여준 신작에 특징이 바로 〈여백과 색채와 재료〉이다.
그 기법은 다음과 같다. 융(絨) 위에 원색의 노란색과 파란색 물감으로 환희로 충만 된 듯한 느낌의 역설적인 여백을 만들어 낸 후, 그 위에 먹물을 얹어 시간과 기울기의 조절에 의한 물기둥으로 되살아났다 면서 작가는 이 기법 부분을 작가 노트에서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아래 작가의 좌우명 같은 예술철학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내가 유희하는 부분은 여백! 그 ‘텅 빈 자리’이다. 여백! 그것은 ‘텅 빈 충만’이다. 그것은 채워진 빈자리이다. 그것은 가벼운 중량감이다. 그것은 숨 쉬는 공간이다. 비움으로 채울 수 있기에 나는 그 여백을 사랑한다.” 
특히 글 말미의 “비움으로 채울 수 있기에 나는 그 여백을 사랑한다.”는 이 선언적인 작가의 고백은 작가의 예술적 이념과 철학 그리고 회화에 재료적 특성에 관한 체계적 연구와 여백 탐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강호생의 작업의 중요한 향방이 되고 있다.
이처럼 그의 작업은 전적으로 수묵을 바탕으로 했지만, 채색으로 확장하면서 작품마다 깊은 색채의 조화와 수묵의 명상적인 분위기를 조화롭게 구현함으로써 작가의 철학과 깊이를 형이상학적 세계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공통으로 받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회화의 세계에 머물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지에 대한 가치 평가이기도 하다. 특히 작가가 전통적인 수묵 재료에 색채를 통해 여백의 미를 극대화하고 색채로 조화롭게 추상화시키는 그 추상표현의 세계는 그의 작품세계 구축과 동양 회화의 답보적인 문제를 극복하려는 하나의 시도로 높이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다.
특히 이러한 기법이나 표현에서 보이는 유연성과 “스밈과 번짐”의 감각적 조형성은 회화의 다양한 가능성에 관한 강호생 작업의 특별한 장점으로 주목된다. 
무엇보다 화면을 형성하는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색채의 대비, 매스의 균형적인 공간 분배는 이 작가만이 가진 장점이다. 회화의 전통적인 가치를 지키면서 조형미를 완성하는 그만의 특질이라는 점에서 단연 돋보이고 눈길을 끄는 것이다.
물론 그가 초기에 주목하고 열정을 표시했던 수묵의 새로운 평가에서 한지나 화선지 같은 전통적인 재료에서 일탈한 것이 작가의 철학에 아쉬운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의 작품세계의 비젼은 다른 것보다 이 작가는 먼저 수묵회화를 통하여 여백과 색채에 대하여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면서 성장한 작가이다. 
그 결과 오늘의 세계에 그만의 창작기법과 독창적 화풍의 시그니쳐를 구축한 작가이다. 이제 강호생 작가는 그 작품 세계를 더욱 안정적으로 기법을 뛰어넘어 그만의 미의식과 조형성을 확보해야 하는 하나의 과제를 남기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것은 동서양의 세계를 넘어서 한국회화를 세계에 알리는 하나의 가치 있는 소통의 형식으로 강호생 작가뿐만 아니라 한국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이제 강호생 작가는 자신의 표현 스타일과 독창성, 브랜드를 구축한 명확한 작가이다. 그리고 동시에 작품 속에서의 그 표현도 표현의 차원에 머무는 단계가 아닌, 세계 구축에서 독창성으로 충북화단 뿐만 아니라 한국화단에서 정립된 작가로 자리매김이 되어야 한다.
특히 그가 보여주는 작업의 정교함과 전자저울을 통하여 먹과 물, 물감과 물의 양을 계산하고  온도와 습도의 영향까지 고려하며 작업을 하는 이 지극정성과 강호생 작가만의 정교한 태도와 세계는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아울러 간과 해서는 안되는 것이 작가가 주장하며 작업해온 작품에서의 양식적인 측면이 아닌 여백과 다분히 종교적인 색채가 묻어나는 생명에 관한 내용도 지켜 볼 만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강호생 작가의 가능성을 주목하는 이유는 몇가지 정당성이 있다.
첫째, 근본적으로 발표하는 작품 배경의 주제가 빛과 시간이라는 회화의 중요한 화두를 다루면서 〈생명의 여백, 생명의 부르심, 생명의 줄, 선율과 생명의 소리〉등으로 진지하게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에 깊은 철학과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강호생은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한 개념과 방향, 그리고 방향성을 체계화 할 정도로 동양화단서 색다른 작가로 명명된다.
2011년 전후하여 그의 작품 가운데 주목 할 만한 〈빛과 시간의 역사〉에서 이어지는 〈빛과 시간의 여행〉(2022) 에 이르는 탁월한 표현의 테크닉과 스미고 번지는 정신적 명상의 세계는 주목 할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보여진다.
결론적으로 강호생의 이 작업들 이후에 펼쳐지는 원색에서 파스텔 계통으로 시도되고 있는 모든 작품들이 궁극적으로는 채색의 역동성과 먹물의 고요함을 통한 아름다운 하모니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그것을 작가는 “여백의 유희”라고도 평하지만 이 모두 색, 먹물, 여백은 각각 현실, 희생, 감성으로 부를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의 회화는 이렇게 수묵의 가치와 의미, 그리고 여백의 가치를 통하여 탄생 되는 ‘생명’의 다른 이름이 바로 강호생 회화의 본질인 것이다.
강호생은 예술의 중심에서 무엇보다 물의 속성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내는 예술성과 표현성에 중시하며 표출해 왔다.
 그 근저에는 회화의 출발과 목적을 분명하게 작가가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회화에 나타난 조형적 세계가 물과 수묵이라는 재료가 지닌 독특한 물성으로 완성, 창조해낸 가장 이상적인 조형 방식을 보여 준 작가로 그를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특히 무엇보다 우리는 작가가 통렬하게 반성하면서 기록한 작가노트에서 한국화의 새로운 결기와 미래를 발견하는 것도 이채롭다.

“나는 서양미술보다 동양미술의 우수성과 수묵의 깊이와 넓이를 결국 나만의 재료기법, 화면의 구성요소에 대하여 연구한다.” 이와 같이 ‘비가시적 세계의 본질에 대하여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 하고 있는 이 중요한 부분을 작가는 이것을 한 마디로 압축하여 인용하고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보이는 것들이 아니요, 보이지 않는 것들이라. 이는 보이는 것들은 잠깐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은 영원하기 때문이라.”(고린도후서 4:18)

마치 종교인처럼 풀어놓은 이 작품에 관한 성찰과 고백에서 우리는 그가 풀어나갈 새로운 작품의 비전을 예감할 수 있다. 그것이 강호생 작가의 예술철학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한국화 단에서 그의 작업을 기대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와 근거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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