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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백자투각에 옛것과 현대의 단아함

김종근



이지영의 백자투각에 옛것과 현대의 단아함 


김종근 | 미술평론가


모든 예술가는 그들의 예술작품 속에 새로운 혹은 가치 있는 그들만의 세계와 의미를 담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러한 새로움과 예술적 가치와 의미는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지영의 작품을 보면서 그러한 작가의 고민이 얼마나 진지하고 깊은지 많은 작품에서 읽혀진다. 우선 이지영의 고민은 어떻게 전통적인 세계의 정신과 아름다움을 자신의 작품 속에서 되살려낼 수 있는가의 고뇌가 제일 크다.
일찍이 작가는 스스로 “전통의 현대화를 고민하는 나의 작업은 조선 18세기 백자투각모란당초문 호, 현대 도예가의 백자이중투각 항아리, 그리고 전통소재가 담겨진 부조벽화의 석고 작업과 채색작업에 대한 기억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
이 고백에서 보듯이 작가가 얼마나 백자투각 항아리에 깊숙하게 매료당했는지 쉽게 알게 된다. 아시다시피 조선 18세기 후반경에 제작 된 것으로 보이는 조선 도공들의 백자투각 기술은 최고로 손꼽혔다.
당시 백자청화투각 모란 당초무늬 항아리의 가격이 대략 쌀 225가마니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니 그 가치와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만큼 귀하고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국보급 보물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당시 백자의 전형적인 형태와 장식, 유약의 색깔, 굽의 특징 등 모든 면에서 탁월했기 때문이다. 특히 당당하고 우아한 형태와 독특한 이중의 제작기법, 투각의 기술 특이한 장식기법이 그 어느 백자보다도 백미에 달했었다.
이지영은 바로 그 매력에 빠져 백자투각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를 거부했다. 
작가는 백자투각에 도상에 고전적이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미의 세계를 융합하기를 뜨겁게 갈망하고 갈구했다.
보통 투각 기법에는 음·양각 후 배경 부분을 도려내거나 도자기에 그린 무늬 자체를 뚫어내는 두 가지 방법이 사용되는데 이지영의 궁극적인 목적은 백자투각 항아리에 새로운 문양과 고전적인 이미지들을 일체화하여 조화롭게 하는 것이다.
특히 이지영은 그 백자 투각에서 여인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인간의 마음과 감정을 품고 보듬고 안아줄 수 있는 한없는 넉넉함을 백자에서 발견했다.
그래서 여러 기형의 백자에 모란, 동백, 연꽃과 같은 식물의 이미지를 합성하는 것이다. 그 백자의 하단 부분에 고구려 고분벽화의 문양을 상기시키는 산의 형태와 문양들이 어울려 하나의 단아한 이지영의 백자투각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어쩌면 이지영은 이 백자투각의 번거로운 공정의 작업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마치 속세의 어지러운 마음을 치열하게 매달리면서 스스로 정화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자신의 모든 삶의 감정을 카타르시스화 하면서 백자 안에 새기고 투사시키고 모든 작가의 감정을 녹여 낸다.
이 매우 정교하고 섬세한 기술의 장식기법을 작가는 그대로 음·양각 기법으로 화폭에 묘사함으로 마치 눈속임 기법처럼 투각의 장식 효과를 극대화하여 아름다운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특히 투각의 특성상 꽉 찬 충만감과 순백의 달항아리 이미지를 절제미에 담아내고 있다.
실제로 조선전기 백자들은 간결미와 단순미를 강조한 작품들이 많은데 이지영은 그런 투각형태를 빌리면서 항아리 기면 전체에 모란꽃이나 연꽃을 정성스럽게 뚫새김처럼 그려내면서 화려한 장식 미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렇게 그림에 얹힌 후, 부조 형태를 만들면서 작가는 세필 붓으로 다시 모양을 잡아 뚫새김의 효과를 살린 부조형태의 작업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조선백자 투각에 빠진 일본의 민예운동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조선의 도자기에는 정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드는 미의 신비가 있다’고 말한 것처럼 이지영도 백자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창조성에 빠져든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백자의 형태 위에 현대적인 미를 조화시키기 위해 자개와 스와로브스키의 빛나는 조각으로 그 리듬을 만들어 냈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백자 투각안에 담긴 고전미와 모던한 미의 간절함이 하나로 어우러져 하나의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와 에너지로 꽃피울 것을 확신한다.
이 백자 투각 위를 날아가는 봉황이나 새의 행복한 날갯짓에서 우리는 작가의 행복한 시간과 그 뜨거움을 공감하며 공유한다. 
부드러운 색채로 뒤덮인 그 문양의 현대적인 조합, 스와롭스키 조각으로 빛나는 그 찬란한 반짝임
이 모든 것이 이지영이 추구하는 어제의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려는 이지영의 아름다운 순간을 위한 치열함이며 열정이다. 
작가는 이제 확신에 찬 화법과 언어로 그림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빛남의 순간을 자개로 이어가며 그 희열의 시간을 행복을 향한 퍼즐처럼 맞추어 나간다.
연꽃이나 동백처럼 아름다운 문양들 그 위에 펼쳐진 구상성과 추상성의 절묘한 배치가 모두 그렇게 탄생 된 것들이다. 
이 모든 문양이 조선백자 투각에서 시작하여 작품마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생동감이 묻어나 행복을 호출한다. 
누구나 이지영의 작품 앞에 서면 그 울림과 간절함이 풋풋하게 살아 생명처럼 부활하고 고전과 현대의 단아함이 백자투각에서 존재함을 발견 할 수 있으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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