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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경쾌하고 기분 좋은 교양악. 김래현의 오르피즘

김종근

김래현의 그림을 보면 그 첫 번째 인상은 음악을 듣는 것처럼 경쾌하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맛있는 식사를 하면서  마치 봄날의 전원 교양악의 리듬을 한 순간 떠올리듯이 명랑하고 즐겁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보자마자 단숨에 평면으로 뒤덥힌 하나의 악보처럼 그림 속에서 선율이 들려온다. 
거침없이 천천히 알레그로 톤으로 ,때로는 스타카토의 호흡으로 말이다.
그림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흥겹게 엔도르핀이 나오는 감정으로 전환 시키는 역할을 예술이 주는 카타르시스라고 한다. 요즈음 예술이 그러기는 그리 쉽지 않다.
물론 이렇게 그림 속에 음악성을 담아낸 예술가들이 과거에도 있었고 그것을 크게 극찬한 사람도 있었다.
일찍이 프랑스가 낳은 유명한 시인이자 미술 비평가였던 기욤 아폴리네르는 소피아 로베르 들로네 부부의 추상회화를 음악에 비유하면서, 그림 속에 담겨있는 음악적인 그런 회화의 양식을 오르피즘 Orphisme 이라고 이름 붙이면서 그 독특한 미술양식에 주목한 적이 있다. 
김래현은 이렇게 화폭에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음악적 요소나 선들을 연상시키거나 결합시키는 오르피즘의 화풍을 수년전부터 줄기차게 탐색 해왔다.
그가 이런 작업을 하는 계기가 스스로의 회화적 발견도 있었겠지만 내가 알기로는 가족 중에 음악을 하는 유학생 자녀가 있는 것으로 안다. 
어쩌면 작가가 이런 작품을 하게 된 동기 중에 하나가 그의 내면적인 성향이나 취미 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멀리 미국으로 유학가 있는 그녀의 딸을 향한 지극한 그리움의 하나가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아닐까 여겨진다. 
이처럼 작가는 원색적이고 대담하고 그러면서 밝고 명랑한 색채들을 선들에 실어 화폭에 풀어냄으로서 회화가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각적 즐거움을 선물하고 있다.
무엇보다 밝고 명랑한 봄날 같은 따뜻한 색채, 그 색채들을 실어 나르는 물 흐르듯 유연하며 음악적인 선들과 어울려 풍요로운 하모니를 이루면서 절정의 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김래현의 회화적 표현에 욕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분명하게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어여쁜 꽃들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명확하게 그 꽃들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다 드러내지는 않지만 화면의 부분 부분에 그 꽃들의 형태를 종종 인용한다.     
이런 보여지는 화폭의 형상만으로도 그의 작품들은 비구상적인 선과 색채를 다루면서 완전추상의 세계를 표출해 낸 칸딘스키의 미적 형식도 보이고 , 음악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담아내는 부분에서는 들로네 류의 오르피즘의 영향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준다. 
그만큼 작가는 다양한 구성과 색채로 뮤즈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특별히 색채의 연속성이 주는  대비에 의한 감정적인 대비효과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이 작품들은 도시 생활에 찌들은 우리들에게 많은 힐링의 공간을 내어주며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마치 김래현의 작품에는 폴 고갱이 말한 것처럼 “어떤 선(線)은 고귀하고, 어떤 선은 기만적이다. 직선(直線)은 무한을 암시하고 곡선은 창조를 암시한다. 색채는 훨씬 더 설명적이다. 시각에 대한 자극 때문이다.‘ 
이렇게 그의 화면에 조화는 평화롭고, 어떤 것은 위로를 주며, 또 어떤 것은 동심의 세계 같은 회화가 주는 감동적인 요소들을 순수하게 보여준다. 
어떤 그림들은 봄날 비올라의 선율이 떠오를 정도로 조용하고 평안한가하면  어떤 그림은 달콤한 허니문의 향수처럼 강렬한 색채들이 손짓하고 꽃을 피운다. 
들판에 부는 바람이 색채를 실어 오면서 화가 들라크루아가  '색채, 명암 등의 일정한 배열이 낳는 효과가 있다. 이것을 그림의 음악이라 부를 수  있다.' 라고 했던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가 이것을 「형태」(form)나 내용에 관계없는 화면의 감동적 조직- 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김래현은 그러한 화면의 핵심적인 구성 요소들 -선, 색, 공간구성등을 계속적으로 탐구함으로서 회화에서 음악이 주는 가능성과 독특한 세계를 열어 보이고 있다.
김래현이 보여주고 있는 이 장식적이고 화려한 색감의 어울림과 조화로운 유연함의 이미지는 이제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로 정착되어 독자성을 구축하고  있다. 
부드럽고 긴 나풀거리는 섬세한 선들이 보여주는 스펙트럼 속에 모든 색채들이 춤을 추며 그 화폭 안으로 끌려들어가 시가 되고 음악이 되는 그만의 오르피즘을 창조해내고 있다. 
이제 분명하게 김래현은 한국적 오르피즘의 화가로 불릴 것이다. 회화에 색채와 리듬을 부여하고 화음을 심어놓은 호가로서 말이다. 
더욱이 그 선들이 만들어내는 공간 사이로 넘실대는 색들의 만남은 이들이 모여 색채의 축제를 이루듯이 연속적인 움직임을 색채의 나열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데 도달했다. 
우리나라 화단에 이처럼 회화에서의 깊은 음악성과 리듬을 담아내는 작가가  드물다는 관점에서 김래현의 작품들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과 행복감은 작은 행복이 아니다.
우리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을 주는 미술, 우리에게 그림을 보면서 어떤 가락의 리듬을 흥얼거리게 하는 힘의 마력을 가진 작품. 그것이 김래현 회화의 진정한 매력이자 참다운 가치가 아닐까. 한국적인 오르피즘의 세계, 그 지평을 김래현이 열어갈 것을 기대한다. 

김종근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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