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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에게 바친 한 화가의 헌화

김종근


 성백주 회화의 세계는 두말할 것 없이 장미에 대한 일관된 표현으로 정의 된다. 장미에 대한 그의 흔들리지 않는 헌신을 보면 문득 프랑스의 화가 르느아르를 떠올린다그림이란 즐겁고 유쾌하며 예쁜 것이어야 한다. 세상에는 이미 불유쾌 한 것들이 너무 많은데 또 다른 불유쾌한 것을 만들어낼 필요가 어디 있는가? 라고 반문했기 때문이다장미 외에는 관심도 없고 다른 사물은 못 그릴 줄 아는 화가라 불릴 만큼, 그는 장미에 평생을 바쳤고 꽃에 모든 모습에 열광했다그러나 그의 그림은 풍경이나 누드 추상에 있어서도 마치 화폭을 어루만지고 애무하듯 조용하고 고요했고, 그의 장미들은 서로 같지 않았다줄장미가 있는가 하면, 흰 장미가 있고 ,일그러진 화병에 장미가 있는가 하면 반듯하고 소박한 장미의 모습이 있다. 모네가 너무나 물을 좋아하여 배 위에서 죽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그는 장미위에서 죽고 싶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백주의 작품 속에는 의외로 추상회화 작품과 인물 누드 작품도 발견된다. 물론 장미만큼이야 아니지만 경이로울 만큼 침잠된 감정으로 추상화 작품을 남기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개의 특징을 발견하는데 하나는 그의 비구상작품은 상하 좌우를 알 수 없을 정도의 allover painting이라는 전면 회화적 구성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어느 쪽이 위인지 구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형태가 아주 분명한 누드화를 빼고는 격자형 혹은 조형성이 돋보이는 철저한 비구상 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형태와 선이 겹쳐지면서 형태를 은밀하게 감춰두는 패턴들이 강조되어 발견된다. 형태가 드러나면서 선과 색채를 밀어 당기는가 하면 때로는 모호한 붓자국으로 색채들 사이의 관계를 단순한 색조로 아우른다그가 누드와 장미라는 주제를 명확하게 취한 것과는 다르게 비구상에서는 주제 표현을 거부하는 것도 주목 할 만하다. 누드에서 보이는 원초적 여인의 감성들이 충만한 누드는 추상과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그만의 누드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추상회화 전체에서 겹치면서 배어나 오는 층간의 공간감과 깊이를 그는 살려내려 애썼고 평면과 색채의 단순함으로 그만의 추상회화를 꿈꾸었다. 그것은 로스코의 화풍처럼 아주 조용하며 침묵적이며 슬프다.

 


 꽃병에 담긴 장미만을 수십 년 동안 보여준 그의 장미들은 대부분 다채롭고 자유분방한 자태, 매혹적인 색채와 수려한 필선의 감각으로 캔버스에 넘치는 장미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인터뷰에서 그는 아주 오랫동안 장미만 고집해 온 이유에 대해 장미는 형태와 색깔이 참 자유로운 꽃이며 화면에서 조형적으로 창조하기에 더 없이 아름답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장미 작품은 머릿속의 이미지를 조형화한 것으로 회화의 조형도 하나의 함축된 언어라고도 했다. 그가 장미만 그린 화가가 아니라 탁월한 조형성을 보여준 무수히 많은 추상작품이 많다는 것은 알지 못한다그것은 그가 추상작품들을 많이 제작 해왔지만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장미의 형태와 전혀 다른 색과 형태로 순수한 조형 요소인 선과 면, 색채로 독창적 추상의 세계를 발표한다. 이 작품들은 대부분 침묵적이며 내면의 숨겨진 감정들을 단순화하거나 생략하여 수직, 수평선으로 환원 시키면서 조형의 콤포지션과 색면 추상의 역량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이미 1890년 모리스 드니는 회화는 전쟁터의 말이나 나부이기 이전에 질서를 가진 색채로 덥혀진 평면이다이라고 했던 것처럼 성백주 화백에게 회화는 장미의 표현에 골몰했던 순간을 벗어나는 매우 상징적인 추상화이기도 하다이 대표적인 그림들이 <포즈>에서 빨간색으로, <Composition>에서는 파란색으로 절대 색조를 드러내는가 하면, 이것들을 바탕으로 사각의 형태와 절제된 움직임 속에서 새로운 평면의 공간을 창조하고 있다작가는 절대 이미지의 형태로 나뉘는 기하학적 분석의 형상을 지닌 추상으로 나아간 것이다. 성백주의 이 신조형주의적인 그림들은 장미의 형태에서 구성을 끌어내 다양한 형식으로 완성시킨다모노톤의 색채에 바탕을 두면서 화폭의 공간을 균형감 있게 분할 하거나 결합시킴으로서 독자적 가치를 표상화 하는 것이다이제 그는 원색과 무채색으로 그의 내면을 묘사하는 절대적인 추상 세계를 향해 커다란 궤적을 명백히 설정해 두고 있다. 그 해탈과 초월을 담고 있는 추상적인 조형세계는 그에게 장미화가라는 닉네임 외에도 기하학적 추상화라는 순수의지가 만들어 놓은 엄격한 질서의 회화가 있음을 확인시겨준다. 이 예술에 있어 추상과 감정이입의 결정 상태가 바로 성백주의 추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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