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리얼리즘 팝에서 빛나는 회화적 리얼리즘으로 -김경렬의 최신작

김종근

 

일찍이 극사실주의의 하이퍼 리얼리즘 작가로 이름을 떨친 바 있는 김경렬의 최근작들은 그의 화풍 흐름에서 매우 흥미롭다. 초기 10 여년은 인물이나 풍경을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형식에서 그의 작업방식이 형성되었고 이후 10여년을 그는 홀로 서있는  가지 나무의 다양한 모습을 아주 쓸쓸하게 묘사 하면서 인간의 모습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때로는 풍요롭고 ,때로는 앙상하고 외로운 자연의 고목나무를 클로즈업 시키면서 그는 마치 사람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에 빗대어 은유적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의 작품들은 보다 성숙하고 세련된 화풍을 구사한다.


물에 비친 풍경 속에 명화의 부분 이미지들을 끌어와 자연과 명화 이미지를 결합 시키는 작품들로 화면구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이전의 팝적인 리얼리즘 화가에서 훨씬 안정되고 회화적인 리얼리즘 화가로의 변모로 해석된다. 
풍경 속에 인물을 집중적으로 선보이는 작품들에서 그 안정적인 회화성 짙은 세계는 돋보인다. 그 중 <5월>은 물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강가에서 한 여인은 저 멀리 물속에서 무엇인가를 줍고 있고, 뒷모습을 보인 한 여인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여기서 물속에서 줍는 여인의 모습은 밀레의 <이삭줍기>에서의 여인의 이미지를 차용 한것이다.  
<기다림> 역시 모나리자의 얼굴을 한 여인이 물 가운데 놓여진 돌 위에 다소곳이 앉아있고 멀리 1964년 르네 마크리트가 그린 <인간의 아들>의 사과 얼굴의 남자가 바라다보고 있다.


<야상곡> 또한 한 여인이 우아한 모습으로 물 한가운데 돌 위에서 아름답게 기타를 치는 모습이다. 이 모델 역시 1890년 르느아르가 그린 <기타를 치는 여인>의 이미지 차용이다. 그 뒤로 멀리 어린이가 물을 물끄러미 바라다 보며 있는 모습이 정갈하게 놓여져 있고 왼쪽 위에는 달리의 작품속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시계가 그려져 있다. <저녁기도 >에는 머리를 땋은 소녀가 멀리 달리가 밀레의 <만종>에서 보여주었던 저녁기도의 한 모습을 차용한 작품 이미지가 등장한다. 유독 그의 작품에는 달리나 마그리트의 작품 이미지가 곧 잘 등장한다. 시계가 그렇고 코끼리등의 이미지가 그러하다. 이처럼 김경렬의 작품에는 공통적으로 풍경속에 인간이 존재하고 시간이 존재한다. 서로 다른 이미지들이 작품속에 등장하지만 이것들은 모두 시간상의 거리감을 보여준다.


<로망틱>작품속에 패러디도 예외는 아니다. 모네의 <피리부는 소년>이 사실은 뜬금없이 물 속 돌 위에 생뚱맞지만 연꽃들과 어울려 올라가 있다. 이 낮선 풍경들을 통하여 작가는 인생의 새로운 변화를 새로움과 낯선 도상 사이와 결합 시키며서 시공간의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가을> <라이프 >등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고 보면 작가는 사실 팝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보다 이미지의 삽입으로 회화적 세계로 이행하며 회화의 격조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가 작품속에서 행하는 이미지의 차용이 단순히 다른 작품을 흉내 내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속에 필요한 이미지를 떼어내어 자신의 컨셉 속에 전이시키는 포스트 모던적인 작업 방식임을 제시한다. 이러한 변모는 김경렬이 헤쳐 나갈 예술 세계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점에서 자연 인물에 변증법적인 회화라 불러도 무방 할 것이다. 이미지의 차용이 작품 속에서 모두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점에서 그의 회화는 흥미롭다. 문제는 명화속 이미지들이 그에게 와서 어떠한 상충적 혹은 파격적 에너지와 시너지를 내는가이다. <저녁기도>에서 보여지는 격조 있는 이미지 차용을 변증법적으로 열어 보인다면 분명 그의 회화는 표현의 지루함을 제거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리얼리즘 회화의 절벽에서 창조적인 모던 회화로 시들해진 화단에 생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 물론 김경렬의 회화속에 보테로가 주는 번뜩이는 위트와 익살은 없다. 또한 마그리트의 그림처럼 깊이 생각하게 하는 그림도 아직은 아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탁월한 표현력과 묘사력이 있음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그의 빛나는 인물과 풍경의 하모니를 반갑게 발견할것이다.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