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눈과 마음으로 본 '유럽의 회상'

김종근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다. 그녀의 화폭 속 그림들이 보여주는 이 추상적인 이미지들은, 그러나 이것은 도시의 풍경이다. 그 풍경들은 대부분 유럽 도시의 경치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그 풍경들 모두가 밤의 풍경이다. 이처럼 작가는 밤의 야경만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이 풍경들은 유럽의 특정 지역만이 아니고 유럽 전체 도시를 아우르고 있다. 그 도시들은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이태리의 베니스, 밀라노, 스위스, 영국의  런던 그리고 홍콩 등 많은 도시들에 대한 인상이다. 처음 접하는 그녀의 그림으로 우리는 알 수 없다. 왜 그녀가 밤의 야경들만을 고집 하는지.그러나 이 풍경들은 그녀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시에서 7년 정도 체류하면서 직접 살았다는 사실로 볼 때 작가가 살았던 도시에 대한 추억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모두 그립고 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들은 홍은앙이 본 유럽의 풍경 보고서인 셈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 작품들 모두를 '프랑크푸르트의 회상' 으로 불리길 희망한다. 그곳에 살면서 여행한 도시들을 그림으로 기록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홍은앙 스타일의 유럽 인상기라 불릴 만한 이 그림들은 공통적으로 도시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풍경에 주목하기 보다는 빛으로 둘러싸인 밤풍경에 집중되어 있다.


 이 작품들로 보아 각 도시가 가지고 있는밤의 분주하고 수다스런 풍경들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으로 기대 했지만, 그녀는 오로지 야경에만 지독하게 심취되어 있어 우리의 그런 일상적인 소원과 기대를 저버렸다. 한결같이 그녀가 직접 방문하고 보고 느낀 유럽 야경의 인상을 스케치 한 후 완성한 작품들이었기에 우리는 유럽의 아름다운 밤경치보다 그녀가 마음으로 본 밤경치를 발견한다. 아름다운 밤 풍경의 걸작을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빛의 화가 렘브란트의 <야경의 순찰 > 이나 반 고흐가 그린 아를르에 머물면서 카페의 밤 풍경을  <카페 테라스>,혹은 다리위로 별빛이 빛나는 <론강의 별밤> 같은 그림을 연상 하게 된다. 작가가 누구나 보고 알 수 있는 밤 풍경을 철저하게 거부 한다는 것은 오히려 홍은앙 그림만의 특색이다. 마치 프랑스의 추상화가 올리비에 드브레가 화폭을 직접 들고 강가로 나가 풍경을 바라보며 제작한 그림이 뜻밖의 추상화 작품과 같다. 그녀는 보통 사람들이 보는 눈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 직접 눈과 마음으로 본 유럽 도시의 기억과 인상을 그만의 기법과 시각으로 표출하고 싶은 것이다. 그 풍경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천천히 그리고 대담하게, 마치 오케스트라 교향곡 것처럼 다양한 음계의 높낮이를 보여준다.


 때로는 거침없는 붓놀림이 하얀 불빛으로 가득한 도시를 희미하게 혹은 어슴푸레하게 드러내는가 하면, 도시의 전체풍경을 보여주기 보다는 그 도시만의 특징적인 인상을 포착 밤의 인상을 드러낸다. 또한 그 이미지들은 거칠고 힘차지만 섬세한 붓놀림과 흘림의 기교들이 마티에르와 함께 한다. 그의 그림들은 이처럼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추상성을 표출 한다. 아마도 작가의 야경이 이처럼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유는 또 있다. 그가 쓰는 재료이다. 화면에서 유리가루와 아크릴, 그리고 유화물감 등을 사용해 한층 밀도 있게 마티에르를 구현해 내기 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이 두드러지게 화폭의 질감에서 돋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점 때문이다. 이러한 여러 도시의 밤의 빛나는 축제가 그녀의 손을 거치면서 검은 야경 속에서 빛의 하모니로 홍은앙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도시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이미지들을 절묘하게 조화 시키고 있는 그녀가 이제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유럽에 도시풍경을 뒤로 하고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준비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그녀는 좀 더 넓은 밤의 세계를 마음속에 담으면서 미국적 풍경을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그 때 그녀가 돌아올 때는 미국 중산층 서민들의  삶의 내밀한 깊이를 보여준 호퍼 같은 밤풍경을 기대 한다. 그녀가 고백하였듯이 “이제 그림은 삶의 또 하나의 긴 여정이다. 예술을 통해 인생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깨닫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느낄 때 더욱 넓은 시야로 세상을 관조”하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밤풍경처럼 아름답다. 


 그녀가 도시의 밤풍경들을 그대로 묘사하지 않고 시간들을 정직하게 받아들이며 그림을 그린다는 일은 작가에게 가장 행복한 일이다. 남은 일이 있다면 그녀의 작품이 다른 풍경화와 색다른 만큼 독특한 형식의 유니크한 구성으로 성숙되길 기대한다. 보다 그만의 특색이 강조된 표현과 색채, 보다 구체적인 도시의 야경이 되살아나길 말이다. 그녀는 아마도 사실적이면서도 간결하게 베르나르 뷔페의 거리 풍경처럼 , 밝고 선명한 이미지로 도시의 밤 이미지를 가지고 돌아올 것이다. 이만큼 도시를 사랑하면서 작품을 통해 세계에 대한 평화와 사랑을 전하면서 살아가는 작가는 행복한 작가이다. 무엇보다 평생 그림을 그리면서 어려운 이웃과 소외된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그녀의 예술가적인 삶과 인간적인 삶이 만나 더욱 그림 속에서 깊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때는 작가가 “그림에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위안을 받고 기쁨을 느끼기 바란다”는 꿈이 현실로 돌아와 이루어 질것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