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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화조도의 재해석-이돈아

김종근


영국의 지성 조지 버나드 쇼는 “ 예술은 우리 스스로가 유형의 형상으로부터 무형의 꿈을 표현해 내고자 만든 거울이다. 우리는 유리거울로 자신의 거울을 비춰보고 예술작품으로 자신의 영혼을 비춰본다.“고 정의 했다. 어쩌면 이 시대에서 모든 것을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 예술가들이다. 때로는 상상력으로 때로는 리얼리티하게 때로는 초현실적으로 그래서 우리는 예술가를 존경하고 예술가가 위대한 이유이다. 우리는 그러한 예술가의 아름다운 자유와 영혼을 이돈아(Donah Lee)의 작품에서 발견한다. 이십대 후반 가족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한국에 혼자 남아 가족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에 빠졌고 그 고통을 넘어서기 위해 그는 작업에 더 치열 했다.

그러면서 그녀가 자연스럽게 접한 것이 바로 조선시대 무명화가들이 즐겨 그리며 서민들이 애호했던 민화였다. 그녀가 이처럼 민화를 아끼고 작품 속에 집어넣을 정도로 사랑한 데에는 전통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깊었던 아버지의 취미로 별스럽게 어릴 적 쉽게 각종민예품과 화첩을 뒤적이던 유년기 시절의 스토리가 있다. 전통적인 민화를 접하며 가까워 했던 이런 가풍이 급기야는 작품 속에 중요한 테마로 들어오게 된 계기가 되었다. 물론 그러한 내면에는 작가가 어릴 적 가졌던 추억을 어떻게 오래 회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에서 출발한 존재에 대한 물음과 바탕이 되었다. 그런 추억속의 시간과 한국에 떨어져 외로운 그녀의 마음속엔 언제나 기억 속에 공간을 다시 불러내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고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와 나는 어떻게 다른가를 고민했다. 그런 예술가적 간절한 욕망 속에 민화는 더 없이 그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매개체로 선택되었으며 유년기 향수의 가장 이상적인 모티브가 되었다. 문제는 화가인 그에게 그 민화를 21세기의 이 시대에 어떻게 표현 할 것인가가 가장 큰 화두였다. 민화를 현대적으로 해석 해내는 작가들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화가들이 때로는 서양화로, 때로는 한국화로, 영상으로 각자가 해석하는 나름의 기법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다. 이돈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녀의 그림은 철저하게 민화의 화조도에 형식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민화(民畵)적 이었지만 시각을 달리했다. 과거의 공간을 모던한 현대의 공간으로 변형하는 것이었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존재’에 대한 그리움에서 모티브를 찾아 민화에 정착 하였지만 그의 조형화 된 이돈아식 패턴을 통해 “지금” 현재의 상황으로 전환 시켰다. 즉 “시간의 흐름, 공간의 변화 속의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고 사유하고 싶다”는 작가의 의지를 강력하게 떠올린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민화 가운데서 초기에는 화조도에 깊이 탐닉 했다.

그녀가 특별히 화조도를 좋아하는 이유를 보면. 사실 화조도에는 부귀와 장수, 벼슬의 승진에 대한 간절한 염원, 백년가약을 맺는 부부가 일평생 사랑으로 맺어지길 바라는 마음, 재산과 높은 벼슬에 오르게 되기를 바라는 소망 등이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화조도는 민화중에서 그 내용이나 발상 등에서 한국적인 심성과 염원이 가장 깊게 깔려 있는 그림으로 평가 된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그녀는 꽃 그림에 주목했다. 바로 아무 방에나 격식 없이 장식 될 수 있었던 길상화며 병풍이나 족자로 꾸며서 신랑 신부의 신혼 방이나 주인이 거처하는 안방의 다락문 등에 장식용으로 비치 된 그런 장식성이 주류를 이루었다.

작가는 화조도에 탐닉 하게 된 결정적 이유를 “번영의 상징, 생명의 상징 등이 우리에게 얼마나 좋은 기운을 주게 되는지”“ 꽃가지에 앉아 부리를 서로 비벼 대며 앉아 있는 암수 한 쌍의 새를 보면 마음이 정말 평화로워지는 것”을 느낀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돈아는 길상적인 꽃 그림에서도 꽃을 단순하게 차용하기 보다는 인지하는 공간에서 희망을 꽃에서 느껴지는 따뜻함 등을 강조하여 청색 바탕 화면에 행복이 체감되도록 장식성을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또한 차가운 느낌보다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을 주도록 깊고 그윽한 색채를 즐겨 사용하면서 어떤 때는 단일한 모노톤으로 꽃을 마무리 하거나 파격적 구성으로 차원과 공간을 달리 하고 있다. 

그가 많은 소재 가운데 집중적으로 꽃그림에 주목하고 민화를 뿌리로 그것을 단순히 구도의 변형이나 공간 해석에 머물지 않고 재료의 실험도 병행 했다는 점은 그의 회화가 갖는 또 다른 차별성으로 가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동가루나 철가루를 사용하면서 색다른 재료 실험은 물론 표현기법에서도 영상이나 랜티큘러 들을 사용하여 장르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것도 이돈아  작가의 바람직한 자세로 보인다. 게다가 영상작업을 통해서는 민화적인 요소 보다는 시공간의 세계를 넘나드는 차원에서 인간의 존재를 물어가는 관점에서 제작 되고 있어 민화에서 맛볼 수 없는 새로운 미적 공간을 경험 하게 될 것이다. 화면 속에 사각 혹은 기하학적 도형공간을 끌어들이는 시형식도 기존의 민화형식을 거부하며 고유한 감각과 구성으로 모던한 민화의 공간세계를 구축 하겠다는 도전정신에서 비롯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 가운데 공간의 해석에 참신함은 책가도 에서 보여지는 시각적 형식을 언 듯 떠올리기도 하며, 모던하고 트렌디한 색채의 사용으로 이미 많은 컬렉터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적어도 ‘현재의 실존’은 ‘과거의 존재’에서 비롯된다는 예술적 이념을 가진 궁극적으로는 <시간의 흐름과 공간의 변화, 또는 정신의 변이> 과정을 담아 내려한 쉬지 않는 실험과 고뇌에 성공한 것이다. 즉 현재의 시점에서 민화를 다시 들여다보고 구성 하면서 당시 사람들의 소박미를 엿보고 그 마음으로 장식되었던 그림들을 통하여 지금의 우리를 비추어 보자는 열망이 실현된 것이다. 이것이 명백하게 이돈아의 그림이 주는 변별성이며 그림 속에 담아낸 시대정신이다.

이 길상적 요소를 골고루 갖춘 민화를 화폭에 담아내면서 그녀는 2000년대 초기의 작품세계와는 다르게  ‘그때 거기에 무엇이 있었던가, 지금 여기에 무엇이 있는가’라는 화두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지금의 세계로 정착했다. 이것은 과거에 대한 그리움,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 나에 대한 존재감을 표현하려는 작가의 치열한 고뇌와 열정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여러 가지의 이미지가 변형되는 작품을 선보인 것, 동일한 화면에 과거, 현재, 미래와 공간의 스펙트럼의 변화를 끊임없이 담고 싶었던 작가의 강력한 욕구도 그러한 배경에서 가능 해진 결과물 들이다. ‘그때 거기에 무엇이 있었던가, 지금 여기에 무엇이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생각하는 창작 정신이야말로 이돈아 작가의 기본자세이다. 


결국 새로운 예술은 전통을 계승하되 그것에 침몰하지 않고 새로움을 더하는 것에서 진정한 가치가 있음을 우리는 그의 작품에서 체감한다. 무엇보다 최근 이돈아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설화수> 화장품의 케이스와 콜라보레이션 하면서 국내외적으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그의 작품이 또 다른 한류로서 k-아트의 물꼬를 트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결국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사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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