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근 | 미술평론가

1994년 12월 프랑스 남부 쇼베(Chauvet) 동굴에서 곰과, 코뿔소, 표범, 말 등 동물들의 그림 300여 점이 발견되었다. 이 동굴의 벽화는 약 3만 2천 년 전 선사시대 그림으로 남아있는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벽화보다 먼저 그려지고 그에 필적할 만한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도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직접 보고 “알타미라 동굴벽화 이후 모든 미술은 쇠퇴하고 있다”라고 할 정도로 그 예술성을 극찬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도대체 언제부터 예술을 했을까? 왜 예술을 했을까. 즉 어떠한 이유로 그려졌는가에 대한 예술의 기원에 대한 문제이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바라고 기원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다.

 

명상 예술가 ,만다라 작가로 널리 알려진 정연우 작가의 작업은 거의 절대적으로 선사시대 이 동굴벽화의 기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찍이 정연우는 성균관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수석으로 졸업, 교육자로서 교사 생활을 했지만 '삶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작가의 머릿속에는 언제나 한 가지 질문.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 에 대한 물음이었다.

예술가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그 근본적인 질문은 매우 인간적이고 본질적인 고민이었다.  

소나무와 솔방울 작가로 출발한 정연우의 화폭에는 겨울에 잎을 내는 소나무와 그 소나무의 정기를 담고 있는 열매 솔방울이었다. 그런 화풍으로 강한 의지와 생명력의 소나무를 수묵으로 그 에너지를 표현하였다. 이렇게 먹으로만 세상을 그리던 수묵화 시절, 작가는 갑자기 모든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인도로 떠났다. 그리고 그가 정착한 인도에서 작가는 밝은 빛과 우주를 담은 둥근 그림 '만다라'의 세계에 입문했다.마치 한국의 대표적인 박생광이나 전혁림 화가처럼 그런 만다라 세계에 탐닉한 것이다.

세상의 빛을 깨우는 정연우 작가의 출발은 이렇게 아프고 힘들었을 때 무채색으로만 그림을 그리는 검은색 먹그림의 시기를 지나 드디어 인도에서 ‘만다라’라는 그림을 만난 것이다.

빛과 아름다운 색채로 사람들의 내면의 빛을 꺼내고 그것을 느끼는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작가는 그 만다라를 만난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처음 존재했던 태초의 공간인 둥글고 따스하고 안전한 어머니의 자궁을 기억하게 하고 우주와 연결된 에너지를 가진 신비로운 형상이며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라면 자신의 중심으로 들어갈 때 편안”해진다는 것이다. 정연우는 마치 수행의 끝에 닻을 내린 둥근 타원형에 아름답기 그지없는 형형색색의 컬러와 문양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만다라 작가로 탄생 된 것이다.그것은 화가로서 명상가로서 치열하고 끊임없이 빛을 탐구한 명상과 고행의 진주 같은 땀방울이었다. 무엇보다 정연우의 작품이 돋보이며 빛을 발하는 이유는 매우 이채롭고 아름답고 독특하기 때문이다.모두 그의 빛의 그림 속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다. 이 원형의 무늬를 따라 색은 원을 그리며 확산하는 형상으로 빛의 진동이 내재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내면의 밝은 빛의 진동과 에너지를 표현한 ‘근원의 빛1001 다이아몬드’ 만다라이다. 이런 작품을 10여 년 이상 쉬지 않고 ‘예술 명상’과 작품제작을 수행했다. 그 작품 속 명상은 그림을 창작하면서 그림의 파동과 에너지를 연결하면서 ‘마음의 빚’을 찾아가는 예술 행위인 것이다.

자신의 가슴 속 깊은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객관화하고 균형을 찾아가는 수행이 만다라 작업인 것이다. 작가는 “온전한 명상 상태인 진공상태에서 축복과 풍요, 근원의 진동 등 각 주제의 빛의 진동을 느끼면서 다양한 색채와 이미지로 형상화” 하고자 했다고 고백했다.

동양화 분채를 사용하면서 컬러의 입자와 강한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색채의 물감을 가는 붓의 터치로 빛이 모이고 흩어지고 재구성되는 빛의 스펙트럼을 작품에 온전하게 투사하는 것이다.

이후에 작품 표면 위에 실제 보석인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를 붙이는데 그것은 오로지 에너지 진동을 확장하기 위해 사용한다.

거기에는 1,200캐럿이 사용된 작품도 있다. 그리고 주제 또한 ‘근원의 빛’ 외에도 성취, 감사, 풍요, 근원의 진동 시리즈 등 주제별 에너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림 속에 있는 다양한 형태, 즉 기하학적 도형들은 핵심적 에너지를 상징하고 표현한다. 작가는 주로 그 기본형으로 육각형을 차용한다. 에너지의 완전성으로 완벽한 구조인 벌집 구조로 강력한 에너지를 상징하는가 하면 상징 이미지를 작품들은 담고 있다.

작가는 또한 작품 속에서 이렇게 가장 명백한 논리를 빛은 사랑과 축복, 마음과 물질의 풍요, 치유 등 주제에 대해 명상 작품으로 창작하면서 그 에너지를 느끼면서 공유한다.

프랭클에 의하면, 자연과 예술은 치유 능력(healing ability)을 가진다고 했다.

어둠 속에도 빛이 있나니 자연은 영혼의 안식처고, 예술은 영혼 안식의 표현이다. 자연과 예술은 대지를 뒤덮고 있는 암울한 빛을 뚫고 나오게 한다. 희망 없고 의미 없는 세상을 초월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예술이 자연처럼 그러한 능력을 지닌다는 것이며 그것이 예술의 힘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인간의 영혼을 보듬어 안는 예술의 성스럽고 고유한 아름다움과 매혹을 말한 바 있다

예술작품만이 우리의 고단한 삶을 보듬어 안고 한편으로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치유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즉 삶이 고단할수록 우아한 꽃 그림은 우리를 더 깊게 감동하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삶 속으로 다시금 예술을 끌고 들어와 우리의 삶과 사랑, 일을 더욱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도록 예술을 추구해야 하는 일은 정연우의 작품을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훌륭한 예술작품은 그렇게 우리가 처한 상황과 우리의 힘을 일깨워준다. 한 번뿐인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줄 수 있는 삶의 지혜와 명상을 정연우의 만다라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만다라를 통해 빛의 여정을 걸어가는 것처럼 많은 사람이 만다라의 빛으로 내면의 그림자에서 나와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축복의 여정을 걸어가길 바란다” 진실한 고백이 우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